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실제 고승을 조각한 ‘합천 해인사 건칠희랑대사좌상’ 국보 지정
상태바
고려 실제 고승을 조각한 ‘합천 해인사 건칠희랑대사좌상’ 국보 지정
  • 정은진
  • 승인 2020.10.21 09: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보 제333호 「합천 해인사 건칠희랑대사좌상(陜川 海印寺 乾漆希朗大師坐像)」 (사진=문화재청)
국보 제333호 「합천 해인사 건칠희랑대사좌상(陜川 海印寺 乾漆希朗大師坐像)」 (사진=문화재청)

 

문화재청은 고려시대 고승(高僧)의 모습을 조각한 합천 해인사 건칠희랑대사좌상을 국보로 지정했다.

 

국보 제333합천 해인사 건칠희랑대사좌상(陜川 海印寺 乾漆希朗大師坐像)은 신라 말고려 초에 활동한 승려 희랑대사(希朗大師)의 모습을 조각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초상조각으로서, 고려 10세기 전반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희랑대사는 구체적인 생존시기는 미상이나 조선 후기 학자 유척기의 유가야기(游加耶記)에 따르면, 고려 초 기유년(949년 추정) 5월에 나라에서 시호를 내린 교지가 해인사에 남아 있었다고 나와 있어 949년 이전에 입적한 것으로 추정된다. 화엄학에 조예가 깊었던 학승으로, 해인사의 희랑대에 머물며 수도에 정진했다고 한다. 태조 왕건이 후삼국을 통일하는 데 큰 도움을 주어 왕건이 그 은혜에 보답하고자 해인사 중창에 필요한 토지를 하사하고 국가의 중요 문서를 이곳에 두었다고 전해진다.

 

희랑대사좌상은 조선 시대 문헌기록을 통해 해인사의 해행당(解行堂), 진상전(眞常殿), 조사전(祖師殿), 보장전(寶藏殿)을 거치며 수백 년 동안 해인사에 봉안(奉安)되었던 사실을 알 수 있으며, 이덕무(李德懋, 1741~1793)가야산기(伽倻山記)등 조선 후기 학자들의 방문기록이 남아 있어 전래경위에 대해 신빙성을 더해준다.

 

지정조사 과정에서 이루어진 국립문화재연구소 보존과학연구실의 과학 조사 결과, 이 작품은 얼굴과 가슴, , 무릎 등 앞면은 삼배 등에 옻칠해 여러번 둘러 형상을 만든 건칠(乾漆)이며, 등과 바닥은 나무를 조합해 제작됐다. 현재 후대의 변형 없이 제작 당시의 원형을 잘 간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앞면과 뒷면을 결합한 방식은 보물 제1919봉화 청량사 건칠약사여래좌상처럼 신라고려 초에 해당하는 비교적 이른 시기의 불상조각에서 확인되는 제작기법이어서 희랑대사좌상의 제작시기를 유추하는 데 참고가 된다.

 

문화재청은 건칠기법이 적용된 희랑대사좌상은 육체의 굴곡과 피부 표현 등이 매우 자연스러워 조선 시대에 조성된 여주 신륵사 조사상’(驪州 神勒寺 祖師像, 1636), ‘영주 부석사 소조의상대사상(榮州 浮石寺 塑造義湘大師像, 조선 시대)’ 등 다른 조각상들과 달리 관념적이지 않고 사실적인 표현이 돋보인다. 마르고 아담한 등신대 체구, 인자한 눈빛과 미소가 엷게 퍼진 입술, 노쇠한 살갗 위로 드러난 골격 등은 매우 생동감이 넘쳐 생전(生前)의 모습을 연상하기에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희랑대사좌상흉혈국인(胸穴國人, 가슴에 구멍이 있는 사람)’이라는 별칭이 상징하듯, 가슴에 작은 구멍(0.5cm, 길이 3.5cm)이 뚫려 있는 것이 또 다른 특징이다. 이 흉혈(胸穴)은 해인사 설화에 의해 희랑대사가 다른 스님들의 수행 정진을 돕기 위해 가슴에 작은 구멍을 뚫어 모기에게 피를 보시한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고승의 흉혈이나 정혈(頂穴, 정수리에 난 구멍)은 보통 신통력을 상징하며, 유사한 모습을 서울 승가사 석조승가대사좌상’(1024, 보물 제1000)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렇듯 우리나라에 문헌기록과 현존작이 모두 남아있는 조사상은 희랑대사좌상이 유일하다. 제작 당시의 현상이 잘 남아 있고 실존했던 고승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재현해 내면의 인품까지 표현한 점에서 예술 가치도 뛰어나다.

 

후삼국 통일에 이바지했고 불교학 발전에 크게 공헌한 희랑대사라는 인물의 역사성과 시대성이 뚜렷한 제작기법 등을 종합해 볼 때, 이 조각상은 고려 초 10세기 우리나라 초상조각의 실체를 알려주는 매우 귀중한 작품이자, 희랑대사의 높은 정신세계를 조각예술로 승화시켰다는 점에서 역사예술학술 가치가 탁월하다고 평가됐다.

 

문화재청은 이번에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된 문화재를 체계적으로 보존활용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