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행사장으로 내몰린 운현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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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행사장으로 내몰린 운현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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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10.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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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경복궁 경회루에서 검사들이 야간 만찬회를 열고 조리행위를 하는 등 문화재보호와 관련한 문제가 논란이 됐었다.

지난 7일부터 3일간 사적 257호 운현궁에서 열린 ‘궁중과 사대부가의 전통음식 축제’(종로구청 주최, 한국전통음식연구소 주관)에서도 이와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

운현궁은 흥선대원군의 사저이자 고종이 출생해 12세까지 성장한 잠저로서 고종 즉위 후 명성후 민씨가 거처해 궁중법도와 가례절차를 교육받은 별궁으로 지정된 곳이다.

유서 깊은 운현궁에서 잊혀져 가는 전통음식을 시민들에게 널리 알리고자 열린 이번 행사는 그 의도만큼의 문화재 보호에 관한 관심은 부족했다.

운현궁 마당에서 열린 ‘음식 체험행사’에서는 취사도구를 마련해 놓고 조리를 하고 있었다. 또 무대 뒤편으로는 취사도구가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뿐만 아니라 안내 역할을 해야 할 주최 측 사람은 운현궁 내에서 버젓이 흡연을 하고 있었다. 곳곳에는 정수기 설치와 행사진행을 위한 앰프 등의 전선이 어지럽게 널려있었고, 궁 내 나무에는 전기줄을 칭칭 감아 스피커를 설치했다.

화재위험이 있는 전기시설에는 쓰레기가 널려있었고, 행사 현수막을 걸기 위해 문화재 건물에 스탬플러로 박음질까지 해놓았다.

행사진행 과정에서 이곳이 문화재 보호구역이라는 인식은 어디를 둘러봐도 찾아 볼 수 없었다.

이 행사를 주최한 종로구청 환경위생과 담당자는 “행사 중 궁내에서 조리를 했던 적이 절대 없었다”며 “흡연하는 행위조차 금지했다”며 사실을 부인했다.

운현궁을 총괄하는 서울시 문화재과 관계자는 “장소만 사용하도록 허가를 냈을 뿐 종로구청에서 행사를 주관했다”며 “구청에서 주관을 하기 때문에 그런 기본적인 사항을 지키라 생각했다”며 이번 행사에 잘못을 시인했다.

또 행사를 주관한 한국전통음식연구소 관계자는 “행사를 위해 5분간만 불을 지폈을 뿐 다른 문제는 없었다”며 “행사의 순수한 의도를 안 보고 그 이면에 취사 관련한 부분만 부각시키는 것이 아니냐행사의 내용이 중요한 것이다”라며 문화재 보호를 부차적인 문제로 다뤘다.

보존해야할 운현궁은 행사를 열기에만 급급한 주최 측에 의해 보란듯이 화재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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