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사 동종, 그 중후한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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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사 동종, 그 중후한 침묵
  • 심연홍 기자
  • 승인 2020.02.17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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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 제11-7호 사인비구 제작 동종 (思印比丘 製作 銅鍾)

오랜 세월의 역사를 품은 중후한 모습의 동종이 사각형의 종각 안에서 적요하다. 보물 제11-7호인 의왕 청계사에 봉안된 동종이다. 조선 숙종 시대에 경기도와 경상도 지역에서 활동했던 승려 사인비구(思印比丘)에 의해서 1701년에 만들어졌다.

 

사인비구는 18세기의 승려이자 뛰어난 장인으로 전통적인 신라 종의 제조기법에 독창성을 합친 종을 만들었다. 사인비구의 동종작품 8구가 각각 다른 특징을 보이며 전해지고 있다.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이 전쟁에 사용할 물자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수탈을 자행하였고, 당시 이 동종도 빼앗길 위기에 처해있었다. 그러던 것을 청계사스님들이 서울 봉은사에 종을 임시로 숨겨두었고, 1975년 청계사로 다시 옮겨와 봉안하고 있다.

청계사동종(사진=CPN문화재TV 심연홍기자)        
청계사동종(사진=CPN문화재TV 심연홍기자)        

 

종의 높이는 115, 입지름 71이며, 무게가 700근이다. 종의 꼭대기는 약간 둥그스름하게 불러 있다. 그 중앙에 두 마리의 용이 서로 반대방향을 향한 채 연결되어 있으면서 종을 매다는 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동종의 어깨부분은 둥그런 띠를 둘러 꽃과 덩굴을 섬세하게 새겨 넣었다. 그 아래로는 연꽃모양인 9개의 연뢰(蓮蕾)가 사각형의 연곽 안에 있으며, 그 사이사이로 네 점의 보살입상이 표현되어 있다. 보살입상은 한 손에 연꽃을 들었으며 구름을 타고 있다. 이와 같은 보살상은 문경 김룡사 종(1670), 보은 법주사 종(1636), 양산 통도사 종(1686) 17세기의 범종에서만 보이는 특징이다.

 

종의 허리에는 중국의 영향을 받은 듯한 2줄의 굵은 횡선이 둘러진 것을 볼 수가 있다. 그리고 맨 아래쪽 종구(鐘口)에는 보상화문(寶相花紋)을 새겨 아름답게 장식하고 있다. 이러한 형태는 신라시대 이래의 화려한 고유양식을 나타내는 특징이다. 종 하단에는 만든 사람과 시주자, 제작시기를 나타내는 명문을 새겨 넣었다.

 

이 동종은 18세기 종의 형태를 잘 보여주는 것으로, 사인비구가 한국 전통형 뿐 아니라 중국의 종 양식을 응용한 작품도 제작했음을 보여주는 자료이다.

 

이와 같은 귀중한 보물임에도 불구하고, 동종이 소중하게 보호받고 있다는 흔적은 안타깝게도 찾아보기 어렵다. 푸름한 빛을 발하며 위엄을 드러내야할 동종의 몸체가 옅은 회색빛으로 뿌옇다. 세월의 흔적이라고만 보기엔 왠지 미심쩍다.

 

(사진=CPN문화재TV 심연홍기자)​​​​​​​ 
(사진=CPN문화재TV 심연홍기자) 

 

종 아래 바닥은 물론, 종을 매달고 있는 쌍룡의 머리 아래 쌓인 수십 개의 동전들이 보기에 민망할 정도다. 어디든 소원을 빌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이야 충분히 이해하지만, 동종의 머리위가 아니어도 이곳 청계사 내에는 불상을 모신 전각들이 여러 곳이므로 기도할 장소는 많다.

 

(사진=CPN문화재TV 심연홍기자)​​​​​​​      
(사진=CPN문화재TV 심연홍기자)      

또한 동종 하단에 상처처럼 때운 흔적이 있는데, 이 부분 외에도 금이 간 듯한 미세한 줄이 종의 위아래서 발견된다. 쌍룡의 머리 쪽도 마찬가지다.

(사진=CPN문화재TV 심연홍기자)​​​​​​​        
(사진=CPN문화재TV 심연홍기자)        

 

세월의 무게가 쌓이는 만큼 종의 몸체에 미세한 균열의 흔적이 늘어가는 일이야 어찌할 수 없다. 그러나 절대 인위적 훼손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동종각에 보물문화재! 동전을 던지지 마세요.’라는 안내문이 걸려있음에도 지켜지지 않는 것은, 문화재에 대한 인식의 문제인 것 같다.

 

(사진=CPN문화재TV 심연홍기자)​​​​​​​         
(사진=CPN문화재TV 심연홍기자)         

 

우리 문화재에 대한 깊은 관심과 가치관이 중요하다. 문화재청과 문화재를 보호하는 각 기관의 적극적 홍보와 보존을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시민들이 우리의 소중한 자산인 문화재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가짐으로서, 자발적으로 아끼고 보호하는 마음도 필요하다고 본다.

 

취재팀 심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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