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덕사 대웅전이 어쨌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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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덕사 대웅전이 어쨌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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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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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4일 용산결찰서 ‘지능범죄팀’에서 문화재 기술자 면허대여 사건으로 업체와 기술자들을 입건하면서, 이로 인한 부실공사가 예상된다는 발표가 있었다. 이 발표를 바탕으로 다수의 언론들이 우리나라 고건축의 상징물이랄 수 있는 국보 49호 수덕사 대웅전 및 송광사를 그 대상으로 지목하였다.


 

수덕사 대웅전은 고려 충열왕 34년에 지어진 수덕사 본전 건물이다. 일제감정기 말 해체 복원하면서 명문이 발견되었다. 그 결과로 정확한 건축연대를 알 수 있었고, 봉정사 극락전, 부량수전과 더불어 고려시대를 대표하는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측면 3칸, 정면 4칸의 주심포 양식으로 비록 일제에 의해서지만 최초로 수리보고서가 발간될 정도로 중요한 역사성을 가지고 있는 목조건축물이 몇몇 언론에 의해 부실공사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일제감정기 말 조선총독부는 이 수덕사 대웅전을 해체 복원하고자 했다. 이 공사는 일본인 목수 지전에게 맡겨졌는데 당시 수덕사의 만공스님은 ‘조선의 건축물을 왜놈에게 맡길 수는 없다’며, 인근 갑사에서 일을 하던 조선인 최고의 사찰목수 김덕희에게 공사를 맡긴다. 이 과정에서 총독부와 숱한 마찰을 겪기도 했다.


 

결국 ‘그렇다면 지전하고 김덕희 하고 누구의 실력이 좋은지 겨뤄보자’는 데까지 논의가 진행되었다. 송판 두 장을 대패질해서 노끈으로 칭칭 감아 우물에 던져놓고 하루를 재운 후 꺼내 더 오래 붙어 있는 쪽이 도편수(공사의 총 책임 목수)가 되고 다른 사람은 부편수가 되는 방식이었다. 그 대결에서 김덕희 목수가 승리를 했다고 한다. 그래서 소중한 문화재를 우리 민족의 손으로 해체하고 복원할 수 있었다.


 

당시 수덕사 공사에 일반 목수로 참여했던 현재 무형문화재 보유자 최기영의 선친, 전흥수의 선친 등이 우리나라 고건축의 장인 계보를 잇고 있다. 이러한 중요 건축물이 문화재 기술자 면허 대여로 부실시공이 되었을지도 모른다고 앞을 다투어 보도가 되는데 참으로 참담한 심정이었다.


 

하지만 취재 결과 수덕사 대웅전은 최근 몇 년 동안 보수가 이루어진 적이 없었다. 더군다나 전면적인 보수가 이루어졌다면 분명 우리나라 최고의 석학들이 모여서 몇 차례에 걸친 자문회의를 했을 터이고, 그렇다면 그런 자문회의에서 잘못된 점들이 지적됐어야 한다.


 

이에 대해 수덕사 주지스님인 지운스님은 한마디로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하지도 않은 공사에 부실시공 운운하다니 이건 도대체 어느 곳에다 항의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한다. 최근에 공사를 했다면 대웅전과 500여 미터 떨어진 주차장 근처 선문의 단청을 시공한 사례 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엄청난 부실시공이 있었던 것 같았던 언론보도는 참으로 카더라 통신의 해프닝에 지나지 않았다.



수덕사 측은 “언론은 어느 근거로 부실시공 운운했는지, 어디 한 곳도 다른 논지의 기사를 내보내지 않았다는데 분통이 터진다. 모든 언론사에 항의 공문을 보낼 것”이라고 취재 요청을 했다가 오히려 망신만 사고 말았다.


 

현재 문화재 판은 감사다, 경찰조사다 하여 뒤숭숭하다. 업계의 오랜 관행이다 싶은 기술자 면허 대여 이참에 뿌리 뽑아야 한다. 하지만 정확하게 무엇이 문제인지부터 살펴봐야 한다. 기술자들의 잘못으로 몰아가기 바쁜 사회 분위기, 정작 책임져야 할 사람은 누구인가? 정책 입안자들과 현장조차 제대로 모르면서 마구잡이식 보도를 하는 언론이야말로 또 다른 부실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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