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人터뷰 17편 - 박종군 국가무형문화재기능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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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人터뷰 17편 - 박종군 국가무형문화재기능협회 이사장
  • 황상윤
  • 승인 2019.09.02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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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형문화재' 홀대가 아니라 무시죠
[인터뷰] 박종군 국가무형문화재기능협회 이사장

 

 

 

▲박종군 국가무형문화재기능협회 이사장 무형문화재 정책의 문제점에 대해 인터뷰하고 있다.

 

무형문화재 작품이 훗날 국보·보물이 되는 것이다.

박종군 국가무형문화재기능협회 이사장을 인터뷰하기 위해 지난 18일 국가무형문화재전수교육관을 찾아갔다. 박종군 이사장(국가무형문화재 제60호 장도장)은 부친 박용기(1931년~2014년) 씨의 대를 이어 전통 ‘장도’를 지키고 있다. 그는 인터뷰 자리에 앉자마자 우리나라 무형문화재 정책의 문제점에 대해 성토했다.

박종군 이사장은 지난달 2일 국가무형문화재 보유자를 격려하기 위해 김정숙 여사가 마련한 청와대 초청행사에 갔었다. 그는 청와대로 가면서 한편으로는 기뻤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씁쓸했다고 한다.
박 이사장은 “국가무형문화재의 청와대 초청은 김대중 정부 이후 20년 만의 일이다”며 “국가가 우리 장인들을 그동안 어떻게 생각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고 말했다.

국가의 문화재에 대한 관심 특히 무형문화재에 대한 생각은 예산으로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정부 총지출은 429조 원이었다. 이중 문체부 예산은 5조 2,578억 원으로 우리나라 전체예산의 약 1.2%이고 문화재청 예산은 8,017억 원으로 전체 예산에 약 0.2%에 불과하다.

문화재청 예산은 5년 전인 2014년 6,199억 원과 비교하면 약 29% 증가했지만, 무형문화재 예산 및 비중은 2014년 402억 원에서 2018년 383억 원으로 오히려 19억 원이 줄었다. (자료: 손혜원 의원실 제공)

박종군 국가무형문화재기능협회 이사장은 이 같은 결과에 대해 “그동안 국가가 무형문화재를 홀대가 아닌 무시를 해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유형문화재는 조금만 파손이 돼도 긴급복구를 하고 천연기념물 나무의 수액에는 예산을 아끼지 않지만, 무형문화재가 아프면 어떠한 지원도 없다”라고 말했다.

평생을 노력해 국가무형문화재가 돼도 지원받는 것은 한 달에 130만 원에 불과하다. 보유자가 되기 전 단계인 전수교육조교는 몇십 년을 노력해야 하는데 그들에게 지원되는 예산은 한 달 66만 원이 전부다.
[전승지원금 한 달 지급 현황 - 1,317,000원(취약종목 1,710,000), 전수교육조교 660,000원(취약종목 921,000), 전수장학생 263,000원 지급 /2017년 기준)]

지난해 문화재청은 유형문화재보수관리에 1,953억 원을 배정했지만, 무형문화재 전승관리에는 단 174억 원만을 사용했다.

 

 

▲2018년 문화재청 유,무형문화재 사업비 비교(손혜원 의원실 제공)

 

문화재청 예산의 95%는 유형문화재, 5%만이 무형문화재 관련 예산

무형문화재 전승과 활용을 다 합쳐도 400억 원이 되지 않는다. 문화재청 전체 예산 8천억 원 중 5%만을 무형문화재에 배정한 것이다. 그래서 일부 무형문화재는 문화재청을 ‘유형문화재청’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점에 대해 박 이사장은 "예산이 적다보니 문화재청 직원 1,000여 명 가운데 무형유산과 직원은 10여 명뿐이다"며 "이 인원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무형문화재의 작품이 훗날 국보·보물이 되는 것이라며 지금과 같은 풍토에서는 ‘어떻게 전통을 이어갈 것인가‘가 고민이 아니라 ’어떻게 생계를 이어 갈 것인가‘가 고민이다“고 말했다.

 

 

 

 

▲박종군 국가무형문화재기능협회 이사장 국가무형문화재전수교육관 전시실에서 장도를 보고 있다.

 

 


다음은 박 이사장과 인터뷰를 정리한 것이다.

-지난달 초 청와대에 다녀왔는데 어떤 자리였나요?
“김대중 대통령 국민의 정부 이후 20년 만에 공식적인 청와대 오찬이었습니다. 전통 하시는 분들이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라 무형문화재를 격려하고 국민한테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김정숙 여사가 마련한 자리였습니다.”

-그 자리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갔나요?
“김정숙 여사께서 청와대 영빈관에 장인들의 작품을 상설전시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등 여러 좋은 의견과 말씀을 했습니다. 청와대에 방문하신 분들이나 국내외 귀빈들이 와서 보고 가면 우리 문화를 홍보할 수 있다는 거죠. 필요한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무형문화재 전승의 어려움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다고 했는데?
“유형문화재는 조금만 훼손되거나 문제가 생기면 예산을 투입해서 바로 긴급 복구가 들어갑니다. 하지만 무형문화재 분들이 만든 것들이 훗날 유형문화재로 보물· 국보로 지정받는데 그분들에 대한 보호 장치는 없어요.”

-구체적인 예를 말한다면?
“천연기념물인 나무가 죽어 가면 수액을 놔 주지 않습니까. 예방주사도 놔주고. 하지만 유형을 창출해내는 무형문화재에 대한 보호 장치는 없다는 거죠. 그분들이 병원에서 치료받을 수 있는, 보호받을 수 있는, 건강 관리할 수 있는 그런 가장 기본적인 것도 갖춰지지 않았다는 거죠.”

-무형유산에 대한 지원이 많지 않은 이유가 있다면?
“가장 큰 원인은 무관심입니다. 유형문화재에만 관심이 있었고 무형문화재에 무관심했기 때문에 이렇게 된 것입니다. 무형문화재을 무시해버렸다는 것이죠. 무형문화재의 소중함을 모르고 있습니다. 현재 젊은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비전이죠. 비전이 뭡니까. 당장 내가 선생님 밑에 들어가서 일을 했을 때 먹고 살 수 있는... 입에 풀칠할 수 있는 능력이 갖추어져야 하는데 선생도 먹고살기 힘든데 제자한테 무슨 돈을 주겠습니까? 그러니까 안 배우는 거죠. 자동으로 소멸하는 거죠.”

-그렇다면 어떤 점이 바뀌어야 하나요?
“환경이 바뀌어야 합니다. 무형유산만으로 먹고 살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죠. 자기가 어떤 빛을 보기까지는 부단한 노력도 하겠지만, 무형문화재가 될 때까지 손가락 빨 수는 없는 거 아니겠습니까! 뭔가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는 거죠.”

 

 

 

 

 

▲문화재청 조직도 국가무형문화재는 현재 144종목에 보유자 165명, 보유단체 67, 전수교육조교 280명, 명예보유자 17명이 있다. (2019년 7월 31일 기준/ 자료 문화재청) 하지만 이들을 관리하고 지원하는 무형유산과 직원은 10여 명에 불과하다(문화재청 홈페이지 갈무리)
▲문화재청 조직도 국가무형문화재는 현재 144종목에 보유자 165명, 보유단체 67, 전수교육조교 280명, 명예보유자 17명이 있다. (2019년 7월 31일 기준/ 자료 문화재청) 하지만 이들을 관리하고 지원하는 무형유산과 직원은 10여 명에 불과하다(문화재청 홈페이지 갈무리)

-환경이라고 하면 어떤 것을 말하나요?
“가장 큰 것은 제도입니다. 제도부터 바꿔야 해요. 그다음에 정책 세우는 문화재청의 무형과를 '국'으로 승격을 시켜야 합니다. 조직을 키워 줘야 그 안에서 일이 된다고 봅니다. 무형과가 '국'이 되고 그 안에서 '예능과'와 '기능과'가 나누어져야 합니다. 또 이수자, 조교, 전수장학생 등의 교육과 관리를 세분화시켜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죠. 지금 무형과처럼 기능, 예능 등에 3~4명씩 가지고는 아무것도 못 해요.”

-정부의 지원도 필요하지만, 전통작품이 고가인 데다가 일반인이 접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국민에게 다가갈 수 있는 노력도 필요할 것 같은데?
"서양화나 조각품, 동양화, 한국화 등 작품을 사용하려고 집에 걸어 놓는 거 아니거든요. 공예품도 미관용이나 예술품으로 소장합니다. 사실 5천만 원대 도자기를 사용하려고 사는 것은 아니거든요. 그런 차원에서 본다면 예술적 가치로 평가받아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선생님들의 작품·소품 중 일부는 대중들이 구매할 수 있도록 저렴한 가격대 것이 개발되어야 합니다.”

-대중성 있는 상품개발이 힘든 이유가 있다면?
“장인들이 상품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이 되냐고 묻고 싶어요. 이분들은 손재주만 좋을 뿐입니다. 사업과 경영은 다른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투자해서 성공이 보장만 된다면 하겠죠. 그런데 성공한다는 보장이 99% 없습니다. 제가 장도장이지만 저희 아버지 때 상품개발을 했었어요. 하지만 목돈 투자해서 푼 돈 벌었습니다. 그렇게 하면 결국, 망하라는 말입니다. 다른 선진국처럼 장인들은 기술을 잘 보존하고 국가와 기업들이 그것을 사야 합니다. 그래서 그것을 양산화시키는 방법을 연구해야 해요.”

-전통 작품의 판매는 어떤가요?
“지금은 거의 안 팔린다고 보시면 돼요. 90년대부터 지금까지 판매가 하락추세입니다. 지금 밑바닥 치고 있는 건데. 그게 언제부터냐면 김영란법이 생기면서부터입니다. 5만 원 이상은 주지도 말고 받지도 말라고 하는데 대한민국 장인의 작품 중 5만 원짜리는 없습니다. 그것 자체로 다 막아 버린 거죠. 거기에 최근 인건비가 상승했습니다. 주휴 수당에다가 인건비 수당을 상승시켜 버리니까 김영란법으로 불이 난 데다가 인건비로 기름을 부어 버린 거죠. 장인들 아예 일하지 못하게 만들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것이 안타깝죠. 분명 두 가지 다 좋은 법입니다. 원래 목적이 깨끗하고 청렴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고, 노동자에게 충분한 인건비를 주는 것은 옳은 일이에요.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있습니다. 대책을 먼저 세워야 한다는 것이죠. 대책 없는 정책은 무용지물이에요.”

-현재 국가무형문화재기능협회의 이사장을 맞고 있는데 어떤 단체인가요?
“우리 단체는 불혹의 나이를 넘어 45년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장인들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며 교류하는 단체입니다. 또 선생님들 작품을 홍보하고 더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도록 공감대를 형성하는 단체로 이 시대 최고 장인들의 모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어떤 분들이 회원으로 있나요?
“국가무형문화재를 비롯한 보유자, 제자, 전승공예대전 수상자. 시도문화재. 대한민국이 인정하는 명장 등 200여 명이 있습니다.”

-국가무형문화재 제60호 장도장이기도 한데 ‘장도’에 대해서 소개한다면?
“장도의 ‘장’자는 단장할 ‘장’자입니다. 단장은 몸에 단장한다는 의미에요. 여자 같으면 옷고름, 노리개 등에 차고 남자 같으면 허리춤에 차고 다니는 것으로 칼집이 있는 작은 칼을 장도라고 하죠.”

-장도를 하게 된 계기는?
“장도는 나한테 숙명이라고. 땔 수 없죠. 그냥 내 삶 자체에요 좋으나 싫으나 힘드나 좋으나 그냥 무조건 같이 가야 하는 운명적인 것입니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무형문화재의 작품이 많이 알려져야 해요. 안 보이는데 어떻게 구매를 할 수 있습니까? 전시회도 많이 하고 볼 기회가 더 많이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전통 공예 선생님들이 국외에서 전시 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앞으로 그런 문화도 더 만들어야 합니다. 환경 조성을 해서 우리 선생님들이 단체로 국외로 나가서 호평도 받고 판로도 개척하고 그런 시대를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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