덖어내서 ‘차’를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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덖어내서 ‘차’를 만들다
  • 임영은 기자
  • 승인 2020.06.08 18: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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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무형문화재 제130호 ‘제다(製茶)’ 이야기

 

덖음차 방식으로 제작한 녹차 (사진 = CPN문화재TV)
덖음차 방식으로 제작한 녹차 (사진 = CPN문화재TV)

 

‘차’를 만드는 ‘제다(製茶)’문화는 우리의 일상에서 함께 했다.  담소를 나눌 때 대접을 위해서  만들었으며, 제사를 지낼 때 헌다했으며, 몸속의 독을 해소하는 약재로서, 또한 가볍게 즐기는 음료로써 만들어져 왔다.

 

전남 보성과 경남 하동 등이 차를 재배하기 좋은 요건을 갖춘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차 문화는 이어져오고 있다. 공정을 거쳐서 덖음 잎을 사용하는 이유는 생잎이 가진 독성이나 인체에 불필요한 요소를 중화시키기 위해서이며, 차의 좋은 요소만을 오래도록 보관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제다’는 2016년 국가무형문화재 제130호로 지정되었으며, 차 제조 기술이 다양한 방식과 형태로 공유 및 전승이 되고 있었기 때문에 보유자나 보유단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차를 만드는 방식은 매우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으로 잎을 떡처럼 쪄서 응축하는 ‘떡차’, 잎을 산화(酸化, 효소를 파괴하지 않음)처리해서 만드는 ‘발효차’, 높은 온도의 불에 손으로 익혀가며 만드는 ‘덖음차’ 등이 있다. 

 

이 중에서도 덖음차는 다른 차와는 사뭇 다른 독특한 방식의 제조방법이라 할 수 있다. 경남 하동에서는 ‘하동 덖음차 보존회(회장 김원영)’가 주축이 되어, 9명의 회원이 우리 고유의 전통차 제조 방식인 ‘덖음차’를 보존해나가고 있다.  

 

가마솥의 순간 온도를  측정하는 제작자 (사진 = CPN문화재TV)
가마솥의 순간 온도를 측정하는 제작자 (사진 = CPN문화재TV)

 

- 덖다와 볶다의 차이

 

불에 익힌다는 공통점인지 ‘덖다’와 ‘볶다’의 의미를 동의어로 알거나 큰 차이점을 느끼지 못하는 시각도 있다. 사전적 의미로도 분명한 차이가 있다. 먼저, ‘볶다’는 재료에 물기가 거의 없거나 적은 상태로 열을 가해 이리저리 자주 저으면서 익힌다는 의미가 있다. ‘덖다’는 물기가 조금 있는 재료에 물을 더하지 않고, 타지 않을 정도로 익힌다는 의미다.

 

하동의 덖음차는 찻잎을 가마솥에서 익힘으로서 잎이 가지고 있는 순수한 수분만으로 익혀내는 독특한 방식이다. 

 

손으로 차를 덖어내는 제작자 (사진 = CPN문화재TV)
손으로 차를 덖어내는 제작자 (사진 = CPN문화재TV)

 

- 손으로 덖어내는 차

 

덖음차는 몇 백도나 되는 높은 온도의 가마솥에서 손으로 차를 섞으면서 익히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여러 작업 공정상 혼자서 덖음차를 만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4~5명이 모여서 함께 작업한다. 차를 덖는 사람, 생잎을 솥에 넣어주고 익은 차를 받는 사람, 냉각을 하는 사람, 차를 비벼서 향을 강화시키는 사람 등 여러 사람의 호흡이 제대로 맞아떨어져야 맛있는 차가 완성된다. 

 

하동 덖음차 보존회의 김원영 회장은 “김복순 할머니가 1962년 세우셨던 ‘고려제다본포선차’로부터 출발해서 현재 9명의 회원이 보존회를 이끌어가고 있다. 중국의 부조차나 일본의 증제차와는 다른 우리나라만의 방식으로, 복사열을 활용해서 차를 덖어내고 있다. 우리나라의 전통차 방식들을 잘 활용해 일반 대중들에게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현대로 접어들면서 간편한 방식을 선호하는 영향으로 공장식 즉석 차나 티백이 일상생활에 많이 보급되고 있다. 일부는 차를 따르는 다기를 따로 수집할 정도로 열성적인 관심이 있지만, 모르는 사람들은 간단하게 마시는 것 정도로 치부하고는 한다. 

 

수백도가 넘나드는 뜨거운 솥에서 피어나는 우리민족 고유의 전통 덖음차가 제대로 된 연구를 통해 계속 지켜나가야 하지 않을까.

 

취재팀 임영은

lzs0710@icp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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