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지키는 대목장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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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지키는 대목장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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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12.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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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강원도에 대목장(大木匠)이 탄생했다. 그 주인공은 바로 50여 년 간 강원도를 기반으로 전통건축 활동에 매진해 온 홍완표(63) 도편수.



대목장(大木匠)은 궁궐, 사찰과 같은 전통 건축물 공사를 책임지는 총 책임자로, 재목을 선별해 치수에 맞게 자르고 다듬는 것부터 설계와 공사의 감독ㆍ관리까지 총괄적인 일을 담당하는 장인을 말한다. 조선 세종 때는 정5품 벼슬을 지낼 만큼 대우를 받았지만 현재는 몇몇 장인들에 의해 근근이 명맥이 유지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 문화재로 지정된 대목장은 홍완표 대목장을 포함해 중요무형문화재 3명, 시도무형문화재 3명 등 총 6명이다.







▲ 홍완표 대목장






대목장 '홍완표'와 강원도





홍완표 대목장이 태어나고 자란 강원도는 예부터 궁궐, 사찰에 쓰이는 질 좋은 목재들이 많이 나오는 지역이었다. 또한 폐쇄적인 지역적 조건 때문에 전통적인 건축기법을 고수하고 전승하기에 매우 용이한 환경을 갖고 있는 곳이다. 이 두 가지 조건을 바탕으로 강원도만의 특성을 지닌 건축 문화가 형성되어왔으나 그동안 이러한 건축문화를 효과적으로 전승 및 보존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되지 못했다.




하지만 강원도는 이번 홍완표 대목장의 무형문화재 지정을 계기로 ‘전통건축’과 ‘나무’라는 소재를 지역적으로 특화시켜 나가려는 계획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평창군은 내년 홍완표 대목장의 제자 가운데 전수장학생을 선정하는 한편, 전통건축 전수관을 건립해 인력적, 공간적으로 체계적인 전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기틀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한 장기적으로 강원도의 목재와 전통건축, 목도소리(큰 나무를 들어올릴 때 목수들이 부르는 노래)를 ‘나무’라는 하나의 테마로 묶어 특화시켜 나갈 예정이다.







▲ 홍완표 대목장



홍완표 대목장은 70년대 화전민 정리 사업으로 없어진 평창 월정사 인근의 화전민 촌에서 자랐다. 가난 때문에 학업도 포기하고 어린 나이에 직업전선에 뛰어들었던 홍완표 대목장은 1965년, 당시 내로라하는 목수들이 모여들었던 월정사 건축현장에 목수로 들어가면서 우리나라 궁궐목수의 거장 조원재 선생의 제자 김명성, 정대기 선생을 만나 목수로서의 첫 발을 내딛었다.




이후 홍완표 대목장은 1973년 강릉 포교당의 대웅전의 도편수로 참여하면서 강원도 지역의 목수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 월정사, 강릉 관음사 대웅전, 삼척 천은사 법당을 비롯해 낙산사, 원주 구룡사, 설악산 신흥사, 백담사 등 강원도의 주요 전통건축 공사에 도편수로 참여했다. 한편으로는 스승에게서 물려받은 전통 기법을 갈고닦아 후학들에게 전수하는 활동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이번 대목장 지정 심사를 위해 홍완표 대목장의 전수활동 현장을 방문했던 김도경 교수(강원도 문화재전문위원)는 “홍완표 대목장은 도법(圖法)과 도면 작성, 먹놓기, 치목과 조립 등의 과정을 전통적인 기법으로 제대로 구사하는 얼마 남지 않은 장인”이라고 평하면서, “부편수를 비롯해 후계자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제자들과 작업하는 모습을 봤을 때 후계자 양성을 위한 준비도 충분히 되어있어 기능적인 면, 전승활동 측면 등에서 대목장으로서의 자격을 잘 갖춘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전통건축 기법 중 대자귀질을 재현하고 있는 홍완표 대목장과 제자들





“나무를 지키는 대목장이 되겠습니다”





[Interview : 홍완표 대목장]




Q. 전통건축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저는 어릴 때 귀틀집에서 태어났습니다. 너와를 약 3~4cm두께로 지붕을 덮고 벽은 황토 진흙에다 볏짚을 섞어서 틈새를 붙여서 메웠어요. 그리고나서 온돌을 놓으면 모양은 우스워도 얼마나 보온이 잘되고 따듯한지... 그런 집에서 태어났고 어려서부터 어른들이 집을 짓는 모습도 숱하게 봐왔습니다. 그러다가 월정사 대적광전 지을 때 65년도에 입문해서 기술적인 전수를 받아가면서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Q. 강원도무형문화재로 지정되셨는데 강원도 지역 전통건축의 특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우리의 전통건물, 문화재 건물도 특성이 있습니다. 강원도, 충청도, 경상도, 전라도가 각각 특성이 있어요. 강원도는 특히 눈이 많이 왔어요. 옛날에는 1m 이상 이렇게 오다보니까 사찰을 지어도, 문화재 건물을 지어도 지붕을 짧게 합니다. 눈 하중 때문에. 저희가 지금은 경상도, 전라도를 비롯해 전국에서 일을 하지만 옛날에 지은 건물을 봐도 경상도 부산 쪽, 전라도 쪽을 가면 처마길이가 깁니다. 눈이 많이 안 오기 때문에. 그래서 그 쪽은 처마선이 길고 강원도 쪽은 다소 처마선이 짧습니다.




Q. 이번 무형문화재 지정 과정에서 전통건축 기법을 잘 계승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는데요.

옛날 5,60대 분들 중에 정석으로 선생님께 배운 분들은 전통기법을 아주 모른다고는 할 수 없겠죠. 그런데 저희들 같은 경우 입문 당시부터 대자귀질, 먹놓는 것, 도끼질 등 전통기법을 배웠습니다. 지역적 특성 때문에 90년대 초까지 전통 공법을 썼고요. 저보다 선배인 훌륭한 장인들도 많으시고 후진들도 있지만 전통기법 만큼은 다른 도편수보다 잘 계승하고 있다고 자신 있게 얘기하고 싶습니다.







▲ '먹놓기' 시범을 보이고 있는 홍완표 대목장




Q. 무형문화재로서 앞으로의 각오는 무엇입니까?

우선 첫째, 겸손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나만이 진리다, 이건 아닙니다. 강원도 대목장이 되었으니 더 겸손하게 생활할 것입니다. 그리고 후학들에게도 모범이 될 것입니다. 제가 똑바로 가야 우리 후진들도 올바로 저를 따라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 다음에 사람이기 때문에 욕심은 다 있지만 나만 독식하겠다는 욕심을 버리겠습니다. 제가 그런 보기 싫은 모양을 수없이 봐왔기 때문에 그런 욕심을 버리겠습니다. 그리고 후대에 부끄럽지 않은 장인으로서 먼 훗날에 ‘어느 시대에 이 도편수가 훌륭했다’ 이런 소리를 듣고 싶습니다. 그리고 작품도 남기고 싶습니다.




Q.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나무를 지키는 대목장이 되고 싶습니다. 좋은 나무가 많아야 국보나 문화재 건물에 잘 쓰일 수 있으니까요. 강원도는 물론이고 각지의 좋은 나무들을 잘 관리해 소나무와 우리 나무들을 지켜나가겠습니다. 그것은 대목장을 떠나 목수로서의 사명감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무를 지키겠다는 것은 곧 우리 전통건축을 지켜나가겠다는 다짐이다. 대목장으로서 앞으로 홍완표 장인의 전통기능 보존 및 계승 활동이 전통 건축계의 튼튼한 기둥이 되고, 대들보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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