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전통 건축 문화유산의 보수에 기계 치목이 웬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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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전통 건축 문화유산의 보수에 기계 치목이 웬 말인가?
  • CPN문화재TV
  • 승인 2024.08.28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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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수 하면 떠오르는 관용어는 대패질과 그렝이질(자연석 초석의 면에 맞추는 나무 가공 전통 기술), 자귀질과 톱질이다. 이것이 기본적인 한국 전통 목구조 건축물의 특징이다. 이런 기능을 잘 살려 후손들에게 전해주는 것이 오늘을 사는 우리의 몫이다.

 

지금은 쓰지 않는 갓끈과 더불어 한복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오랫동안 바느질로 그 기능을 이어왔다. 지금도 편리한 도구를 사용하지 않는다.

 

전통 기능을 공부하고자 한국전통대학교가 부여에 설립되어 있다. 편리가 대세인 요즘이다 보니 공정의 과정을 공장에서 기계로 대패질도 하고 자귀질도 한다. 또한 그런 과정이 우리 전통 건축물의 수리보수에 버젓이 사용되고 있는 현실이다.

 

과거 우리 전통 건축물의 완성은 숙련된 목수의 노련한 대패질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직도 우리의 전통을 이어온 산사와 궁궐 건축물에서 이런 전통미의 흔적을 후손들이 엿볼 수가 있다.

 

그런데 국가유산청에서는 손으로 작업하는 모든 작업공정을 기계 품셈으로 일률적으로 계산하여 예산을 절감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즉 손으로 수작업 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기계로 치목하는 것을 공사비에 셈해주는 방식이다.

 

한마디로 말해 대대로 이어오던 우리의 전통 기능과 지혜를 국가유산청이 앞장서서 말살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라고 자문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한옥의 편리성에 의해 내부에 양변기도 설치하고 샤워실도 설치하지만, 그래도 우리의 전통 건축물, 특히 보물이나 국보에는 조상대대로 내려오는 전통 손기술을 담아 전승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경주 양동마을 전경(사진=국가유산청)
경주 양동마을 전경(사진=국가유산청)

 

일률적으로 기계 치목을 강조하다 보면 우리의 전통 기능을 연마하려는 사람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버릴 것이다. 그러면 국가유산청의 존립도 의심스럽게 된다. 프랑스나 영국도 전통 목구조 건축물에는 손가공을 원칙으로 한다. 몇 년 전 화마로 전소된 노트르담 성당 같은 경우도 대부분 목수의 손가공에 의존한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의 문화유산을 담당하는 국가유산청은 이런 것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예산 절감만을 이야기하고 있다.

 

문화유산 전문가인 노 교수는 아낄 것을 아껴야지, 라고 푸념 한다. 다른 곳에는 예산을 펑펑 쓰면서 우리 국민의 정신적 기둥이라고 할 수 있는 전통 건축물에 예산 타령을 하는 국가유산청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먹줄을 뜅기면서 대패질하던 우리 조상들의 지혜는 과연 어느 곳으로 사라질 것인가. 전통대학교 학생들에게 절삭기 등 기계만 가르치면 되는데 무슨 공부를 시키려 드는지 개탄스러운 분위기이다.

 

조상들의 지혜는 가슴과 열정으로, 즉 마음에 있는 정성을 모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손으로 다듬고 가슴으로 그 앎을 말하는 전통 기능의 전수는 국가유산청의 노력 여하에 따라 미래가 열릴 것이다.

 

틈만 나면 행정 편의주의에 입각한 국가유산청,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각종 설명회나 조사를 위해 수십억(수년간 수백이 투자되었다. 아직도 그 조사는 끝나지 않았고 이어지고 있다.)의 예산을 낭비하는 품셈 조사를 그만 두고 전통을 되살리는 노력을 게을리 하면 안 된다. 몇 년 후에는 우리 조상들이 남긴 건축물을 이해조차도 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기계 품셈이라는 말이 아예 국가유산청의 행정에는 배제되어야 한다. 전통과 민족의 자긍심을 고취시키는 부처가 국가유산청이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건축물이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적 자양이라는 사실을 알고 전통 기능을 확실하게 정립하였을 때 젊은이들도 미래를 걸고 투자할만하다고 여길 것이다. 현재 기능인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전통 기능의 미래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조상의 지혜를 후손들이 배워 익히는 것이 국가의 엄연한 존립 이유라는 것을 국가유산청이 정작 모르는 것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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