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사찰, 일제의 잔재를 뿌리 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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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사찰, 일제의 잔재를 뿌리 뽑는다
  • 관리자
  • 승인 2009.08.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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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범어사 가람배치 왜곡 전(上)과 후(下)

부산 범어사(梵魚寺)가 8ㆍ15 광복 64주년을 앞두고 일제에 의해 왜곡된 가람배치를 바로잡는 등 본격적인 왜색잔재 청산작업에 돌입한다.



범어사는 12일, 일제의 상징물인 조선총독부 표지석 제거와 3층석탑(보물 제250호) 원형복원작업의 일환인 난간석 해체작업을 신호탄으로 일제잔재 청산작업을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범어사의 일제잔재 청산작업은 범어사의 민족문화 복원 및 중ㆍ장기 발전 계획인 ‘범어사 종합 정비 계획’(2014년까지 총 예산 200억 예상)의 1단계 사업으로,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재청, 부산광역시 문화체육관광국, 금정구청 등의 협력을 받아 오는 2011년까지 총 예산 50억원의 규모로 추진될 예정이다.



▶ 범어사(梵魚寺)

신라화엄십찰(華嚴十刹) 가운데 하나로 문무왕 때 의상대사가 창건한 사찰이다. 임진왜란 때 승병의 사령부였으며, 3ㆍ1 독립운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등 외세에 맞서 민족을 수호 해온 호국도량으로 알려져있다.



범어사는 전통 불교건축 양식인 상, 중, 하단의 3단 가람배치와 함께 선교양종(禪敎兩宗)의 교리적 측면을 적용한 체용설(體用說)에 기반을 두고 창건됐다. 체용설의 체(體)는 변하지 않는 본질로서 왼쪽을 가리키고, 용(用)은 움직이고 변하는 것으로 오른쪽을 뜻한다. 범어서 상단에는 대웅전을 중심으로 관음전, 지장전 등이 있고, 중단에는 보제루, 종루, 미륵전, 석등, 삼층석탑 등이 자리하고 있으며, 하단에는 일주문과 천왕문을 중심으로 좌우에 함홍당, 요사채, 열반당 등이 들어서 있다. 또한 체용설에 따라 대웅전 좌측에 선실, 우측에 강당과 범종각이 세워져 있으며, 일주문에서 대웅전까지는 동서방향으로, 비로전과 미륵전 앞의 석등과 삼층석탑은 남북방향으로 배치되어 있다.



이러한 배치는 임진왜란 때 소실된 사찰을 중창건 하는 과정과 오랜 기간 동안 크고 작은 다양한 불사를 행할 때에도 철저히 지켜졌으나,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민족문화를 말살하려는 일제에 의해 크게 훼손 및 왜곡되게 된다. 일제의 훼손작업이 시작된 시기는 1927년 이후로 추정되고 있는데, 1936년 칠층사리보탑(七層舍利寶塔) 이건을 기회로 본격적으로 왜곡, 훼손되었음이 ‘석가 여래사리탑이건비’에 전하고 있다.







▲ 칠층사리보탑(七層舍利寶塔)



범어사 성보박물관 나철회 학예연구사는 “당시 부산은 일본과 인접해 있어 식민지화 작업이 더 활발했는데, 금정산 일대를 관광지화하는 작업과 맞물려 범어사를 일본신사의 진입로와 유사하게 조성하는 등 일제의 구미에 맞도록 배치하는 작업이 이루어졌다”고 설명했다.



당시 일제는 칠층사리보탑을 대웅전 우측의 옛 관음전 자리로 강제 이건하여 상단 영역을 훼손하고, 뒤이어 중단영역의 종루 또한 옮김으로써 삼단기법의 가람배치와 체용설의 기반을 크게 왜곡한다. 이외에도 상단부분의 대웅전 전면에 일본 황실을 상징하는 금송 3그루를 식재하고, 대웅전과 관음전 전면에 있는 난간대를 일본 건축양식으로 조성하기도 했다.






▲ 상단부분 대웅전 변형 전(좌)과 후(우)의 모습




중단부분은 석등과 석탑을 일본 사찰의 가람배치를 따라 이동시켜 체용설을 크게 왜곡하는 한편 3층 석탑의 상륜부와 기단부분을 변형하고 난간대를 설치했으며, 미륵전 방향에 조선총독부 푯말 돌기둥을 세웠다. 보제루 역시 벽면에 창호를 설치하는 등 일본식으로 변형됐다.






▲ 3층석탑과 석등이 이동된 모습









▲ 3층석탑 원형(좌)과 난간대 및 조선총독부 푯말기둥이 설치된 모습(우)





하단부분은 천왕문 에서 불이문 영역에 우리 전통의 소나무를 베어내고 일본나무인 편백나무와 삼나무를 대량 식재했다.



범어사 주지인 정여 스님은 “이번 왜색잔재 청산은 아직도 사찰은 물론 우리 생활 깊숙이 뿌리 내리고 있는 일제잔재를 뿌리 뽑고 민족문화를 회복하는 문화사적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범어사 종합정비계획’의 연구책임자 서치상 교수(부산시 문화재위원)는 “범어사 뿐만 아니라 한국 사찰 속에는 아직도 일제의 잔재가 남아있어 왜곡된 부분이 상당히 많다”며, “범어사의 가람배치를 전통적인 불교건축양식인 3단구성의 틀과 체용설에 따라 복원하는 것은 역사바로잡기의 일환이자 한국 사찰의 보편적 건축 양식을 찾아 후대에 널리 전승하기 위한 첫 걸음”이라고 강조했다. / 사진제공 범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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