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의 힘, 소목장 고윤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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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의 힘, 소목장 고윤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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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8.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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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학 소목 장인

강원도, 강릉시 변두리 한적한 학동마을 고윤학 장인의 작업실. 충청도 태안 태생의 고윤학 장인이 강원도에 터를 잡은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20년 전이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기보다는 그냥 나무 따라왔다고 한다. 어릴 적부터 목수였던 부친 고여종씨로부터 연장 다루는 법을 배운 탓에 어느덧 소목장이 평생의 직업이 되었다. 빈한한 가정 탓도 있었지만, 워낙 나무를 만지고 다듬는 일에 취미가 많았다.



70년대 수공예품 수출이 한창 붐을 이룰 때 그는 고향을 떠나 아세아 공예사, 토우 공예사를 거쳐 현재 경주 신라역사박물관 관장인 서울 공예사 석우일 선생을 78년도에 만난다. 석우일 선생은 당시에 목재를 가공해서 일본으로 전량 수출하는 기업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고윤학 장인은 그의 철저한 지도를 받으면서 평생의 스승으로 모시게 된 것이다. 그곳에서 처음 초를 치는 법을 배우게 되면서 창작품에 손을 대게 되었고, 특히 강원도의 불상에 대하여 처음 접하게 되면서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 불상과 나무를 따라서 강원도에 정착하게 되었다.



"강원도 부처님들 대부분은 상호가 도톰하고, 미간이 넓은 편입니다. 추운 지방이다 보니 아무래도 풍만한 느낌을 더하기 위해 일부러 그렇게 만들었나봅니다."




▲강원 삼척 영은사 아미타불좌상과 전남 곡성 도림사 아미타불좌상 비교

다른 지방의 나뭇결과 강원도 나무의 나뭇결은 사뭇 그 운치와 경계가 달라 조각하는 맛에도 손에 착착 감길 정도여서 한번 일에 빠져들면 곡기를 거를 정도가 다반사라고 한다. 부처님의 상호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스스로 무언가에 홀린 듯 그렇게 자신의 조각품에 빠져들고 있어, 불기를 조성할 때는 삿되고 엄한 기운을 멀리하기 위해 칼 한 자루에도 정성을 다한다. 그렇게 93년도부터 강원도 내의 사찰 닫집, 불상을 조성하기 시작해서 스스로 익히고 모르면 스승을 찾아가 묻기도 하면서 어느덧 강원도의 전통적인 불상과 닫집의 일인자가 되어 갔다.




▲고윤학 장인이 조성한 강릉 천동사 관세음보살, 지장보살

“강원도만의 조각기법은 남다른 게 없어요. 예로부터 추운 지방이다 보니 나무가 강하고 무르지 않아서 오히려 다른 지방의 조각기법보다 칼만 몸에 익으면 작업하기가 수월하지요. 숙련되기까지 무척 고생하겠지만요.”



강원도 사찰의 닫집과 조각 형태를 30여 년 동안 몸으로 익히고 배우다보니 이제는 누가 뭐라 해도 강원도의 대표적인 불(佛)장인이 되었다. 전통의 이해, 그 길목에서 판에 찍듯 전국 어디서나 비슷한 불상, 닫집이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고윤학 장인의 불상과 닫집은 강원도의 힘이 느껴진다는 점이다.



목수라는 직업은 단 한순간에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 뼈가 무르지 않고, 야들야들할 때 잡은 연장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몸에 붙는다. 그런 관록과 연륜이 조각품 하나하나에 동맥, 정맥이 되어 숨결을 불어 넣는다. 불상에 그런 정성이 없으면 일반 신도들은 그저 나무에 절하고 예를 올리는 것과 다르지 않으니, 불상을 조성하는 의미가 없다.




▲고윤학 장인

“돈이야, 인연 따라가는 것이죠.”



영동지방 사찰의 대부분은 고윤학 장인의 손을 거쳤지만 변변한 작업장, 남들처럼 화려한 삶은 없었다. 같은 목공예 공방에서 만난 동업자이자 조력자인 부인 김향자씨도 고윤학 장인의 불상을 대하는 깐깐한 성격에 대하여 혀를 내두른다. 거의 다 완성된 불상도 강원도 특징이 살아있지 않거나 불경스러운 느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단 한 차례도 그대로 조성한 적이 없다고 한다.




▲고윤학 장인이 복원한 동해 삼화사 철조노사나불좌상(보물 제 1292호)

고윤학 장인은 장인의 손끝에서 묻어나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그 신심과 정성이라고 한다. 좋은 나무를 구하기 위해 강원도 심심산곡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로 발품을 팔아 강원도 구석구석 모르는 곳이 없다. 그러다 인적 없는 산사에서 마주한 불상과 닫집에 홀려서 몇날 며칠 머물며 불상과 닫집을 연구하기도 했다.







▲고윤학 장인이 조성한 삼척시 삼장사 대웅전 닫집과 강릉 연곡 현덕사 극락전 탁자, 닫집

전국 어디가나 불상은 많았지만 강원도 불상은 그 맛과 멋이 다른 격과 예가 있다고 주장하는 고윤학 장인. 그가 살아온 세월만큼 앞으로도 그는 영원한 조각, 불상조각 장인으로서 강원도의 이름 앞에 서고자 한다. 장인을 낳고 키운 것은 충청도지만 장인에게 인생과 삶의 지표를 알려준 곳은 바로 강원도다. 자신과 비슷한 연배의 두 늙은 제자와 함께 그의 강원도 불상과 닫집 연구는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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