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국감, 문화재청 ‘낙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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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국감, 문화재청 ‘낙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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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10.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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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2014년 문화재청 국정감사가 밤늦게까지 진행되었다.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숭례문 문제부터 충무공 사적지 일본식 조경 문제, 숭례문 부실시공 파문의 여파로 실시한 주요 문화재 일제 점검 조사의 부실조사 문제 등이 다뤄졌다.



새민련 유은혜 의원은 문화재청이 지난 4월부터 전문가를 구성해서 실시한 주요 문화재 안전진단 및 보존 시스템 조사가 부실하게 이루어졌다는 점을 강도 높게 질타했다. 이에 문화재청 나선화 청장은 일부 조사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시인했다.




▲유은혜 의원



가장 큰 문제는 21세기 문화재 관리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는 고민이 없다는 것이다. 건축물의 경우, 문화재가 넘어질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기초적인 조사에 그치고 있고, 북한산 사적 주변에는 망실된 문화재가 수두룩한데도 이런 조사는 애초부터 이루어지지 않았다.



마곡사 대웅전(보물 801호), 무위사 극락전(국보 13호)은 일제조사에서 별 이상이 없다는 결론이 났지만, 무위사 극락전은 육안으로 봐도 15도 이상 기울어져 있다. 해당 지자체인 강진군에서 군비를 지원해서 구조물 안전진단을 마친 상태로 시급성이 요하는 문화재였지만 문화재청은 또 다시 안전진단을 한다고 예산을 배정하고 말았다.



이는 엄연한 예산 낭비 사례다. 육안으로도 확연히 기울어져있는데, 건축학적으로 안전하다고 하니 전문가 집단이 마피아 소리를 듣는 것이다. 전문가마다 의견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입맛에 맞는 전문가의 의견만 경청한다는 소리가 문화재 판에서 들려온 것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국민들 눈높이에 따른 상식적인 의견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문화재청은 인식해야할 필요가 있다. 문화재는 모든 국민들의 소유이기 때문이다.



충남 청양 소재 운장암의 보물 986호 금동보살좌상은 박락이 일어나고 쥐의 배설물로 피해를 입고 있고, 서울 성북구 소재 보타사의 경우 보물 1828호 마애불이 이미 훼손될 대로 훼손되어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망실되어 가고 있는데도, 현장 점검 한번 제대로 이루지지 않았다. 보타사 주지 스님은 매일 같이 마애불 위로 지나는 큰 트럭들 때문에 혹시라도 마애불이 무너지지 않을까 잠조차 제대로 이루지 못한다고 하소연하는데, 문화재청은 보물로 승격시키면서도 이런 현황은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




▲보물 1828호 서울 보타사 마애불



어디 그뿐인가? 보타사의 보물1818호 금동보살좌상을 모셔놓은 법당은 물이 줄줄 새고, 습기로 누전이 염려되어 전기조차 켜지 못하는데, 문화재청은 전수 조사 한번 하지 않았다. 전국에 산재한 문화재 관리 실태가 심각한 지경인데 문화재청은 현장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문화재 보존 대책으로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국감 직후 ‘은평역사한옥박물관’ 황평우 관장은 이러한 부실 조사의 원인은 “문화재청의 입장을 대변하는 소위 ‘어용 전문가’를 주로 활용하기 때문”이라며, 이러한 관행이 마피아와 무엇이 다르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먼저 다가가는 문화재 행정의식, 또한 시민단체와 국민들의 의견을 바로 듣고 시행하는 자세, 문제가 있으면 즉각 움직이는 기동성, 이런 모든 부분에서 문화재청은 올해도 지난 국감과 똑 같은 답변과 똑 같은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고, 어김없이 올해도 낙제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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