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계(仙界) 속에서 즐기는 풍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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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계(仙界) 속에서 즐기는 풍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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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10.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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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남도 아산시와 천안시 경계에 있는 외암민속마을은 조선 말기 충청도 양반집의 전통적인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고풍스러운 양반마을이다. 명종(1534∼1567) 때 장사랑 벼슬을 지낸 이정(李挺) 일가가 정착하면서 현재까지 예안 이씨 일가가 주류를 이루며 살고 있다.

60여 호 남짓 되는 이 마을에는 영암댁, 참판댁, 송화댁 등으로 불리는 기와집이 10여 채 정도 되는데, 그중에서도 영암댁이라 불리는 ‘아산건재고택(牙山建齋古宅, 중요민속자료 제233호)’이 규모나 건축기법 등에서 볼 때 외암민속마을을 대표하는 가옥이라 할 만 하다.





▲ 건재고택


‘아산 건재고택’은 조선 숙종 때의 성리학자 이간(李柬)이 출생한 가옥으로, 현 소유자의 증조부 건재 이상익(1848∼1897)이 현재의 모습으로 건립하였다. 이간은 이정의 6세손이며, 마을 이름 ‘외암리’가 이간의 호 ‘외암(巍巖)’에서 따와 지은 것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가옥의 배치는 설화산을 진산(鎭山)으로 하여 산세에 따라 서북향으로 배치하고, 안채와 사랑채가 각각 ㄱ자형으로 서로 마주하고 있으며, 사랑채 앞에는 정원이 자리하고 있다. 문간채는 솟을대문과 방으로 이루어져 있는 ―자형 구조이고, 양쪽에서 연결하여 담장을 둘렀다. 집안에는 예안 이씨 일가가 마을에 정착한 근거자료가 되는 이간의 교지가 보관되어 있으며, 그밖에 추사의 현판을 비롯해 도자기, 서화 등 유물 300여 점이 보관되어 있다.









▲ 건재고택 정원


대문을 들어서면 아름다운 한국의 정원이 눈을 사로잡는다. 꾸밈이 없는 듯하면서도 화려한 이 정원은 한국의 아름다운 정원 10선에 꼽힐정도라고 한다. 나무 하나 돌 하나 독특한 매력을 뽑내면서 전체적인 조화를 이루고 있다. 특히 정원에는 학익지, 혹은 반달지라 불리는 연못이 있는데, 이 연못은 설화산에서 흘러나온 물이 담장 밑의 입수구를 지나 연못으로 모여드는 구조로 되어있다.

정원을 지나면 사랑채가 있다 사랑채의 특이한 점은 굴뚝이 사랑채에서 정원을 바라보는 하단에 있다는 것이다. 아궁이에 불을 지피면 그 연기가 정원에 자욱히 쌓여 사랑채에서 바라보는 정원은 선계(仙界)의 풍경이 된다. 그 속에서 글을 보며 풍류를 즐겼을 옛 선비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 건재고택 안채


사랑채를 지나면 고즈넉한 옛 고택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는 안채로 접어든다. 안채로 접어드는 길에는 내외담이 쌓여있어 안채의 여자들을 밖에서 볼 수 없도록 하였다. 안채에는 현재도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다. 안채 한쪽으로는 추사체의 현판이 시선을 잡아끈다. 건재고택은 추사 김정희의 처가로도 유명하다. 그래서 건재고택에는 현판 외에도 추사의 유물이 40여점 보관되어 있다.





▲ 추사 김정희의 친필 현판


아름다운 정원과 그 속에서의 옛 선인의 풍류를 지금도 느낄 수 있는 건재고택. 많은 사람들이 이 곳에서 우리 문화유산의 아름다움과 그 속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건재고택은 개인의 소유로 외암마을의 찾는 일반인들의 출입이 자유롭지 못하다고 한다. 한 개인의 사유재산이기에 앞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고건물과 고정원으로 많은 사람들이 건재고택을 보고 느낄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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