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의 대명사 ‘된장’. 보존의 시작을 관심에서 찾다 - 청주 ‘된장’ 명인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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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의 대명사 ‘된장’. 보존의 시작을 관심에서 찾다 - 청주 ‘된장’ 명인 조정숙
  • 이민규
  • 승인 2024.12.23 12: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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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리즈는 2024년 '장 담그기' 문화의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를 기념하여 진행되는 기획특집입니다.
전통 장과 장 담금 문화를 널리 알리고자 기획되었습니다.

어느덧 12월이 되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사람들은 가족, 친구, 이웃과 마음을 나눈다. 장을 담그는 곳에서는 메주 쑤는 일이 끝나간다. 좋은 콩을 삶아 으깨어 메주 모양을 만들고 짚으로 묶어 매다는 일은 김장만큼이나 일손이 많이 필요하다. 가족 구성원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모여 협동하는 모습은 장 담그기 문화의 가치로 말한 ‘공동체 정신’을 드러낸다.

 

이번 기사에서는 우리나라 최초의 된장 명인인 조정숙 명인을 만나 ‘장 담그기’  문화의 보존과 전수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자 한다.

 

“안녕하세요. 대한민국 식품명인 78호, 된장 조정숙입니다.”

 

한반도의 중심, 온화하고 안정적인 기후조건 속에 조정숙 명인의 ‘다농식품’이 있다. 조정숙 명인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된장’  명인이 되었다. 초계 변씨 집안의 전통을 따라 유약을 바르지 않은 옹기를 짚불로 소독하여 장을 담그고, 씨간장의 품질 유지를 위해 소금 항아리 안에 이중으로 장독을 보관한다. 다농식품에서 명인이 내어준 된장은 충청도 사람들의 여유로운 성향만큼 부드럽고 은은한 풍미를 품고 있었다.

 

충청북도 청주시에 위치한 조정숙 명인의 ‘다농식품’
충청북도 청주시에 위치한 조정숙 명인의 ‘다농식품’

 

된장은 한국인의 정체성이자 우리 민족을 이어주는 연결고리이다. 흔하고 일반적이라는 것은 그만큼 대표적이라는 것과 같다. 그렇기 때문에 된장의 맛과 제조 기술을 이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명인은 말했다.
 
된장을 만들 때 사용한 나무삼각대(사진=다농식품)
된장을 만들 때 사용한 나무삼각대(사진=다농식품)

 

다농식품에는 된장을 만드는 데에 필요한 도구들이 가지런히 놓여있다. 명인은 물질에 담긴 정신과 문화를 이어나가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보존이자 계승이라고 여긴다. 현대화가 되며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도구들을 지금까지도 보관하는 것은 장 담그기의 본래 방식과 역사, 그리고 원리를 잊지 않겠다는 명인의 다짐을 보여준다.

 

“장을 담그면서 세상은 함께 살아가는 것이라는 걸 느껴요. 그게 장 담그기의 가치 아닐까요?”

 

명인에게 장 담그기 문화의 가치에 대해 물었다. 명인이 생각하는 장 담그기 문화의 가치는 ‘협력’이다. 콩, 소금, 물 세 가지 재료만으로 깊고 다양한 감칠맛을 내기 위해서는 햇빛과 바람같은 자연, 미생물들의 작용, 그리고 사람의 손길과 정성이 필요하다. 자연과 인간의 협력, 인류 공동체의 협력이 맛있는 장을 완성한다.

 

‘다농식품’ 입구에 나란히 있는 식품명인패와 한살림 가공생산지 안내판
‘다농식품’ 입구에 나란히 있는 식품명인패와 한살림 가공생산지 안내판

 

명인은 ‘농가와의 상생, 안전한 먹거리 제공’의 신념을 갖고 한살림과 협력한다(사진=다농식품)
명인은 ‘농가와의 상생, 안전한 먹거리 제공’의 신념을 갖고 한살림과 협력한다(사진=다농식품)

 

‘협력’을 중시하는 명인의 철학은 명인이 운영하는 다농식품에서도 드러난다. 다농식품은 장의 핵심 재료인 콩을 한살림(생명농업을 바탕으로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직거래를 돕는 생활협동조합) 생산지나 농협으로부터 공급받고 있으며, 생산된 장의 99%는 다시 한살림에 공급하고 있다. 대기업과 여러 유통업체들의 유혹이 있었지만, 명인은 농가와 협력하는 사업 구조를 고집하고 있다. 매년 다농식품이 사용하는 콩이 40~50톤 정도이니, 명인의 장은 농가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된다는 건 새로운 도전을 시작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전통 장과 문화를 이어가는 것이 명인의 책임이라고 말하는 조정숙 명인
전통 장과 문화를 이어가는 것이 명인의 책임이라고 말하는 조정숙 명인

 

장 담그기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명인은 기쁜 마음보다도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먼저 들었다. 사랑하는 어머니와의 기억도 시간이 흐르면 희미해지는데, 우리가 무형유산의 정신을 소홀히 하고 적극적으로 이어나가지 않는다면 그 정신은 언젠가 잊혀지고 말 것이라 했다.

 

명인의 전통장에 대한 책임감에는 변수정 전수자의 열정이 함께 했다. 전수자는 유네스코 등재 소식에서 한국의 전통 문화가 세계로 진출할 희망을 보았다. 할머니의 유산이 한 가문의 유산이 된 것처럼, 국민의 유산이 모여 한 나라의 유산이 되었고, 이제는 인류 모두의 유산이 되었으므로, 대중화와 세계화를 위한 다양한 도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된장을 함께 살펴보는 조정숙 명인과 변수정 전수자
된장을 함께 살펴보는 조정숙 명인과 변수정 전수자

 

그중에는 ‘장’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는 것이 포함된다. 소스류, 양념류가 아닌 ‘한식장류’ 또는 ‘전통 장’이라는 독립적인 항목이 있다면 장이 대한민국의 전통 음식이라는 정체성이 명확해질 것이다. 변수정 전수자는 “중요한 것은 이러한 기준을 정하기에 앞서 정부가 장류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많이 듣는 것”이라며, 장류 관련 네트워크의 강화를 강조했다.

 

“사람들은 전통의 소중함을 알고 있어요. 그러나 아는 것이 행동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도움이 필요합니다.”

 

아파트 거주 형태가 보편화된 이후 시대를 살아온 변수정 전수자는 장 담그기 문화의 어려움은 장독대의 부재에 있다고 말했다. 명인과 전수자는 지금도 전통적인 맛을 찾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직접 확인하고 있다. 도농 교류, 주말농장이 관심을 받아 활성화되었듯이, 공유 장독대라는 형태의 공간이 마련된다면 장 담그기 문화의 가치와 기술은 사람을 통해서 계속 이어질 수 있다고 믿는다.

 

명인은 젊은 전수자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수자가 명인으로서의 역량을 기르기까지는 최소 10년이 걸린다. 명인들의 나이와 시대의 변화 속도를 고려한다면 더 적극적인 전수 활동이 이루어져야 한다. 조정숙 명인은 전수자를 잘 육성하여 대를 이어가는 것이 필요한 실정이라고 했다.

 

다농식품을 방문한 르완다 농업 생산성 및 시장 접근성 강화사업 연수단(사진=다농식품)
다농식품을 방문한 르완다 농업 생산성 및 시장 접근성 강화사업 연수단(사진=다농식품)

 

다양한 연령대의 많은 사람들이 장 담그기 문화와 전통 장을 접해볼 수 있는 박물관과 교육관이 있으면 어떨까. 농가와 더 안정적이고 끈끈한 유대가 형성되면 어떨까. 명인은 한살림과 함께 아프리카 가나안 농군학교 견학 등 농업기반 산업 관련 개선사업에 참여하며 다양한 활동을 통해 전통 장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찾아보려 노력한다.

 

숙성을 기다리는 장독
숙성을 기다리는 장독

 

조정숙 명인이 장독 뚜껑을 열며 간장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된 것처럼, 변수정 전수자가 어머니의 삶을 관찰하며 장 담금에 관심을 갖게 된 것처럼. 모든 일은 관심에서부터 시작된다. 유네스코 등재를 통해 정부와 국민의 관심이 높아지고 세계가 전통 장과 장 담그기 문화에 관심을 가진 지금이야말로 대중화와 세계화를 도전할 때이다.

 

현장 영상은 CPN문화재TV 유튜브 채널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rmsP0tosjm0?feature=sha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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