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담그기 문화는 단순한 음식 제조의 과정이 아니다. 이는 공동체의 협력과 삶의 지혜가 응축된 문화적 유산이다. 그러나 현대의 급변하는 삶 속에서 여러 사람이 모여 이 전통을 이어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과연 누가 장 담그기 문화를 이어갈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학교와 지자체에서 찾을 수 있다.
“아이들이 담근 된장이 급식으로 돌아온다”
대한민국 청소년은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교까지 최소 12년 이상을 학교라는 공동체 안에서 보낸다. 이 긴 시간 동안 학교는 단순한 배움의 장뿐만 아니라 하나의 작은 사회로 기능한다.
학교에서 장을 담그는 문화를 확산시키는 아이디어는 이미 전통 장 명인들에게서 들은 바 있다. 학교에서 연례행사처럼 장을 담그면서 공동체 의식과 전통의 가치를 배우는 장소가 될 수 있다.
이미 일부 지역에서 학교가 장 담그기 문화 계승의 거점이 되고 있다. 지방의 일부 학교에서는 폐교재산을 활용하여 ‘콩 심기 활동’과 ‘장 담그기 활동’을 한 사례가 있으며, 경상북도교육청은 2020년부터 2023년까지 도내 초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전통 장 담그기 사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참여하는 학교에는 학교 규모에 따라 장독대 설치비와 재료비를 차등 지원했는데, 학교 구성원과 학부모들의 반응이 매우 긍정적이었다고 한다. 각 학교에서는 직접 만든 전통 장을 급식에 사용하여 학생들이 전통 장의 맛에 익숙해지고 건강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경상북도교육청은 간편식과 서구 음식에 익숙해진 학생들에게 전통 식문화의 가치를 알리고 공유하기 위해 이 사업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다만 2024년에는 예산이 부족하여 사업을 진행하지 못했는데, 이전 사업을 통해 교내 장독대를 설치한 학교의 경우 자체적으로 장 담그기 활동을 진행하기도 했다고 한다.
한국농수산대학교 역시 2009년부터 매년 국내산 콩으로 전통 장을 담그고 학교 급식에 이를 사용해 왔는데, 최근에는 지역 주민과 함께 이 활동을 나눔으로써 지역 사회와 전통문화를 나누고 전통 장류 홍보에 크게 기여했다.
우리나라에서 대학 공동체가 갖는 연대감과 사회활동의 기반 요소로서의 존재감을 고려한다면 대학교는 장 담그기 문화 보존의 주체로 논의될 필요가 있다.
“전통 장이 관광 명소로? 지역사회가 살려낸 문화와 공동체”
전통 장은 지역마다 특색이 있다. 지역의 장은 기후, 환경, 생활, 문화 등 다양한 요소로 인해 개별성을 띤다. 따라서 장 담그기 문화의 지역별 계승이 이루어지는 것이 중요하다.
순창의 경우 1997년 순창군 곳곳에 흩어져있던 고추장 제조 장인들을 모아 전통 고추장 민속 마을(발표테마파크)을 형성하여 전통 제조비법을 이어가고 관광지로 발전시켰다. 덕분에 순창 고추장은 단순한 장류 제품을 넘어, 지역의 상징이자 경제를 활성화하는 원동력이 됐다.
지역 농업기술센터에서도 전통 장 만들기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충남 계룡시 농업기술센터의 경우, 시민들을 대상으로 발효음식 과정을 운영하며 관리가 쉬운 충청도식 집장 등 전통 장을 만들어보는 기회를 제공했다.
전통 장 담그기가 지역의 무형문화 유산으로 지속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지원과 관심이 절실하다. 지역만의 무형유산이 아닌 국가의 무형유산이자 지역별 특색을 갖고 있는, 그래서 지역별로 보존과 계승이 이루어져야 하는 유산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장을 담그는 일은 단순한 음식 만들기가 아니다”
장 담그기 문화를 이어갈 사람은 결국 ‘우리’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문화를 이어갈 것인지도 우리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 하지만 서구화된 식생활과 주거 환경의 변화 등 많은 요인으로 인해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전통 기술을 잇고, 공동체 의식과 맛 그리고 문화를 잇기 위해서는 장을 담그는 행위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상기해야 한다.
장을 담그기 위한 준비 과정, 장을 담그면서 지켜온 원칙과 규율, 좋은 장이 만들어지기를 기원하고 한 해의 큰일을 마무리했음을 축하하는 기도와 행사 등 여러 종류의 문화 요소가 함께 보존됨으로써 장 담그기 문화의 전체가 이어지는 것이 의미가 있다. 과연 이 소중한 문화를 이어갈 주인공은 누구일까?
학교, 지역 공동체, 나아가 중앙정부 기관 국가유산청과 농림축산식품부가 협력해 이를 적극적으로 계승하려는 노력이 바로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과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