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금의 문화재 부실시공 논란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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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금의 문화재 부실시공 논란을 바라보며...
  • 관리자
  • 승인 2013.1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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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 부실시공 논란이 있은 직후 문화재 관련 언론 기사가 대폭 늘어났다. 하루에도 몇 건씩 문화재 관련 기사로 정신이 없다. 숭례문은 단청 뿐 아니라 명망 있는 장인의 손에 의해 진행된 목공사에서도 출처 불명의 목재가 사용되었다고 한다. 가만히 잘 얹혀있는 기와가 곧 무너질 것이라는 기사도 등장한다. 숭례문뿐만이 아니다. 석굴암, 팔만대장경 등 국사 책에 등장하는 소중한 문화유산들도 위중한 상태라고 한다.



이는 국보 1호 숭례문이 우리나라 국민 모두의 이목을 문화재로 집중시켰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아쉬운 것은 정확한 근거가 없는 기사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숭례문은 정말 언론에 나온 것처럼 당장이라도 무너질 위기에 처해있을까? 전문가들의 생각은 달랐다.




▲복구된 숭례문 전경(사진-문화재청)


20여 년간 전통 단청에 종사해 온 한 장인은 “숭례문 단청이 갈라진 것은 안타깝지만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기일에 상관없이 언젠가는 단청이라는 것은 다시 칠해야 하는 법이다”라고 생각을 밝혔다. 기와 제작에 종사하는 또 다른 장인은 “기와는 영하권의 날씨에도 열파나 동파가 없는 것으로 확인 됐다. 전통방식으로 제작을 했기에 몇 장정도 동파가 나는 것도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왜 그리 확대해석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말 그대로 ‘문화유산’이지 않은가. 왜 우리는 이 ‘문화유산’이라는 그 기초적인 명사에 둔감한 것일까? 쉽게 표현하자면 골동품이다. 세월의 특성을 간직한 문화유산은 끊임없이 보수와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담장이 허물어질 수도 있고, 건축물이 일부 훼손될 수도 있다. 그런 것을 방치하고, 관리를 하지 않는 점을 문제 삼는다면 모를까 지금의 과열된 ‘문제점 찾기’는 문화재 보전을 위한 올바른 대처라고 할 수 없다.




▲숭례문 복원을 위해 힘을 모았던 문화재 종사자들


작금의 문화재 관련 종사자들은 대부분 허탈감에 빠져있다. 기와 한 장 얹기 위해 늘 위태로운 작업 환경에서도 묵묵했던 와공, 돌가루를 마시면서도 망치질을 멈추지 않았던 석공, 스무 살 때부터 칠십이 넘도록 대패 밥을 먹었던 목수, 이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졌고, 평생의 자긍심은커녕 오히려 범죄자가 된 느낌이라고 한다. 문화재의 특성과 보수현장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언론에 의해 일방적으로 난도질당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 청와대는 새로운 문화재청장을 내정했다. 난마처럼 얽힌 숭례문 문제, 그밖에도 각종 문화재 관련 이슈에 대하여 슬기롭고 지혜로운 대처가 필요한 때이다. 더불어 문화재청 공무원, 그리고 관련 사회단체, 언론들은 새로운 청장이 제도적인 모순을 잘 이해하고 바르게 행정을 펼칠 수 있도록 도움이 되어야 할 것이다.





▲나선화 신임 문화재청장 내정자(사진-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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