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호의 문화재칼럼 _ 그림자도 문화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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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의 문화재칼럼 _ 그림자도 문화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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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8.1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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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도 문화재일까?

땅끝 마을에 위치한 유서 갚은 사찰 해남 미황사(주지 금강스님).
미황사는 지금 대웅전 벽의 천불도(千佛圖) 때문에 논란이 한창이다.

미황사 대웅전(보물 제947호)은 1754년 중수된 불전으로 평면의 구성, 공포의 장식성, 화려한 단청, 우수한 조각 기법 등 18세기 이후 불전의 전형적인 특징이 잘 나타나 있다.
대웅전 내부 벽에는 천불도가 조성되어 있는데, 인도 아잔타 석굴벽화, 중국 둔황막고굴의 천불벽화와도 비교되고 있는 귀중한 문화유산이다.

천불도란 천불사상을 근간으로 과거, 현재, 미래에 각각 출현한 천 명의 부처를 그린 불화를 말한다. 미황사 대웅전 천불도는 그중 현세의 천불을 묘사한 것으로 보이며, 벽에 직접 그린 그림이 아니라 화지(畵紙)에 채색하여 벽에 부착한 형태다.

이 천불도는 대웅전을 중수했던 1754년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조성된 지 260여 년이 지나다 보니 군데군데 훼손이 많이 되어 보존처리가 시급한 상태였다.
미황사 주지 금강스님은 당시 천불도의 보존상태에 대해 "천불벽화가 거의 300년이 다 됐습니다. 이것이 종이에 그려져 있기 때문에 종이 수명이 다 한 거죠. 장마철 같은 때는 여기(미황사)가 안개가 엄청 심합니다. 그리고 여름에는 문을 다 열어놓잖아요. 그러니까 이게 삭아가지고 부처님 얼굴이 뚝뚝 떨어집니다. 그러면 제가 사다리를 놓고 가서 풀을 구해다가 다 떨어진 것을 부칩니다. 다른 사찰의 벽화와 달리 종이에다가 그림을 그린 거라 이게 떨어지는 거죠 아무리 위에 다시 붙여놔도 뒤에 흑벽 이라 자꾸 떨어집니다. 그래서 보존 처리를 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천불도의 상태를 확인한 문화재청의 예산 지원과 사찰의 적극적인 주도로 보존처리 사업이 시작됐다.
공사를 맡은 ㅇㅇㅇ사는 천불도를 벽에 바른 상태로는 보존 처리가 어렵다고 판단, 자문회의를 통해 그림을 떼어내기로 결정했다. 이 떼어내는 과정에서 천불도의 속 그림으로 보이는 형태가 고스란히 벽에 남아 모습을 드러내게 된 것이다.

벽에 남아있는 그림은 떼어낸 천불도와 매우 흡사해, 사찰에 방문한 참배객들 사이에서 문화재가 훼손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천불도를 떼어낸 표구공 최 모 씨는 CPN과의 인터뷰를 통해 "남은 흔적은 그림자와 같아서 크게 의미없고 중요하지 않습니다."라고 논란을 일축하면서도, "(천불도의) 흔적이 남을 거라는 생각조차도 사실은 안 했어요. 떼고 나면 흔적이 남았을 수도 있지만 그런 것을 우리는 신경을 안 씁니다. 보통 흔적이 잘 안 남거든요. 그림을 떼는 것만 중점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솔직하게 말하면 그런 것이 생길 줄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라며, 속 그림이 존재할 수 있다는 점과 벽에 남은 그림이 문제 될 것이라는 점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천불도를 떼어내기 이전에 안료 안정화작업 등의 세심한 작업을 통해 훼손을 최소화했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속 그림 논란 외에도 문화재 원형 보전의 원칙에 따라서 그림자 부분에 정확히 천불도를 붙여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작업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어 천불도를 향한 논란은 점차 가열되는 양상이다.

그림자도 문화재일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가당치도 않은 말이라고 한다. 하지만 천불도가 사라진 벽에 버젓이 남아 있는 천불도는 뭐란 말인가. 문화재 동네가 그림자 천불도에 대한 논란으로 시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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