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충청 불교사 바꿀 성보 묻혔는데…산림청 규제에 가로막힌 전통사찰
상태바
[기획] 충청 불교사 바꿀 성보 묻혔는데…산림청 규제에 가로막힌 전통사찰
  • 이민규
  • 승인 2026.06.24 15: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청양 봉완사 양식 닮은 '고려 기단석'과 마애불, 호서 불교사 성보유산 가치 높아

- 문체부 지정 전통사찰이자 소중한 역사 공간으로 규제의 틀 벗어난 보존 대책 시급

- '향토유적 지정고시'로 명분 세우고, 산림청 전향적 행정 협조로 뒤받쳐야

 

정부가 공식 지정한 전통사찰이 국유지 경계 규제에 묶여 온전한 보존과 정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이는 단순한 토지 문제를 넘어 지역 문화유산의 위기로 보아야 한다.

 

충남 예산에 위치한 전통사찰 법륜사의 이야기다. 법륜사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한 전통사찰이자 역사적 가치가 높은 성보(聖寶)문화재를 간직한 수행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전각 권역 일부가 산림청 소유의 국유지와 얽혀 있어 온전한 문화유산 보호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법륜사 기단석 (사진=cpn문화유산)
법륜사 기단석 (사진=cpn문화유산)

 

# 청양 봉완사 빼닮은 '고려 기단석' 호서 불교사의 소중한 자산

 

법륜사가 소장한 유산 중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역사적 연구 가치가 높은 마애불과 그 아래 자리한 기단석이다.

 

취재를 종합하면, 법륜사 마애불 하단에 위치한 기단석은 고려시대의 전형적인 불상 안치 양식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이는 충남 청양 봉완사 등지에서 발견된, 부처님을 대지에 고정하는 형태의 촉(꽂음식) 구조 기단석과 매우 유사한 형태다. 호서 지역 불교 미술사의 맥락을 짚어내고 지켜내야 할 고고학적 가치가 매우 높은 성보유산인 셈이다.

 

문화유산 전문교수들은 법륜사가 지닌 독특한 자연 석굴 법당의 형태와 기단석 양식만으로도 지역 문화유산으로서의 보존 가치가 있어 지역 불교사의 흔적을 간직한 사찰 권역 전체를 체계적으로 보존해야 할 명분은 이미 충분하다는 평가다.

 

법륜사 마애불 (사진=cpn문화유산)
법륜사 마애불 (사진=cpn문화유산)

 

# 산림청과 충남도청의 행정 핑퐁 속에 낀 전통사찰

 

문제는 이처럼 뚜렷한 역사적 가치를 품은 전통사찰의 전각 일부가 산림청 소유의 국유지와 맞물려 있어, 사찰의 온전한 보존과 정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산림청 국유림관리소와 관할 지자체인 충남도는 사찰 부지 경계 문제를 두고 행정적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산림청 측은 "지자체가 선제적으로 전통사찰 보호구역을 확정해 오라"며 행정 처리를 미루고 있고, 충남도는 "산림청 땅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먼저 움직이기 곤란하다"는 입장을 내세우면서 행정 핑퐁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법륜사는 국가가 인정한 전통사찰이다. 전통사찰은 단순한 종교 시설이 아니라 우리 민족의 역사와 문화가 있는 공공의 자산이다. 산림청 역시 해당 부지를 단순한 행정 규제의 대상으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지켜야 할 전통사찰의 보존 가치에 초점을 맞추고 토지 경계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마땅하다. 국가 기관이 책임 떠넘기기식 행정으로 일관하는 사이 소중한 성보 문화유산들이 법적 보호의 사각지대에 방치되는 결과를 유발했기 때문이다.

 

예산에 위치한 법륜사 (사진=cpn문화유산)
예산에 위치한 법륜사 (사진=cpn문화유산)

 

# '향토유산 지정고시'가 행정 돌파구 되나?

 

결국 이 교착 상태를 깨뜨릴 현실적인 방안으로 관할 지자체의 결단에 달여 있다. 현재 사찰 내에 존재하는 마애불과 고려시대 양식의 기단석을 우선 '향토유산'으로 지정하고 고시를 단행하는 것이 가장 신속한 해법이다.

 

향토유산으로 지정 고시가 뜨는 순간, 해당 성보 문화유산 보호해야 할 법적 근거가 발생하며 자연스럽게 사찰 권역 전체가 하나의 문화유산 보존 구역으로 형성된다.

 

이렇게 명분이 선행되면 산림청 역시 "문화유산 보호구역이 설정되었으므로 전통사찰 보존을 위해 토지 문제를 해결하겠다"라며 행정 절차를 이행할 명분을 얻게 된다. 행정적 공백을 이어줄 수 있는 통로가 바로 지자체의 향토유산 지정인 셈이다.

 

법륜사는 자연 석굴 법당과 요사채 등으로 전통사찰의 대표적 형태와 분위기를 온전히 갖춘 사찰로 충청지역의 소중한 자산이다. 소중한 문화유산이 행정의 공백 속에서 가치를 잃기 전에 지자체의 현명한 결단이 필요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