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표미소 ‘신라의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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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표미소 ‘신라의 미소’
  • 이경일
  • 승인 2020.06.19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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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 제2010호 경주 얼굴무늬 수막새(慶州 人面文 圓瓦當)

사람이 살기 위해 지은 건축물. 집은 추위와 더위, 비바람 등으로부터 사람을 보호해 주었으므로, 고대부터 사람들 또한 집에 대한 의미가 삶에서 가장 컸다고 볼 수 있다.

하늘과 맞닿는 기와(사진=CPN문화재TV)
하늘과 맞닿는 기와(사진=CPN문화재TV)

 

건축물 가장 위쪽에서 하늘과 땅, 신과 인간의 세계를 구분 지었던 기와. 옛사람들은 하늘과 맞닿는 건축물의 경계선을 다양한 문양이 새겨진 기와로 장식하여 건축물의 위엄을 높이며, 재앙을 피했고 아울러 복을 담기도 했다.

 

신라의 미소로 불리는 보물 제2010얼굴무늬 수막새는 신라시대 원와당(圓瓦當)으로 신라인의 독창성이 담긴 온화한 미소가 아름답다.

보물 제2010호 경주 얼굴무늬 수막새(사진=문화재청)
보물 제2010호 경주 얼굴무늬 수막새(사진=문화재청)

 

수막새의 역할은 기왓골을 단단하게 마감하며 외부로 돌출된 경계에 자리 잡아 기와집을 돋보이게 한다. 동물문(禽獸紋)수막새, 보상화문(寶相華紋)수막새, 연화문 수막새, 봉황문수막새, 귀면문(도깨비문양)수막새 등 다양한 문양이 있다.

 

귀면문 수막새는 병과 불행을 몰아오는 사악한 악귀를 내쫓고 집안을 수호하기 위해 아주 사납고 험상궂은 모습을 하고 있다. 반면 미소무늬 수막새는 악귀를 미소로써 환대하여 그 집에 사는 사람에게 해코지를 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함으로, 신라의 얼굴무늬 수막새는 험상궂거나 무서운 표정대신 웃음으로써 나쁜 것을 달래서 돌려보낸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섬뜩한 악귀에게 환대와 미소로 대처하는 신라인. 보통의 상식을 뛰어넘는 기발한 발상은 신라인의 해학적 기질과 철학을 그대로 느끼게 한다.

 

세계에 하나밖에 없는 미소 짓는 인면문 수막새. 신라의 미소는 아래쪽이 깨어져 나갔지만, 이마와 두 눈, 오똑한 코, 잔잔한 미소와 두 뺨의 턱 선이 조화를 이루며 신라인들의 염원과 이상향을 구현한 듯한 높은 예술적 경지를 보여준다.

 

경주 영묘사 절터에서 출퇴되었다는 신라의 미소는 일제 감정기였던 1934년 경주의 한 고물상에서, 당시 경주에 살던 다나카 도시노부라는 일본인 의사가 고물상으로부터 구입했던 것이다. 그 후 1944년 다나카가 일본으로 가지고 갔다가, 박일훈 경주박물관장의 노력으로 1972년 다나카가 다시 경주를 찾아 직접 경주박물관에 기증하였고, 201810월 보물로 지정되었다.

 

지금까지 유일하게 알려진 손으로 빚은 얼굴무늬 수막새이자 신라인의 소박하면서도 인간적인 면모를 담아낸 신라의 미소가 세계를 향한 한국의 대표적인 미소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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