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지인가, 버려진 공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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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지인가, 버려진 공터인가
  • 관리자
  • 승인 2010.0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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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 제247호 ‘사당동 백제요지(舍堂洞百濟窯址)'는 서울 지역의 유일한 백제시대 가마터이다. 현재는 관악구 남현동에 소재하고 있으나 사적으로 지정된 당시인 1976년에는 사당동에 속해있었기 때문에 ’사당동 백제요지‘라는 명칭이 붙여졌다. 아직 발굴이 다 이루어지지 못했으나 향후 백제의 질그릇 생산기술 규명에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는 유적이다.






▲ '사당동 백제요지' 안내판



도심 속의 주택가 길을 한참 들어오면, 다세대주택에 둘러싸인 허름한 공터가 보인다. 사적지임을 알리는 표지판 마저 없다면, 아무도 이곳이 소중한 문화유산일 거라 상상하지 못할 듯 하다. 비좁은 골목길에 군데군데 부러져 나무로 덧댄 울타리를 따라 걷다보면 사적지로 통해있는 허름한 집이 나온다. 이곳 사적지는 개인 소유의 땅으로, 사적지 안에 들어서있는 집을 통해서만 출입이 가능하다.







▲ 사적지 주변의 허술한 울타리







▲ 집을 통해 출입이 가능하다


마당을 지나 사적지를 살펴보니 집주인이 땔감으로 쓰려고 모아놓은 듯한 나뭇단과 여기저기에 흉물스럽게 쌓여있는 공사 부재들이 눈에 띈다. 사적지 한가운데에는 토마토를 기르기 위해 세워놓은 철 구조물이 들어서있고, 그 옆으로는 음식물 쓰레기가 버려져있다. 사적지인지 마을 공터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 모습이다.







▲ 흉물스러운 철구조물과 공사부재가 널려있다








▲ 사적지 한 가운데 버려져있는 음식물 쓰레기



사적지 관리를 맡고 있는 관악구청에 '사당동 백제요지'의 관리·정비 방안을 문의해보니 "사적지가 밭에 있고, 개인 소유의 사유지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어쩔 수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아직 뚜렷하게 백제유물이 출토된 것은 아니지만, 집주인의 반대로 사적지 전 구역을 발굴조사하지 못했기 때문에 사적 지정을 해제할 수도, 땅을 사들여 정비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또한 국가지정 문화재의 발굴이나 정비는 문화재청이 총괄하므로 관악구에서는 현 상태로 관리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 고랑을 경계로 오른쪽은 집, 왼쪽은 밭으로 쓰이고 있다



문화재청 역시 "한정된 예산으로 우선순위에 따라 배정을 하다 보니, 각 시ㆍ도에서 신청하는 문화재 관리예산의 20%도 채 반영하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백제요지의 발굴, 정비에 난색을 표했다. 발굴하려면 땅을 매입해야하는데, 현재로서는 예산이 부족해 아무런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는 것이다. 사적지에 널려있는 공사부재나 허술한 울타리 등에 대해서는 관할 구청에 전달해 관리에 신경 쓰도록 하겠다는 답변만 있을뿐, 향후의 정비 계획에 대해서는 뚜렷한 대안이 없는 상태였다.







▲ 무관심 속에 방치되어 있는 '사당동 백제요지'


도심 속에 외로운 섬, ‘사당동 백제요지’는 오늘도 무관심 속에 방치되어 있는 모습이다. 관련 기관의 미루기와 예산탓 속에서 소중한 문화유산은 버려진 공터로 지금까지 지내왔다. 향후의 정비 계획 마저 불확실한 상황에서 ‘사당동 백제요지’는 앞으로도 문화재가 아닌 ‘버려진 공터’로 흉물스럽게 남아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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