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을 지키려던 노력, ‘말모이 원고’ 등 2종 보물 지정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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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을 지키려던 노력, ‘말모이 원고’ 등 2종 보물 지정 예고
  • 정은진
  • 승인 2020.10.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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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모이 원고’,‘조선말 큰사전 원고’2종 4건 보물로 가치 재평가
국가등록문화재 제523호 말모이 원고 (사진=문화재청)
국가등록문화재 제523호 말모이 원고 (사진=문화재청)

 

한글날을 맞아 말모이 원고조선말 큰사전 원고가 보물로 지정 예고됐다.

 

문화재청은 지난 8일 열린 제5차 문화재위원회 동산문화재분과 회의 결과에 따라 말모이 원고’(국가등록문화재 제523)조선말 큰사전 원고’(국가등록문화재 제524-1, 524-2) 24건을 국가지정문화재(보물)로 지정 예고한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은 독립운동사료를 포함한 근현대문화유산에 대한 적극적인 역사․술적 가치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요구에 따라 2019년부터 자문회의 등에 국가등록문화재를 대상으로 이를 검토했다.

 

그 결과, ‘말모이 원고 9건의 문화재가 지정조사 대상으로 선정되어 올해부터 조사를 해왔으며, 그 첫 결실로 이번에 우리말과 관련된 국가등록문화재 2종이 보물 지정 예고 대상으로 결정된 것이다.

 

두 건 다 일제강점기라는 혹독한 시련 아래 우리말을 지켜낸 국민적 노력의 결실을 보여주는 자료로써 대한민국 역사의 대표성과 상징성이 있는 문화재로서 가치를 인정받았다.

 

국가등록문화재 제523호 「말모이 원고」는 학술단체인 조선광문회(朝鮮光文會)’ 주관으로 한글학자 주시경(1876~1914)과 그의 제자 김두봉(1889~?), 이규영(1890~1920), 권덕규(1891~1950)가 집필에 참여해 만든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사전 말모이의 원고다.

 

말모이는 말을 모아 만든 것이라는 의미로, 오늘날 사전을 의미하는 순우리말이다. 말모이 원고집필은 1911년 처음 시작된 이래 주시경이 세상을 떠난 1914년까지 이루어졌으며, 본래 여러 책으로 구성되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지금은 부터 걀죽까지 올림(표제어)이 수록된 1책만 전해지고 있다.

 

국가등록문화재 제523호 말모이 원고 - ‘알기’ (일러두기) 부분 (사진=문화재청)
국가등록문화재 제523호 말모이 원고 - ‘알기’ (일러두기) 부분 (사진=문화재청)

 

240자 원고지에 단정한 붓글씨체로 썼고 알기’, ’본문‘, ’찾기‘, ’자획찾기의 네 부분으로 구성됐다. 이러한 체제가 한눈에 보일 수 있게 사전 출간을 위해 특별히 제작한 원고지 형태의 판식*(板式)이 가장 큰 특징이다. 마치 옛것과 새것이 혼합된 듯, 고서(古書)의 판심제*(版心題)를 본 따 그 안에 말모이라는 서명을 새겼고, 원고지 아래위에 걸쳐 해당 면에 수록된 첫 단어와 마지막 단어, 모음과 자음, 받침, 한문, 외래어 등의 표기 방식이 안내되어 있다.

* 판식: 책을 쓰거나 인쇄한 면의 테두리 또는 짜임새

* 판심제: 판심에 표시된 책의 이름

 

1914년 주시경이 세상을 떠난 뒤 1916년 김두봉이 이 말모이 원고를 바탕으로 문법책인『조선말본』을 간행하기도 했으나, 김두봉이 31운동을 계기로 일제의 감시를 피해 상해로 망명하고 이규영도 세상을 떠나면서 이 원고는 정식으로 출간되지 못했다. 그러나 이후 조선어학회의 조선말 큰사전편찬으로 이어져 우리말 사전 간행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는데 결정적인 디딤돌이 되었다.

 

말모이 원고는 ▲ 현존 근대 국어사 자료 중 유일하게 사전 출판을 위해 남은 최종 원고라는 점, ▲ 국어사전으로서 체계를 갖추고 있어 우리 민족의 독자적인 사전 편찬 역량을 보여주는 독보적인 자료라는 점, ▲ 단순한 사전 출판용 원고가 아니라 일제강점기 우리말과 글을 지키려 한 노력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역사적․학술적 의의가 매우 크다.

 

조선말 큰사전 원고-'범례'부분 실제 원고와 간행된 사전의 범례 부분 (사진=문화재청)
조선말 큰사전 원고-'범례'부분 실제 원고와 간행된 사전의 범례 부분 (사진=문화재청)

 

국가등록문화재 제524-1, 524-2호「조선말 큰사전 원고」는 조선어학회(한글학회 전신)1929~1942년에 이르는 13년 동안 작성한 사전 원고의 필사본 교정지 총 14책이다. ()한글학회(8), 독립기념관(5), 개인(1) 등 총 3개 소장처에 분산되어 있다. 특히, 개인 장본은 1950년대 큰사전편찬원으로 참여한 고() 김민수 고려대 교수의 유족이 소장하고 있는 조선말 큰사전 원고의 「범례」와 「ㄱ」부분에 해당하는 미공개 자료로서, 이번 사 과정에서 발굴해 함께 지정 예고하게 됐다.

 

말모이 원고가 출간 직전 최종 정리된 원고여서 깨끗한 상태라면, 조선말 사전 원고14책은 오랜 기간 동안 다수의 학자가 참여해 지속해서 집필·수정·교열 작업을 거쳤기 때문에 손때가 묻은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1942조선어학회 사건의 증물로 일본 경찰에 압수됐다가 194598일 경성역(지금의 서울역) 조선통운 창고에서 우연히 발견되어 이를 바탕으로 1957큰 사전’(6)이 완성되는 계기가 됐다.

 

조선말 큰사전 원고식민지배 상황 속에서 독립을 준비했던 뚜렷한 증거물이자 언어생활의 변천을 알려주는 생생한 자료로서, 국어의 정립이 우리 민족의 힘으로 체계적으로 이루어졌음을 보여주는 실체이므로 한국문화사와 독립운동사의 매우 중요한 자료라는 점에서 대표성․상징성이 있다. 이러한 점에서 역사학술 가치가 충분히 인정되므로, 보물로 지정해 국민에게 그 의의를 널리 알리고, 지속해서 보존·관리할 필요가 있다.

 

문화재청은 보물로 지정 예고한 말모이 원고24건에 대해 30일간의 예고 기간 중 각계의 의견을 수렴·검토하고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가지정문화재(보물)로 지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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