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후궁들 기리는 ‘칠궁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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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의 후궁들 기리는 ‘칠궁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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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10.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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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청장 유홍준)은 조선시대 역대 제왕의 사친(私親)으로 왕비에 오르지 못한 후궁들의 신주(神主)를 봉안한 칠궁(七宮)에서 전주리씨대동종약원의 주관으로 ‘칠궁제’를 25일 봉행했다.

청와대 내 종로구 궁정동 1번지에 위치한 칠궁은 조선왕조 역대왕이나 추존된 분의 생모로 종묘에 안치되지 못한 비운의 후궁 신위를 봉안한 곳이다.

이미 드라마 등을 통해 잘 알려진 숙종의 빈이었던 희빈 장씨의 신위도 이곳에 봉안돼 있다.

칠궁에 모셔진 신위는 육상궁(영조의 생모 숙빈 최씨), 연호궁(추존된 왕 진종(眞宗)의 생모 정빈 이씨), 덕안궁(영왕의 생모 순헌귀비 엄씨), 경우궁(순조의 생모 수빈 박씨), 선희궁(사도세자의 생모 영빈 이씨), 대빈궁(경종의 생모 희빈 장씨), 저경궁(추존된 왕 원종(元宗)의 생모 인빈 김씨)이다.

칠궁은 원래 각 처에 산재해 있어 춘분, 추분, 하지, 동지, 정삭, 한식, 단오, 추석 등 연 8회의 향사와 임시작헌례를 봉행했었다

이후 융희 2년(1908년)에 각 궁(육궁)을 이곳으로 옮기고 덕안궁도 옮겨 칠궁이라 하고 종전의 제향은 폐지하고 춘분과 추분의 정시제와 임시작헌례, 고유제만 봉행했다.

칠궁 터가 청와대 경비상의 이유 등으로 출입을 금지하고 제향을 봉행하지 못하고 있던 중 지난 2001년 칠궁을 일반인들에게 공개하면서 매년 10월 넷째주 월요일에 연 1회 제향을 봉향하고 있다.

칠궁제는 신을 모시기 위해 모든 제관이 두 번 절하는 신관례를 시작으로 전폐례(奠幣禮), 초헌레(初獻禮), 아헌례(亞獻禮), 종헌례(終獻禮), 음복례(飮福禮) 등의 제향 순서에 따라 진행되며 축문과 폐(幣)를 태우는 망료례(望燎禮)로 끝을 맺는다.

제례는 종묘제례와 큰 차이 없이 봉행되고 있다.

한편 칠궁 인근의 야산지역은 지난 1968년 김신조 등 북한 무장 게릴라 31명이 청와대를 기습하기 위해 침투했을 당시 전투가 벌어졌던 곳이다.

이에 지난 68년 이후 보안상 제례를 봉행하지 못하다가 지난 2001년부터 허가돼 올해로 4회째를 맞고 있다.

아직도 칠궁 주변의 야산을 중심으로 청와대 경비대의 수색이 삼엄하게 시행되고 있어 일반인의 방문 절차가 까다롭다.

전주리씨대동종약원 관계자는 “청와대 주변이라서 경비가 삼엄한 것은 이해하겠지만 보다 많은 관람객들이 이 곳을 찾아 조선시대 불운 했던 후궁들의 삶을 보다 자연스럽게 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칠궁 개방 문제를 지적했다.

<제향 순서>
1. 신관례(神관禮) : 신을 맞기 위해 모든 제관은 두 번 절한다.
2. 전 폐(奠幣) : 신을 모시기 위해 향과 술을 올리고 신에게 폐를 올린다.
3. 진 찬(進饌) : 신위가 모셔진 각 7실 제상에 제물을 올린다.
4. 초헌례(初獻禮) : 초헌관은 신에게 첫잔 술을 올리고 축문을 읽는다.
5. 아헌례(亞獻禮) : 아헌관은 신에게 두 번째 잔을 올린다.
6. 종헌관(終獻禮) : 종헌관은 신에게 세 번째 잔을 올린다.
7. 음복례(飮福禮) : 제사에 쓰인 술과 음식을 들어 신이 주는 복을 받는다.
8. 철변두(撤邊豆) : 제사에 쓰인 제물을 거두어 들인다. 철변두 [徹豆]
9. 송 신(送神) : 신을 보내 드리기 위해 모든 제관이 두 번 절한다.
10. 망 료(望燎) : 축문과 폐를 태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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