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승 47호 단양팔경 사인암은 삼겹살 구워 먹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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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승 47호 단양팔경 사인암은 삼겹살 구워 먹는 곳?
  • 관리자
  • 승인 2014.0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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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승 제47호 단양 사인암



명승 제47호 단양 사인암은 단양팔경 중 으뜸으로 수려한 경관을 자랑한다. 기암괴석이 운선구곡과 만나면서 기묘한 형상을 만들어 놓은 천혜의 자연환경은 물론이거니와 사인암에 새겨진 금석문은 역사성과 작품성이 뛰어나 문화재적 가치가 우수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고려 말 학자 우탁(1263-1343)이 정4품 사인재관 벼슬을 할 때 휴양하던 곳이라 해서 사인암이라는 명칭을 얻게 되었다. 절개된 바위는 채석강의 풍광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하고, 주변의 수목은 푸른 물과 어울려 명승지로서 그 기품을 더해준다.



사인암 주변으로는 한국전쟁 직후인 1954년 황령산 계곡에 있던 청련암이 옮겨와 명승경관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청련암은 충청북도 유형문화재 제 309호 목조보살좌상과 대웅전 편액 등의 유물을 보존하고 있는 사찰로 사인암의 실질적인 관리주체인 셈이다.



아름다운 경치와 별개로 사인암은 최근 여러 가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절개된 바위틈으로 나무뿌리가 자라면서 홍수나 결빙으로 인한 2차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바위 기반이 허술해지다보니 낙석사고를 비롯한 행락객의 안전이 걱정이다. 또한 사시사철 입소문을 타고 관광객이 몰려오면서 점차 예전의 모습을 잃어가고 있는 것도 큰 문제다.





▲바위틈을 파고드는 나무뿌리(사진-청련암)



특히 한여름이면 행락객들이 바위 밑에서까지 과감하게 야영을 한다. 저녁이면 술판을 벌이고, 사인암 암질을 긁어서 금석문을 훼손하는 것은 물론이고, 바위 위에 새겨진 문화재적 가치가 높은 바둑판에 삼겹살을 구워먹기까지 한다.




행락객을 제지할 수 있는 위험표시 및 제책을 비롯한 아무런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사인암 청련암 각주스님은 “여름철이면 행락객들과 한판 씨름하느라 혼을 다 빼놓을 지경”이라고 한다. 단양군청 및 명승 관리주체인 문화재청에 수차례 민원을 냈지만 그 때마다 참고하겠다는 답변만 들을 수 있었다고 한다.




▲사인암 바둑판 바위(사진-청련암)



가장 시급한 문제는 금석문의 훼손이다. 사인암에는 연대를 알 수 없는 수많은 명문이 새겨져 있다. 고려 왕자의 글씨를 비롯한 수많은 명문들이 점점 바위와 함께 흘러내리고 있는 것이다.



자연문화유산은 세월이 흐르면서 훼손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인위적으로 훼손이 된다면 이를 막고 관리해야 하는 주체는 바로 문화재청이다. 문화재청 명승 담당자는 단 한 번도 현장을 가보지 못했다고 스스로도 아쉬움을 토했다.



최근 몇 년 동안 고작해야 나무 몇 뿌리 제거하는 몇백만 원의 사업비가 지원됐을 뿐인데 그것마저도 가 보지도 않고 지원한 꼴이다. 행락객의 출입을 통제할 수 있는 제책 설치나 관리사 건축은 시급한 문제다. 명문이 사라지기 전 탁본 및 현황 조사를 철저히 해서 더 이상의 망실을 막아야 한다.



조선 후기 최고의 화가 김홍도의 ‘병진년화첩’에도 등장하는 사인암, 더 이상 훼손을 막지 못한다면 이제는 화첩에서나 볼 수 있는 우리의 소중한 유산이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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