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의 匠人] 집이 사람이라면 창호는 얼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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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匠人] 집이 사람이라면 창호는 얼굴입니다
  • 관리자
  • 승인 2009.10.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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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사람이라면 창호는 얼굴입니다. 가장 먼저 보게 되는 것이 얼굴이고 가장 변화무쌍한 것이 얼굴이지요. 저는 세상에서 가장 편하고 아름다운 얼굴을 만드는 사람입니다.”

서울 북촌 한옥마을, 계동초등학교 뒤쪽 아름다운 한옥 골목에 전통 창호 박물관인 청원산방이 있다. 청원산방은 심용식 소목장이 창호를 만들고 연구한 40년 세월을 집약시켜 놓은 아담한 한옥이다. 대문을 들어서면 도심 한복판에서 전통의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아담한 정원이 나온다. 정원에서 둘러본 청원산방은 전통 창호들의 아름다움으로 가득하다. 모든 창호는 각각 표정을 가지고 있으며, 천천히 살펴보면 창호에 한평생을 바친 장인의 숨결이 숨어있다.





▲ 심용식 소목장


충남 예산 출신의 심용식 소목장의 솜씨는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았다. 심용식 장인의 아버지는 전문 목수는 아니더라도 직접 사는 집을 다루기 어려운 밤나무로 만들 정도로 솜씨가 좋았다고 한다. “우리 집 아래채가 유일하게 밤나무 기둥을 섰었는데, 유일하게 큰자귀로 아버지가 지으셨는데, 내가 봐도 참 잘 지었어요. 웬만한 공구는 아버지가 다 가지고 계시더라구요. 안 배우셨어도 남의 집까지는 아니더라도 본인이 사는 집은 다 지으셨어요.”





▲ 창호가 아름다운 청원산방


심용식 소목장을 본격적인 목수로 이끈 사람은 조찬형 선생이다. 조찬형은 지금도 예산에서 전통 창호의 맥을 잇고 있는 창호에 있어 대표적인 장인이다. 나무가 좋았던 심용식 소목장은 목수일을 배우고 싶어 16세에 무조건 조찬형 선생을 찾아갔다고 한다. “조찬형 선생님이 어렸을 때 집에 직접 와서 목수 일을 했었어요. 하루는 위에 당숙집에서 조찬형 선생님이 찬장을 짜더라구요. 제가 가보니까 참 신기하더라구요. 그래서 나도 학교졸업하면 목수를 해야겠다 그런 생각을 했죠. 그 뒤로 학교 다니면서 조찬형 선생님 공방을 스치게 되었는데 거기서 나오는 나무 냄새가 너무 좋더라구요. 그래서 학교졸업하고 무조건 선생님을 찾아갔어요.”





▲ 창호가 아름다운 청원산방


심용식 소목장은 그렇게 조찬형 선생 밑에서 10여 년간 목수로서의 모든 것을 배우게 된다. 조찬형 선생과 현장을 다니며 창호뿐만 아니라 집안 찬장과 모든 것을 배우게 된다. 목공소에서 톱밥가루과 같이한 6년의 세월 끝에 수덕사에 첫 작품을 걸게 된다. 조찬형 선생 밑에서 목수 일을 배운 후 심용식 소목장은 서울로 상경하게 된다. “서울로 와서 운이 좋았던 게 그때 당시에 이광규 선생님 문 만들어주던 최영환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어요. 그 때 그 선생님 근처에 이사해서 산 것이 지금까지 거기 살고 있어요. 최영환 성생님 돌아가시고 그 공방을 이어 받아서 제가 하고 있고요. 선생님의 공구도 물러 받았어요.”





▲ 전통 공구


이후로 순천 송광사, 청도 운문사, 진천 보탑사, 불국사, 낙산사, 백담사 등 주요 사찰의 창호가 심용식 소목장의 손에서 다시 태어나게 된다. 또한 창덕궁, 창경궁 등 궁궐의 창호에도 심용식 장인이 손때가 묻어 있다. 그렇게 40여 년을 묵묵히 나뭇결을 쓰담듬어 전통 건축물의 창호를 만들어 왔다.





▲ 심용식 소목장의 작업장


2008년, 심용식 장인은 전통 창호의 아름다움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것도 평생 장인으로 살아온 자신의 의무라고 생각하고 서울 한복판 전통창호 박물관 청원산방을 열게 된다. ‘ㄷ’자 모양으로 조붓하게 자리잡은 청원산방은 각기 다른 종류의 문과 창의 특성을 파악하고 한눈에 비교하기 용이하게 꾸며져 있다. 전시된 문과 창은 주기적으로 교체된다고 한다. 또한 청원산방의 시연장에서는 300여 점의 옛 공구와 심용식 소목장이 직접 창호를 제작하는 시연도 볼 수 있다고 한다. 전통 창호의 아름다운 표정이 있는 청원산방에서, 아파트 딱딱한 표정의 문에 갇혀 사는 현대인들에게 삶의 여유로움과 편안함을 전달하는 공간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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