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장인]묵묵히 걸어온 외길, 옻칠공예 박만순 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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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장인]묵묵히 걸어온 외길, 옻칠공예 박만순 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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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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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전칠기는 옻칠 표면을 장식하는 기법에 따른 명칭으로 전복, 소라패로 가공한 나전으로 줄음질, 끊음질 기법으로 문양을 오리거나 길게 썰어 칠면위에 붙이거나 끼워 넣은 방법으로 만든 공예품이다. 우리나라 옻칠공예는 기원전 1세기때 시작되어 2000년의 역사를 이어왔고 나전칠기는 고려시대부터 시작되어 상감청자와 함께 귀족문화를 대표하는 전통문화로 평가받고 있다.


나전칠기는 20여단계의 작업공정과 완성하기까지 칠하고, 건조하고, 연마하기를 8개월에서 1년 동안 반복해야한다고 한다. 장인의 작업을 옆에서 보면 "지루하고, 답답하고, 짜증나는" 작업의 연속이라고 한다. 나전칠기의 화려함 뒤에는 장인의 정성이 숨어 있는 것이다.

30여 년 동안 전통 옻칠 기법을 계승해온 박만순 장인을 만나 옻칠이 완성되기까지 숨어있는 장인의 혼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박만순 장인은 나전칠기 공방을 하셨던 큰아버지(박병억 83세, 현재생존)의 전통을 이어 지금까지 외길을 걸오고 있다.




▲ 박만순 장인


Q : 전통적인 나전칠기 제작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나무자체를 백골이라 하거든요. 먼저 나무자체에 생칠을 발라줘요. 주로 쓰는 생칠이 바로 7~8년산 옻나무에 흠집을 냈을때 흘러나온 수액, 즉 옻 진액이죠.


다음 단계는 황토하고 생칠을 혼합해서 나무에 눈매를 메워줍니다.


그 다음으로 곱게 연마를 하고 나무의 수축변화를 막기위해 생칠과 찹쌀 풀을 혼합시켜 삼베와 한지를 바릅니다.

한지를 바른 상태에서 바로 고래(토분과 생칠을 혼합한 것)를 바르르면 매끈하게 되죠. 또 연마를 하고 흑칠을 해요.




▲ 나전칠기 과정 1


흑칠이 왜 흑칠이냐 하면 월래는 투명성을 띠는데 생칠을 계속 정제하는 과정에서 산화철이 들어가요. 그래서 자연적으로 칠흑같은 검은색으로 변하게 되요.




▲ 나전칠기 과정 2


흑칠을 한 거칠은 바탕위에 고래로 눈메를 메우고 연마를 한뒤 초칠을 하고 연마한 뒤 자개를 붙입니다. (자개=나전)




▲ 나전칠기 과정 3


다시 자개등위에 고래를 바르는데 이것은 자개 높이와 칠면이 같도록 하는 평탈기법의 단계입니다.



▲ 나전칠기 과정 4

초칠, 중칠, 상칠 단계를 거치면 칠면이 아주 고와져요. 이렇게 연마를 마치면 완전 수정같이 돼요. 일반적으로 광내는 작업으로 평탈기법이 완성되는데 장인에 따라 꽃잎에 색옻칠을 한후 금으로 시회작업을 할 때는 3~4단계 더 거칩니다. 이 단계에서 초벌광을 내고 중벌광을 내고 다시 마감광을 내가지고 마감이 되는 단계에요. 이렇게 완성이 되려면 보통 20단계 이상을 거칩니다.



▲ 나전칠기 과정 5

Q : 이렇게 작업하는데 기간은 얼마나 걸리나요?

- 한 번 칠을 하면은 3일 정도를 말려야 돼요. 그렇게 한작품이 완성이 되려면 보통 8개월 정도가 걸려요. 천 년 이상을 간다는게 그런 과정을 거쳐야 돼요.


모든 작품이 이 과정을 거쳐서 만드는건 아니죠. 칠로 해서 마감을 하는 것도 있고 삼베로 해서 마감을 하는 것도 있어요. 반상기 종류는 칠로만 반복 작업을 해서 마감을 해요.




▲ 삼베바른후 접칠과정중인 구절함




▲ 목칠기법으로 작업중인 반상기



Q : 예전에는 화학적 안료가 없을 때는 어떻게 색을 냈나요 했나요?

- 돌가루를 많이 갈아서 했어요. 주로 왕실에서 썼던 주칠은 광명주사로 색을 만들어 나전칠기를 제작했어요.




▲ 안료


Q: 우리나라 옻칠에 특징이 어떤 거라고 생각을 하세요?

- 지형적으로 배수가 잘되는 원주는 옻나무가 성장하기에 좋아 옻산이 많은 만큼 질이 뛰어나요.중국은 옻칠을 여러번 해서 조각하는 조칠기법이 발달했고,일본은 금으로 하는 시회기법이 발달했어요.우리나라는 송나라 사신 서긍이 "고려의 나전칠기는 세밀하여 귀하다."고 했을 만큼 천년을 이어 온 나전칠기가 발달했어요.


Q : 기능을 전수 받게 된 것은 언제인가요?

- 현재 생존하고 계신 큰아번지(박병억 83세)께서 12~13세에 나전칠기를 배우셔서 20대에 공방을 크게 하셨어요. 저도 졸업하면서부터 기술을 배우게 되었고 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옻칠을 했어요.

고급기술을 배우기 위해서 홍순태 선생님,민종태 선생님 밑에서도 일을 해보고 다양한 경험을 얻기 위해 노력했어요.그러다가 15년 전에 독립을 했어요.


Q : 30년 동안 전통 옻칠을 하면서 힘드셨던 점은?

- 나전칠기 전성시대는 큰아버지공방에서 책임자생활로 괜찮았는데 나전칠기가 사양길로 접어들면서 어려웠죠.늦게 결혼하면서 어떤 일을 최소한 10년정도 버티면 성공한다는 말을 듣고 견디어 왔어요.그래서 여기까지 왔죠.




▲ 박만순 장인 작품 초충도 문갑


Q : 앞으로 꿈과 바라는 부분은?

- <공예는 손끝의 문화다>라는 말이 나전칠기와 딱맞는 말이에요. 고려시대의 명품인 나전칠기가 대부분 해외로 나가 있는데 손끝에 손끝을 더하는 정성으로 몇가지만이라도 재현해보고 싶고 산업화에 적용할 수 있는 곳에 나의 기술을 발휘해보고 싶습니다.

전통문화를 이어가는 장인에게는 외골수의 고집이 느껴진다. 그러한 고집이 없으면 산업화와 기계화에 뛰떨어진 전통문화를 지금까지 이어오지 못했을 것이다. 죽기 전까지 많은 작품을 남기고 싶다는 박만순 장인의 작은 꿈! 전통을 이어가는 자부심으로 지금까지 외길을 걸어왔다면, 앞으로는 장인의 꿈을 위해서 천천히 걸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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