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매 맺지 않는 전등사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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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매 맺지 않는 전등사 은행나무
  • 관리자
  • 승인 2006.07.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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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광역시 강화군 길상면에 위치한 전등사 경내에는 수령이 600여년
된 은행나무 두 그루가 있다. 한 나무는 노승나무, 다른 한
나무는 동승나무로 불린다. 은행나무는 본래 암나무와 수나무가
서로 마주보고 있어야 열매를 맺는데, 전등사의 은행나무는 꽃은
피어도 열매는 맺지 않는다.

숭유억불 정책이 한참이던 조선 후기, 철종 임금 때의 일이라고
전해진다. 불교 탄압의 구실을 찾던 조정은 전등사에서 상당한 양의 은행을 공출해 갔다. 어느 날 조정은 기껏해야 열 가마니를 채울 수 있는 전등사 은행나무에게서 스무 가마니를 요구했다. 수확량의
두 배를 요구한 것이다.


전등사의 동승이 이 사실을 노승에게 알렸다. 노승은 동승에게 그들을 너무 미워하지 말라 타일렀으나 곧 깊은 고민에
빠졌다. 은행 스무 가마니를 내어 놓을 수도 없고, 그들의 요구를 듣지 않으면 나라의 반항이라며 탄압의 근거로 삼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고민 끝에 노승은 도술이 뛰어난 백련사의
추송 스님에게 도움을 청하기로 했다.

























▶ 열매를 맺지 않는
전등사 은행나무


며칠 후 전등사에 온 추송 스님은 전등사 은행나무에서 은행이 두
배 더 열리게 하는 3일 기도를 드릴 것이라며 백성들을 모았다.
호기심과 의아심에 모인 백성들 사이에 관리들도 끼어 있었다.


마지막 기도가 있던 날, 추송 스님의 기도를 지켜보던 관리들의 눈이 얻어맞은 것처럼 퉁퉁
부어 올랐다. 기도가 끝난 추송 스님은 '이제 두 그루의 은행나무에게서 은행이 열리지 않을 것이오.'하고
말했다.


스님의 말이 끝나자 먹구름이 몰려와 전등사를 뒤덮더니
비가 무섭게 내렸다.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며 일제히 땅에 엎드렸고, 사람들이 고개를 들었을 땐 추송 스님도, 노승도, 동승도 모두 사라졌다. 사람들은 보살이 전등사를 구하기 위해 세 명의 스님으로 변해 왔다고 믿게 되었으며, 그 때부터 전등사 은행나무는
열매를 맺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전등사의 두 그루의 은행나무가 마주보고 서있으나 열매가 맺지
않는다. 그렇다면, 추송 스님이 암나무를 수나무로 바꿨다는 소리인가.


조용한 산사에 오랜 세월 뿌리내린 노거수를 보며 전설을 떠올려보는 시간을 갖는 건 비단 전등사의 은행나무에만 한정되어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냥 지나치지 않고 되새기며 자연에 동화되는 시간을, 가끔은
느껴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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