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부터 3일간 사적 257호 운현궁에서 열린 ‘궁중과 사대부가의 전통음식 축제’(종로구청 주최, 한국전통음식연구소 주관)에서도 이와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
운현궁은 흥선대원군의 사저이자 고종이 출생해 12세까지 성장한 잠저로서 고종 즉위 후 명성후 민씨가 거처해 궁중법도와 가례절차를 교육받은 별궁으로 지정된 곳이다.
유서 깊은 운현궁에서 잊혀져 가는 전통음식을 시민들에게 널리 알리고자 열린 이번 행사는 그 의도만큼의 문화재 보호에 관한 관심은 부족했다.
운현궁 마당에서 열린 ‘음식 체험행사’에서는 취사도구를 마련해 놓고 조리를 하고 있었다. 또 무대 뒤편으로는 취사도구가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뿐만 아니라 안내 역할을 해야 할 주최 측 사람은 운현궁 내에서 버젓이 흡연을 하고 있었다. 곳곳에는 정수기 설치와 행사진행을 위한 앰프 등의 전선이 어지럽게 널려있었고, 궁 내 나무에는 전기줄을 칭칭 감아 스피커를 설치했다.
화재위험이 있는 전기시설에는 쓰레기가 널려있었고, 행사 현수막을 걸기 위해 문화재 건물에 스탬플러로 박음질까지 해놓았다.
행사진행 과정에서 이곳이 문화재 보호구역이라는 인식은 어디를 둘러봐도 찾아 볼 수 없었다.
이 행사를 주최한 종로구청 환경위생과 담당자는 “행사 중 궁내에서 조리를 했던 적이 절대 없었다”며 “흡연하는 행위조차 금지했다”며 사실을 부인했다.
운현궁을 총괄하는 서울시 문화재과 관계자는 “장소만 사용하도록 허가를 냈을 뿐 종로구청에서 행사를 주관했다”며 “구청에서 주관을 하기 때문에 그런 기본적인 사항을 지키라 생각했다”며 이번 행사에 잘못을 시인했다.
또 행사를 주관한 한국전통음식연구소 관계자는 “행사를 위해 5분간만 불을 지폈을 뿐 다른 문제는 없었다”며 “행사의 순수한 의도를 안 보고 그 이면에 취사 관련한 부분만 부각시키는 것이 아니냐행사의 내용이 중요한 것이다”라며 문화재 보호를 부차적인 문제로 다뤘다.
보존해야할 운현궁은 행사를 열기에만 급급한 주최 측에 의해 보란듯이 화재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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