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호의 문화재칼럼 _ 문화재청은 지자체 고유권한을 침해하지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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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의 문화재칼럼 _ 문화재청은 지자체 고유권한을 침해하지마라
  • 관리자
  • 승인 2018.02.26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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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이 사찰 내 국가소유 석탑이나 부도 등의 건조물에 관한 사업의 경우, 지자체가 직접 발주하라는 공문을 각 지자체 문화재 담당자에게 보냈다고 한다.
참으로 얼토당토않은 정책이며 행정편의만 추구한 탁상행정의 전형이다.

사찰 내 문화재는 제 아무리 국가소유라 해도 사찰 땅 위에 서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엄밀히 말하면 사찰에서 몇 백 년 전에 조성해 놓은 것을 국가가 편의에 의해서 강탈해(?)간 것이나 다름없는데, 사찰이 발주하는 자본적 보조 사업을 절대 불허한다는 문화재청의 정책은 명확한 근거도 없을뿐더러 자칫 불교계와 마찰이 일어날 소지가 크다.

물론 관리자가 없거나 야산이나 외떨어진 곳에 위치한 문화재는 지자체에서 직접 공사를 발주 할 수 있다. 하지만 사찰 내에 소재하고 있는 문화재는 도난 및 훼손 방지를 위해 사찰 자체적으로 적극적인 관리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 동안의 노고는 차치하더라도 사찰과 조화를 이루어 복원 및 보수가 진행되려면 사찰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는 종교의 편의가 아니라 문화재 주변 환경을 고민하고 고심해온 관리 주체를 인정하지 않는 무지한 발상이다.

문화재청은 언제까지 탁상행정만 할 것인가?
왜 지자체 공무원들과 충분히 협의하고 각 문화재 별로 특수한 사정을 이해하려는 노력 없이 행정 처리를 하는지 개탄스러울 뿐이다.
이렇게 일방적으로 공문을 툭 던져 놓는다면 지자체 공무원들은 문화재청이 상위 기관이라는 명분하에 ‘갑질’하는 것으로 밖에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문화재청은 아직도 전근대적인 방식으로 문화재 행정을 이끌고 있다. 자본적 보조 사업으로 진행하든 시설비로 보수를 하든 그건 지자체 공무원의 권한이다. 지자체의 고유 권한까지 침범한다면 누가 문화재청과 소통하고 의견을 받아들일 것인가?
행정은 물 흐르듯이 자연스러워야 한다. 억지로 꿰어 맞춘다고 문화재 행정이 잘 흘러가는 것이 아니다. 서로 협조하고 이해를 구하면서 문화재 백년대개의 미래를 밝혀나갈 때 국민들도 문화재청의 행정을 신뢰할 것이다.

지자체에 일차적 관리 책임이 있는 국가지정 문화재, 오히려 지자체의 역량을 배가시키고, 선진적 행정으로 이끌어야 할 중요한 시점에 갈등의 요소만 양산하는 문화재청의 일방적 행정은 분명히 재고되어야 한다.


(사진=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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