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호의 문화재칼럼 - 국보, 보물이 화풀이 대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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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의 문화재칼럼 - 국보, 보물이 화풀이 대상인가?
  • 관리자
  • 승인 2018.03.09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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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1호 흥인지문>▲(사진=문화재청)

보물 1호 흥인지문에 방화사건이 발생했다. 남대문이 불탄 것이 엊그제 같은데, 온 국민이 비탄에 빠져 슬퍼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데, 흥인지문에 또 다시 방화 시도가 있었다고 한다.


국보, 보물이 화풀이 대상인가? 개인 간 보험료 문제 때문에 화가 나서 불을 질렀다는 방화범의 변명에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화가 치민다.


다행히 이번 화재는 문화재청의 발 빠른 초기 대응으로 큰 사고를 면할 수 있었다. 화재가 발생한 9일 새벽 1시 55분 경, 당시 근무 중이던 문화재 안전경비원 3명 중 2명이 2~3분 만에 출동해 한명은 화재를 진화하고 한명은 방화범을 제압했다. 이어 문화재청과 국립문화재연구소(안전방재연구실)가 피해 상황을 확인하고 현장을 수습했다. 숭례문 때와 비교하면 놀라울 정도로 재난 대응 체계가 강화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에 활약한 안전경비원은 문화재 훼손을 대비해 문화재청 안전기술과에서 지자체에 지원한 예산으로 채용한 인력이다.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문화재 별로 매뉴얼을 만들고 교육을 더 강화해서 전국적으로 확대 시행했으면 한다.


우리나라 문화재는 위험에 노출된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특히 사찰의 경우 공양간 시설이 열악해 가스통이나 버너를 그대로 노출시켜 조리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찰이나 문화재의 상당수가 산중에 위치하고 있다 보니 건조한 봄철 산불 피해가 크게 우려된다.


문화재는 한번 불에 타면 영구히 우리 곁에서 사라지는 것이다. 복원을 한다고는 하지만 그건 이 시대에 만들어진 복제품에 불과하다. 이번 흥인지문 화재를 계기로 다른 문화재들도 안전관리에 문제가 없는지 지속적으로 면밀히 살펴보아야 한다.


개인사의 불편함과 속상함을 문화재를 대상으로 화풀이한다는 것은 모든 국민들 가슴에 상처를 주는 일이다. 국보, 보물에 위해를 가하는 짓은 그 어떤 형벌보다 우선해서 단죄를 해야 한다. 그리고 참사로 이어질뻔한 이번 화재에 신속하게 대응해 우리 문화재를 지켜낸 안전경비원에게는 문화재청에서 적절한 포상을 해주어야 한다. 이 같은 선례를 통해서 우리나라 문화재의 소중함을 알릴 수 있는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하는 것이다.


문화재는 곧 우리의 역사이고, 지울 수 없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이다. 문화재를 슬기롭게 향유하고 잘 관리해서 다음 세대에 전달할 때, 비로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역할이 끝난다는 소명의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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