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영웅 신화에서 일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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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영웅 신화에서 일상으로
  • 관리자
  • 승인 2004.07.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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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2년 손기정 옹의 별세 이후 잊혀져가는 것에 아쉬움을 느껴 이번 손기정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올림픽 영웅으로서만 조명돼 신화처럼 부풀려져 있는 모습보다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데 힘을 실었습니다. 멀게만 느껴지는 분이었지만 전시회를 통해서 보다 일반인들에게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손기정 옹 생전에 가깝게 지내던 서양화가 강형구 화백이 평생 수집한 올림픽 사진자료와 손기정 선수의 사진자료들을 모아 ‘올림픽 108년, 그리고 손기정’ 전시회를 열었다.

강 화백은 지난 96년 손 옹을 처음 만나 느꼈던 따뜻함과 자상함이 전시회에서도 묻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전시비용 대부분을 자신이 충당하고 사진자료도 초등학교 때부터 평생 모은 것을 전시할 정도로 손 옹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 가끔 자신과 비슷하게 다혈질적인 모습도 있었다고 귀뜸한다.

손 옹에 대한 전시자료는 강 화백 뿐 아니라 유족 측에서도 졸업앨범이나 여권 등 일상생활을 엿볼 수 있게 하는 자료 3000여점을 내놓아 공개했다.

손 옹의 외손주로 국민생활체육협의회에서 근무하는 이준승 씨는 “이번 손기정 전시회는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며 “전시된 자료들을 위주로 데이터베이스화해서 사이버 손기정 전시관을 만들었고 이를 계속 가꿔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세간에서 흘러나오는 손 옹의 친일파 논란에 대해 언급하자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유족들에겐 차마 입 밖에 내기 싫은 내용이지만 장시간 이에 대해 말을 이어갔다.

“할아버지가 일장기를 달고 베를린에서 우승할 때 일장기를 달았다는 자체로 친일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우리나라보다 일본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되기는 했지만요. 또 일본 명치대를 나왔다는 학력문제도 친일이라는 기준에 들어가는지 모르겠군요. 시대에 대한 이해없이 무조건 몇 가지 현상만으로 친일을 단정짓는 것에 할 말이 없습니다.”

손 옹은 지난 1936년 우승 후 보성전문(고려대)을 다니다가 일제의 감시가 심해지자 자진해서 38년 일본 명치대 법학과로 옮겨 학업을 마치게 됐다고 한다.

명치대에는 입학 조건으로 ‘운동하지 않고, 한국 사람을 만나지 않는다’는 것을 내세웠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이 올림픽 우승을 했다는 민족의 자부심도 느끼지 못하게 미리 차단한 것이다.

“20세기에는 민족의 영웅으로 여기다가 21세기에 들어 갑자기 친일 논란에 쌓이게 되니 역사의 이중 잣대를 피부로 느낍니다. 박정희 대통령이 친일이면 손기정은 더 친일이라는 논리를 제기하는 이들이 어떤 잣대를 기준으로 말하는 지 이해를 못하겠습니다. 순수한 체육활동만을 고집한 인간 손기정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길 바랄 뿐입니다.”

이상하게도 박정희를 추모하는 세력에게서 친일이라는 평을 듣기도 한다. 그 쪽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에게는 황당하기만 하단다.

외손주 이 씨는 끝으로 “친일파라는 말이 세간에 떠도는 것보다 양지로 나와 차라리 이에대한 논의가 활성화 됐으면 한다”며 “사이버 손기정 전시관에서도 토론을 마다하지 않겠으며 왜곡된 점이 인정된다면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전했다.



세종문화회관 본관, 신관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회는 이달 29일 전시회 개회식을 시작으로 내달 10까지 이어진다.

전시 자료는 올림픽 기록과 손기정 옹에 대한 사진과 자료를 합쳐 모두 3000여점.

제 1전시의 ‘손기정이 달려온 길, 그리고 베를린 올림픽’에서는 손 옹의 각종 사진자료와 신문 스크랩, 여권 등 일상을 느끼게 하는 자료가 전시된다.

하지만 강 화백의 말처럼 인간적인 손기정을 느끼기에는 전시 기획이 부족하다는 인상도 받는다.

제 2전시에는 올림픽 역사를 되짚어보는 ‘아테네서 아테네로’라는 주제로 공개되지 않았던 올림픽 초기 모습을 찍은 사진자료와 올림픽 기념 우표 등을 포함해 2000여점이 선보인다.

한편 레니 리펜슈탈 독일 감독의 1938년작 베를린올림픽 기록영화 ‘민족의 제전’ 중 손기정 선수가 나온 장면만 편집한 필름이 국내 처음으로 상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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