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사 안내도가 된 문화재 안내판
상태바
불사 안내도가 된 문화재 안내판
  • 관리자
  • 승인 2009.10.0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남 아산시의 한적한 야산 속에 보물 536호 “아산 평촌리석조약사여래입상”이 있다. 거대한 화강암을 다듬어 조각한 이 불상은 고려시대의 불상이다. 상체가 짧은 것이 특징으로, 하체가 상체에 비해 너무 길어 불균형한 듯한 모습이지만 얼굴이나 옷 주름의 조각솜씨는 최고의 장인으로 빗어낸 듯 돋보인다.





▲ 아산 평촌리석조약사여래입상


이 불상에는 고려 초기 작품답게 머리에는 작은 소라 모양의 머리칼을 붙여 놓았다. 그 위에 상투 모양의 머리(육계)가 큼직하게 자리 잡고 있다. 양쪽 귀는 어깨까지 길게 늘어져 불상의 자비로움에 한껏 멋을 더한다. 다른 부분보다 작고 얇게 표현된 입술 모양은 특히 인상적이다. 가슴부분에서 모은 두 손은 약그릇을 감싸고 있는데, 이를 통해 모든 중생의 질병을 구원해 준다는 약사여래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예로부터 약사 여래입상은 그 지역에 돌림병이 창궐하거나, 특별히 국시로 돌림병을 막아야 하는 지역에 세워지곤 하였다.





▲ 아산 평촌리석조약사여래입상


산세의 둔중한 자태와 어울려 거대한 불상은 그 모습이 보기에도 위용이 충만하다. 하지만 이 불상만 호젓하게 남아 있고, 불상을 이루던 용담사의 옛 모습은 흔적도 없다. 불상 뒤편으로 연대미상의 불전도 아니고 요사채도 아닌 흉한 건물 한 채가 불상의 멋스러움을 절하시키고 있다.





▲ 아산 평촌리석조약사여래입상 문화재 안내판


특히 문화재청에 세워놓은 문화재 안내판에는 불사를 건립하기 위한 밑그림 배치도인 듯한 흉측하게 퇴화된 그림이 붙어 있다. 이미 수 년이 지난 것이 분명한 듯 퇴색한 색감, 진득하게 달라붙어 있는 불사 안내도는 아무리 떼어낼려고 해도 떼어지질 않는다. 아산시와 문화재청에서는 이 같은 일로 보아 산 속에 숨어 있는 보물의 관리를 어떻게 하고 있는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한 차례만 방문하였다 하더라도, 관심만 조금 기울인다면 문화재 안내판의 흉측한 사건을 막낼 수 있었을 것이다.

사찰의 스님으로 보이는 듯한 노인은 “문화재청에는 모르겠고, 아산시에는 몇 번 왔다갔다”라고 말하면서, “누가 이 산 속에 있는 불상을 보러오겠어요”라면서 무심한 듯 말해버렸다.





▲ 용담사 사적비


석조약사여래입상의 우측 옆에는 용담사 사적비가 세워져 있다. 사적비의 내용은 신라 애장왕 때 원효대사가 용담사를 세웠고, 이후 고려 광종 때 혜명조사가 다시 건립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사적비 글씨는 세월의 풍상 앞에 일반인이 볼 수 없게 풍화되어 있다. 사적비 하단을 뒤덮은 이끼와 그 속을 줄지어 기어다니는 개미떼들이 오랜 시간동안 버림받은 용담사의 흔적을 말해주고 있다. 문화재로 비지정 된 사적비는 앞으로 얼마나 많은 세월을 관리의 사각지대에서 버텨야 할 것인지 걱정스럽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