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으면 뭐해. 또 무너질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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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으면 뭐해. 또 무너질 텐데.”
  • 관리자
  • 승인 2014.0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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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산 쌍계사



쌍계사 하면 경남 하동의 쌍계사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논산의 쌍계사 역시 눈여겨 볼만한 문화재와 경관을 자랑한다. 아직 알려지지 않아서 내방객의 수는 하동의 쌍계사만 못하지만 그에 못지않은 오랜 역사와 소박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는 천년고찰이다.



논산 쌍계사의 대표 유물은 보물 408호로 지정되어 있는 대웅전이다. 조선 후기 건물로 정면과 측면 비율이 2:1로 특이하며, 화려하고 정교한 꽃살문으로 유명하다. 쌍계사 대웅전에 사용된 기둥은 하나하나가 굵고 희귀한 나무로 되어 있는데 그 가운데 칡덩굴 나무로 되어 있는 기둥을 윤달이 든 해에 안고 돌면 죽을 때 고통을 면하게 된다고 한다. 문화재 위원회에서 국보로 승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의가 있을 정도로 눈여겨 볼만한 건축물이다.




▲ 쌍계사 대웅전



하지만 주변 건축물은 도무지 대웅전과 어울리지 않는 졸속 건물이다. 떼어낸 현판을 다시 걸 수 없을 정도로 조잡하여 대웅전과도 그 격이 맞지 않는다. 고증과 가람 배치의 기본을 무시한 전형적인 졸속 복원의 사례이다.



특히 돌담은 몇 년째 무너지고 다시 쌓고를 반복하고 있다. 오석을 이용해서 빙 둘러 돌담을 쌓았지만 담장을 받쳐주는 어떤 구조물도 없기 때문이다, 강풍이 조금만 불어도 와르르 무너져 다시 쌓아야 한다.




▲ 무너진 돌담



이번에도 어김없이 무너진 돌담을 쌓으라고 예산이 지원되었다. 하지만 주지스님은 예산을 반납하려 한다.



“이게 바로 국가예산 낭비야. 쌓아봤자 또 무너질 텐데. 도대체 관(논산시)에서는 왜 사찰 측의 의견을 듣지 않는지 모르겠어.”



설계 시 사찰 사정에 밝은 스님의 의견을 무시하고 공무원이 설계를 하여 시공을 해왔다고 한다. 주지스님은 요즘 문화재 부실복원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데 왜 이런 문제가 시정되지 않는지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관리 주체인 쌍계사 측과 유지 보수 관리의 책임을 맡고 있는 논산시의 유기적입 협조가 아쉬웠다. 시에 확인을 해보니, 요즘 농가를 휩쓸고 있는 AI 사태 때문에, 설계가 진행되고 있는데도 담당 직원이 미처 현장에 나가보질 못했다고 한다. 지방 공무원들의 열악한 근무상황이 이해는 가지만 빠른 시일에 사찰측과 협의 과정을 거쳐서, 이번에는 백년이 지나도 무너지지 않는 튼튼한 돌담을 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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