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김란기 문화유산연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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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김란기 문화유산연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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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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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 복구, ‘호이스트’로 평방끌어내리기가 ‘전통기법’?



김란기(문화유산연대 공동대표)




2010년 2월 10일, 숭례문 화재의 꼭 2년이 되는 날, 숭례문 복구 착공식이 현장에서 열렸다. 크고 작은 언론사 기자들이 몰려들었고 인터넷 언론들마저 한 장면, 한 글자라도 놓칠 새라 연신 발광을 터치고 이엔지(ENG) 카메라가 분주하게 돌아다닌다.


식장의 한켠에는 다과를 들 수 있는 음식이 놓여 있고 식이 끝나자마자 사람들은 요기를 하기 위해 몰려들었다. 그러나 식장의 후면 벽면 앞에 서 있는 패널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별로 없다. 여기에는 그간의 과정과 앞으로의 복구 계획이 간략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상스런 그림이 그려져 있다.


이날 착공식은 문화재청장의 축사로 시작하여 전통예식까지 곁들어 식장이 혼란스러울 정도로 다양하게 펼쳐졌다. 그러나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평방 끌어내리기’는 앞으로의 숭례문 복구의 성패를 좌우할 ‘졸작 이벤트’가 되었다.



평방끌어내리기’의 ‘졸작 이벤트’


왜 이런 시비를 거는가?






▲ 숭례문 문루해체 시연


착공식이 끝나고 현장 사무실에 들러 지난 1962년 남대문 보수공사에 실습생으로 참여 하였다는 김의중 선생을 만나 잠시 방담을 나누었다. 그는 덕수궁 함녕전 행랑공사를 작년말 끝내자마자 바로 이쪽으로 불려왔다(?)면서 아직 어리둥절하다고 말한다.


당시 숭례문 보수공사 때에 실습생으로 이것저것 거의 잔심부름 수준의 일을 했지만 그 공사참여가 계기가 되어 문화재 공사에 뛰어 들게 되었다면서 당시를 잠시 회고한다. 조원재선생(도편수)과 이광규선생(부편수) 등의 이야기에서부터 정대기(당시 숭례문 도면을 문화재청에 기증)선생 이야기까지 이어진다.



‘전통기술로 복구’의 허구


그러던 중 이번 공사의 도편수를 맡은 신응수 선생이 들어온다. 이야기는 대뜸 ‘전통기술’쪽으로 넘어간다. 누군가의 입에서 초기 예산이 거의 절반으로 줄었다는 얘기가 나오고 말이 전통기술이지 이 공사를 어떻게 전통기술로 할 수 있냐는 말도 나온다.


말하자면 이 예산이나 현재의 시스템으로 볼 때 ‘전통기술로 복구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숭례문 복구공사 도편수가 함께한 이 자리에서 오고간 이야기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전통적인 기법으로 공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디서부터 전통적으로 하느냐?

언론에 가급적 전통적인 기법으로 해야 한다고 했더니 숭례문 공사는 완전히 전통적인 기술로 한다고 나왔더라. 언론이 너무 앞서 간다고 한다.

품셈(기술비, 인건비)의 현실화는 전혀 안되어 있다. 아직 결정된 것이 전혀 없다. 적어도 현재 상정해 놓은 공사비의 2-3배는 되어야 한다.

등이다.


물론 필자도 한 마디 거들기도 했다.

산판에서부터 전통기법으로 하려면 벌목할 때부터, 뗏목으로 운반하고, 한강 나루에 끌고 내려와, 치목장에서 흥부 박타는 톱으로 해야 하고...

이것이 전통적인 기법인데...

이 모든 것을 전통적인 기법으로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전승되어 나갈 유구에는 전통적인 기법을 남겨야 한다.

후세대에 전해주어야 할 건물에는 적어도 전동공구의 흔적을 남겨서는 안 되지 않느냐?

말하자면 흥부 박타는 톱이 아니더라도 옛 자귀의 흔적이 있는 부재에는 그 흔적을 남겨야 하지 않느냐? 그래서 다시 옛 자귀도 복원해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각 부재별, 혹은 각 공종별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매뉴얼을 만들어서, 그에 맞는 품셈을 정하고 공사를 시작해야 한다.

왜 그걸 못하느냐? 왜 그렇게 조급하게 하려하면서 거짓을 늘어놓는가?


전통건축표준시방서를 만들었고 품셈기준도 새로 만들고 있는 김홍식 교수는 평소 아래와 같이 주장했다.

지금의 품셈으로도 전통기법으로 하려고만 한다면 충분히 할 수 있다.

최소한 1962년의 수법으로는 해야 하고 할 수 있다.



문제는 행정 쪽이나 실무자 쪽에서 그런 마인드가 없는 것이다. 행정 쪽은 신속하게 공사를 끝내는 것에, 실무자 쪽은 공사를 용이하게 하는 것에만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국민을 배제한 ‘그들만의 착공식’


이날 착공식의 졸속은 행사에 시민을 배제하는 것부터 시작되었다. 이미 보도에서도 지적한 바와 같이 식장이 설치된 현장의 출입문을 굳게 닫아 놓고 초청장을 일일이 대조하여 일반 국민들은 입장을 불허하여 돌려보내고 있었다. 출입문 앞에서 실랑이를 벌이는 장면이 연이어졌다. 일부 언론사도 초청장이 없느니 안 가져왔느니 하면서 실랑이를 벌이는 추태를 보였다. 불과 2년 전 국민들이 그토록 애달파하고 서글퍼 했던 그 현장에 그 국민들을 배제하고 자기들만의 행사를 가지다니!






▲ (좌) 행사현장의 출입문에서 시민들이 입장을 제지당하기도 했다.(CPN사진)

▲ (우) 행사현장의 인근에 숭례문추모제의 단이 놓여지고 시민들이 참배하였다.(CPN사진)


비단 행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공사현장을 국민에게 개방하라는 국민들의 요구에 그렇게 하겠다고 해놓고 유명무실하게 시행하고 있는 것도 지적받아야 한다. 공사장을 빙 둘러 관람로를 만들고 국민들은 언제든지 그 관람로를 통하여 볼 수 있어야 한다. 앞 쪽에 관람장을 만들기는 했는데 진작 현장에 들어가는 것을 막고 있으니 국민을 기만하고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고 있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호이스트로 ‘평방 끌어내리기’하면서 ‘전통기법’?

현직 문화재위원인 한 분이 대뜸 필자에게 시비를 건다.

아니 저것이 ‘전통기법’이야?

아니 그걸 왜 나한테?

당신이 소리질러야지!

그럼 어떻게 해야해요?

그야 간단하지. 아, 화성성역의궤에 다 있지 않아?

아, 그렇죠...

아, 그 녹로도 있고 거중기도 있잖아! 저렇게 해놓고 전통기법으로 한다는 거야?

갑자기 필자의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 같다.

한복 입고 축문외우기 보다 실질적인 전통수법의 복구가 되도록 ‘미리 소리질러야’ 했을 터인데...






▲ (좌) 화성성역의궤의 거중기, (우) 화성성역의궤의 녹로


문화재청에 간곡히 부탁한다. 이제라도 차근차근, 하나하나 전통기법을 챙겨서 진행해보자. 화재 직후에 다짐했던 것처럼 시간이 아무리 많이 걸려도, 현대의 마지막 전통구현의 기회이니까 불행 중 다행한 기회로 전화위복하자는 것이다.



서울성곽까지 복원한다는데 저것이 서울성곽?


그나저나 저 그림은 뭐야?






▲ 숭례문 복구 착공식 장에 전시된 성곽복원 예시도. 성곽이라 볼 수 있는가?


서울성곽 복원도가 초등학교 아이들 종이 오려붙이기 해 놓은 것 아닌가?

아님 종이로 숭례문 만들기 놀이한 것 아닌가?

육축(뒷채움)도 없는 성곽이 있나?

무슨 생각으로 저런 걸 국민들 앞에 내놓고 있나?



우리는 작년 숭례문 화재 1주년에 문화재청이 숭례문 양측으로 성곽복원도 하겠다고 해서 하나의 방안을 제시한 적이 있다. 차량이 통행하는 좌측부는 홍예형 통로를 만들 것을 제안했었다. 그러나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상한 띠로 두른 모습을 그려 놓고 있다.


너무 답답해서 현장 직원을 불러 물어 보니 그냥 그려봤다고 한다. 그냥 그려놓고 서울시, 경찰청 등과 협의하려 한단다.


동대문운동장 서울성곽 복원구간 이간수문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홍예문 사이로 차량이 통과할 수 있도록 확장하여 성곽을 구축할 수 있다.






2009년 화재 1주기에 제안했던 숭례문 왼쪽 성곽 복원 방안(중국 산해관 사진)


이와 같은 제안은 나름의 문제점도 갖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교통의 원활한 처리이다. 그림에서는 진입하는 차선을 없애고 진출하는 차선은 살렸다. 반면 숭례문 앞의 마당을 크게 넓혔다. 과연 그럴 필요가 있을까? 조금 줄이더라도 왕복 차선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 아니면 최소한 진입하는 차선을 살리고 진출 차선은 다른 도로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600년 고도 서울에 들어가는 시민들을 생각한다면, 혹은 지방이나 외국에서 온 사람들을 생각한다면 당연히 진입하는 차선을 살려야 할 것이다.



* 본 원고는 외부 기고문으로 본 언론사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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