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도다리 철거 몰고가는 '부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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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도다리 철거 몰고가는 '부산시'
  • 관리자
  • 승인 2004.10.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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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도다리 난간위에 초승달만 외로이 떴다’라는 노래말로 끝나는 현인 선생의 ‘굳세어라 금순아’.

부산시 영도구와 중구를 잇는 영도다리 한켠에는 현인 선생 동상과 대표적인 한국전쟁 당시 피난 노래로 ‘굳세어라 금순아’가 적힌 노래비가 있다.

북에서 내려온 피난민들이 헤어지면서 영도다리에서 만나자고 해 실제로 이산가족을 찾은 사람도 많았다. 일제시대에는 일제 수탈에 못이겨 자살하는 사람이 많았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부산뿐 아니라 우리나라 근대 역사의 애환과 한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영도다리가 다시 존폐 여부의 도마위에 올랐다.


“롯데월드 건설이 철거로 내몰아”

영도다리는 일본의 천재 설계가로 꼽히는 마스다 준이 설계하고 보조설계자 최규용 선생과 부산 시민의 눈물과 땀으로 지어진 동양 최초의 개폐식 다리다.

지난 1934년 완공돼 늘어난 교통량 때문에 지난 66년 마지막 개폐를 하고 자주 보수를 하면서 70년을 견뎌왔다.

하지만 이미 다리가 노쇠해 안전성 문제가 나오고 인근에 지어지는 제2롯데월드 건설로 인해 철거와 보존 문제를 놓고 수년째 실갱이가 이어지고 있다.

영도다리 주변 시장 상인들은 대부분 롯데월드 건설의 걸림돌이 되는 영도다리를 철거하고 새로운 다리를 놓는 것에 동의하는 듯하다.

한 시장 상인은 “이미 70년을 넘겼으니 써먹을 만큼 다 써먹었고 롯데측에서 다리를 지어준다고 하니 얼마나 좋은 기회냐. 보존에 대해 말하는 것은 이 지역에 살지 않아서 사정을 모르고 하는 얘기다”라고 철거에 반대하는 이들을 강하게 비난했다.

사실 대부분의 영도구와 중구 상인들은 롯데월드가 들어서면 유동인구가 늘어나 침체된 주변 경기를 회복시켜줄 것으로 믿고 철거에 적극 찬성하고 있다.

영도다리는 두차례 안전도 검사 결과 D급으로 판정됐고 비파괴 검사에서는 모두 양호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우리나라 교량의 상당수가 D급이지만 영도다리는 보수 후 사용하는 것을 감안하면 차량운행에는 무게에 따라 제한을 받겠지만 보수 후 보행교로서의 역할은 충분히 할 수 있다고 평가된다.

결국 안전성보다 제2롯데월드 건설의 기대감이 영도다리를 철거로 몰고가는 셈이다.

부산의 롯데월드는 1조 5천억 원이 넘는 공사로 107층이나 되는 거대한 건물이다. 지난 2000년부터 터닦이 공사가 시작됐으나 영도다리 때문에 공사가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롯데측은 주변 도로 시설의 확충을 전제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영도구에서 중구 지역으로 넘어오는 교통량을 감당하려면 현재 4차선인 영도다리를 6차선 다리로 교체하고 1km 가량의 해안도로를 신설해 교통편의를 우선 점유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영도다리의 철거가 우선시된다.

롯데월드를 끼고 있는 해안도로는 영도다리를 개폐하는 기계실에 막혀 이를 제거하지 않으면 쉽게 공사할 수 없는 것이다.


“부산시, 롯데측에만 특혜주고 있나”

롯데월드 부지가 선정되고 그 자리에 있던 부산시청 등 관공서가 옮겨지면서 인근 상가는 침체기에 들어서 있다. 이에 경기 활성화를 롯데월드 건설에 기대하고 있다.

시에서는 인근 주민 여론에 따라 철거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가 2002년 보존의 여론이 들끓으면서 최종적으로 보존하기로 정한다.

하지만 올해 교통영향 재평가 후 다시 철거 방향으로 선회했다.

시는 주민의 의견을 따른다는 빌미로 철거와 보존 사이에서 일관된 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해당구청인 중구청은 오로지 철거로만 가닥을 잡고 롯데측의 계획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난달 구성된 자문위원회의 결정에 부산시가 전적으로 따르기로 하면서 7년 가까이 끌어온 영도다리의 존폐 논란이 올해안으로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잠정적이지만 결국 철거될 것이라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자문위원회 구성상이나 최근 열린 공청회에서 시의 편파적인 행보가 계속된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지난 11일 부산시청에서 열린 영도다리 관련 공청회에 참석했던 이들은 지난 15일 영도다리 보존을 위한 기자회견에서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자리라기 보다 시에서부터 철거쪽으로만 몰아가려는 의도가 다분했다”고 성토했다.

김란기 서울대 임산공학과 교수는 “이미 철거를 원하는 상인 위주로 자리를 배치해 제대로 된 의견을 말할 기회조차 없었다”며 “시간을 두고 대안을 논의하는 공청회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찬석 코리안 헤리티지 위원장도 “시에서 7여 년간 해 온 것이 도대체 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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