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人터뷰 - 2편. 문화재 경찰 강상우 경위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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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人터뷰 - 2편. 문화재 경찰 강상우 경위 편
  • 관리자
  • 승인 2018.03.27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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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우리나라에 2명뿐인 문화재 전문관 중 한 명인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강상우 경위를 만나 문화재 범죄 수사에 대해 들어봤다.>

지난달 말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008년 충남 천안의 고령 박씨 종중 재실에서 도난됐던 박문수 집안의 간찰(簡札, 한문편지의 일반 명칭) 천여 점을 숨겼다 되판 김 모 씨를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2008년 충남 천안의 고령 박씨 종중 재실에서 도난됐던 박문수 집안의 간찰의 봉투>▲(제공=문화재청)

이야기 속 인물로 알려졌던 암행어사 박문수를 역사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소중한 자료가 10년 만에 주인에게 돌아온 것이다.


1999년 대전에서 도난됐던 보물급 유물인 삼국유사 권재2 '기이편‘은 2016년에 범인이 검거되면서 제자리를 찾았다.


삼국유사는 문화재매매업자가 약 15년간 숨겼다가 공소시효가 끝난 것으로 판단해 이를 판매할 목적으로 경매시장에 출품하면서 범행 일체가 드러났다.


<강상우 경위의 범인 검거로 다시 찾은 삼국유사 권재2 '기이편‘은 현존하는 가장 빠른 조선 초기 목판본으로 학술 가치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있다.>▲(제공=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훔치거나 도굴된 문화재는 해당 범죄 공소시효가 끝나기를 기다려 유통되고 있어 문화재 관련 범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폐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처럼 문화재 범죄는 소위 전문 ‘꾼’들이 음지에서 오랜 시간을 두고 이뤄지기 때문에 범인 검거에 어려움이 많다.


경찰청은 문화재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2015년 문화재 전담관과 전문수사관제를 도입했다.


현재 문화재 전담관은 2명, 전문수사관은 40여 명이 각 지방경찰청에 배치돼 있다.


문화재 수사는 관련 분야 전문지식과 인적네트워크, 끈질긴 근성이 있어야 가능하다.


문화재 전문수사관들은 부족한 인력과 강력사건보다 관심이 적은 분야지만 소중한 문화유산을 지킨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우리나라에 2명뿐인 문화재 전담관 중 1명인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강상우 경위를 만나 문화재 범죄 수사에 대해 들어봤다.


문화재 전문지식과 유통과정 알아야 가능


문화재 전문수사관은 어떤 일을 하나요?


문화재 범죄는 대중적으로 일어나는 범죄는 아니고 문화재에 대한 안목이 있는 사람들이 행하는 범행이기 때문에 그만큼 전문성이 필요합니다. 문화재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유통과정 등 여러 가지 사항을 알아야만 문화재 수사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문화재 전공자, 관련 분야 전문수사경험이 많아야


어떤 사람이 문화재 전문수사관으로 활동하고 있나요?


문화재를 전공했다든지, 아니면 오랫동안 문화재를 수사했던 경험 있는 사람들 위주로 문화재 전문요원이라고 해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2015년 문화재 범죄 근절을 위해 도입


문화재 전문수사관제도는 언제 도입됐나요?


2006년에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처음으로 문화재 전담팀을 발족했고, 그 이후 2015년에 경찰청에서 문화재 근절대책으로 전문관 제도를 시행해 (저를 포함한)두 명의 전문관이 있고 전국 16개 지역에 40여 명의 전문 수사관이 배치돼 있습니다.


<강상우 경위가 되찾은 문화재에 대해 현장 조사를 하고 있다. >▲(제공=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수사에 필요해 시작한 문화재 공부, 이제는 상당한 수준에 이르러


원래 문화재에 관심이 많았나요?


중요 문화재 사건 수사를 하면서 문화재 공부를 했습니다. 도자기의 특성, 명칭과 서지가 무엇인지, 고가구가 무엇인지를 스스로 공부하면서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2000년 ‘통일신라시대 삼존불상’ 사건 통해 문화재 처음 접해


문화재와 인연은 언제 시작됐나요?


(2000년)통일신라시대 삼존불상 사건이라고 그 사건을 처음 접하면서 문화재를 알게 됐습니다. 지금은 작고하신 황수영 박사님이라고, 우리나라 문화재계에서는 최고 권위자였는데 그분을 만나면서 문화재에 대한 관심을 갖게됐습니다. (황수영 박사: 1918~2011, 국립중앙박물관장, 동국대 박물관장, 동국대 총장 역임, 경주 문무대왕 해중릉 발굴, 석굴암 복원, 울산 반구대 암각화 유적 연구 등 많은 업적을 남긴 1세대 한국미술사학자. - 기자 주)


문화재 수사 매뉴얼 없어, 책 ·도서관· 전문가 찾아다니며 배워


문화재 수사를 하면서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도자기 하면 일반적으로 고려청자만 알고 있었지 백자나 토기 종류 등 그 당시 시대상에 대해 전혀 몰랐습니다. 또 경찰에 체계화된 매뉴얼도 없다 보니 도서관도 다니고 학계에 있는 분들께 자문도 받으면서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2014년 국내 최대 불교 문화재 도난사건에서 환수된 문화재들>▲(제공=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2014년 국내 최대 불교문화재 도난 사건 해결 가장 기억나


그동안 회수한 문화재는 얼마나 되고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어떤 것이 있나요?


(회수한 문화재는)약 5,000여 점 정도 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2014년도에 국내 최대 불교 문화재 도난사건과 관련해서 환수했던 사건이 있는데, 시·도 지정문화재를 포함해 불교 문화재 48점을 찾아서 작년에 조계종을 통해 각 사찰로 돌려보냈던 사건이 기억납니다.


문중의 유산, 집안 가보를 찾아줬을 때 ‘고맙다’는 한마디에 보람 느껴


가장 보람 있을 때는 언제인가요?


문화재를 (도난당한) 피해자들이 대부분 노령이던지, 집안에 가장 어른들인데 그분들이 고마워서 저희 손을 잡아주실 때 진짜 그 보람은 뭐라고 표현할 수 없습니다.


살인, 강도 등 강력사건에 비해 평가절하하는 아쉬움 있어


아쉬운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나요?


문화재 하면 옛날 고지식한 것, 한마디로 골동품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경찰에서는 살인, 강도, 조직폭력배 이런 사건보다는 평가절하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문화재 특성상 은닉 기간이 길어 도난 증거 찾기가 어려울 때 많아


어려운 점은 어떤 것이 있나요?


문화재 사건은 대부분 공소시효가 지난 것이 많아 저희가 은닉범으로 분류를 합니다. 은닉범은 물건을 훔친 후 매도가 됐을 때, 장물범이 가지고 있던 시점에는 공소시효가 정지된다는 개념을 적용하는데 그러다보니 도난됐을 당시 피해자를 찾기가 힘듭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그 당시 도난됐다고 하는 근거자료가 있어야 합니다. 문화재청에 신고돼서 공고가 돼 있다든지, 경찰에 장물품표로 작성돼있어야 하는데, 그런 자료가 없어서 저희가 입증하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국가기록원 자료까지 뒤져 당시 도난당했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도굴은 줄고 도난, 불법 유통은 늘어


문화재 범죄도 변하고 있다고 하던데 어떤가요?


60~70년대는 도굴 사건이 많았고, 지금은 도굴은 거의 없고, (최근에는 도굴 사건이) 없어서 사찰이나 일반인들이 소유하고 있던 물건 중 도난된 것이 유통되는 사건이 많습니다.
또 밀반출도 늘고 있습니다. 공항을 통해 숨겨서 나가든지 아니면 EMS라고 해서 국제우편을 통해서 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화재 범죄 공소시효 없어졌으면...


바라는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나요?


저희로서는 문화재 공소시효가 폐지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진짜 문화재의 유통이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가짜 물건들이 많이 유통되고 있는데, 가짜 물건에 대해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문화재 보호법에는 존재하고 있지 않습니다.


문화재 회수가 역사에 공헌하는 것이라는 자부심 느껴


강상우 경위에게 문화재란 어떤 의미인가요?


(문화재는) 우리 선조의 역사고 얼이지 않습니까. 이 문화재를 회수하고 찾는 것이 일반인들 입장에서는 어려운 것이고요, 저로서는 직업상 문화재를 찾아 회수해서 돌려줌으로써 그만큼 역사에 공헌하지 않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취재팀 황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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