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부처님의 가르침을 마음에 담고 생활하는 이들의 마음 한 곳에도 간혹 피어지는 의문과 마주하기도 한다. 자신의 마음 안에 담은 부처님의 가르침이 올곧게 담긴 것인지, 혹은 그 뜻에 맞는 일상을 지나오고 있었던 것인지….
우리의 이번 여행은 그런 마음 안에 피어오르는 물음에 대한 답을 찾고자 하는, 혹은 전법의 길로 나아가기 위한 시간을 갖고자 하는 것이었다.
>>천년의 화엄! 전법의 길을 제시하다.
여정의 첫날인 23일(월), 전 주부터 설레는 마음으로 준비해놓았던 여행 가방을 차에 싣고 인천공항으로 출발했다. 차창 너머 푸른 가을 하늘 속 흰 구름은 얼마나 뽀얗고 아름다운지, 사랑스러운 마음에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여행이 사람의 마음을 얼마나 들뜨게 하는 것인지, 끝없이 솟구치는 이 엔-돌핀을 어떻게 감당하지?, 마음에게 묻는다.
이번 라오스 성지순례 여행은 4박 6일간(10/23~10/28) 라오스 남부를 돌아보는 일정으로 지리산 화엄사와 화엄사 말사를 이끌어 주시는 여러 스님들과 사찰의 신도 등 60명의 대단위 여행단이다. 공항에는 이미 반가운 얼굴들로 가득 차 있었다.
저녁 7시 45분 출발 라오스 비엔티안행 비행기는 자정이 다 되어 왓 타이 공항에 닿았다. 긴 비행시간에 피곤해진 일행은 곧바로 두 대의 대형버스에 올라 숙소에 닿았고, 동남아 대표 과일인 달콤한 망고로 당 충전을 완료하고 짧은 잠에 빠졌다.
>> 라오스 국내선 타고 남부 짬파삭을 향해 날아오르다
5시 30분, 이른 조식을 먹은 뒤, 6시 30분 비엔티안 왓 타이 공항에서 라오스 국내선에 몸을 실어 남부 빡세 공항으로 이동했다. 비엔티안 왓 타이 공항에 도착하니 일행을 기다리고 있던 라오스 문화재국 텅릿부청장이 라오스 방문을 환영해 주었다.
인도차이나반도의 중심에 위치한 라오스는 북쪽에 중국, 북서쪽에 미얀마, 서쪽으로는 태국, 동쪽으로는 베트남과 접해있으며, 전 국민의 98%가 불교신자이다. 거리의 곳곳에서 환한 주황색 법복을 두른 젊은 스님들을 자주 볼 수 있다. 나이 어린 스님들이 학교 수업이 파한 뒤에 사찰로 돌아가거나 그 외 필요한 일을 위해 다니시는 것이란다.
라오스의 남쪽은 캄보디아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다. 13세기와 18세기 사이 동남아시아의 거대한 제국 란 쌍 왕국에서 라오스의 역사와 문화적 정체성을 엿볼 수 있다. 란 쌍 왕국은 육상 무역의 중심지가 되어 경제와 문화가 번성했던 왕국이었으나, 내분을 통해 세 나라로 분열이 되었다고 한다. 북부의 루앙프라방 왕국, 중부 비엔티안 왕국, 남부의 짬빠삭 왕국이다. 한국사의 고대 삼국시대와도 닮아있다는 생각이 스친다.
라오스 남부의 관광청 직원들이(암폴 쌩파찬 세계유산 지역 참파삭주 정보문화관광부 부국장, 쏨파타이 깻말라 정보문화관광부 국장과 그 직원들) 짬파삭 공항에 내려선 우리 일행을 기다렸다가 열렬히 환영해 주었다. 대단위 여행단이 남부를 찾는 일은 아주 보기 드문 일이라고 한다. 꽃다발을 한 아름 받아들고는 함박웃음을 지으시는 교구장 스님(덕문스님)의 미소가 모두의 기분을 좋게 한다.
광활한 남부의 대지와 대지 위에 긴 가지를 부드럽게 늘어트린 열대 나무들은 하나같이 모두 키가 크다. 나무로 가볍게 지어진 나무집과 초원의 풀밭에 그림처럼 서있는 물소 떼, 때로는 키 작은 소떼들이 달리는 차의 질주에 작은 쉼표를 주었다. 간혹 몸이 흰 염소들도 소 떼 무리에 끼어있기도 하다.
한참 동안 이국의 풍경에 마음을 빼앗기며 달리다 닿은 곳이 라오스 남부의 대표사원 ‘왓푸’와‘홍낭시다’이다. 왓푸는‘산의 사원’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고대 크메르인들이 지은 사원으로 캄보디아 앙코르와트의 원형이 되는 사원이기도 하다. 앙코르와트보다 2-3백 년이나 앞선 사원이라고 하니 그 찬란했을 역사를 얼마만큼 짐작하는 게 맞을지 의문이다. 루앙프라방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이후 라오스에서 두 번째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곳이다.
큰 나무 아래에서 더위를 피해 기다리고 있던 한국인이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준다. 한국문화재재단의 문화재 복원팀의 전유근 팀장님으로 우리 일행에게 라오스 홍낭시다의 문화재 복원현장을 세밀하게 설명해주셨다. 홍낭시다는 한국 최초 한국 정부의 ODA 지원 문화재 복원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곳이며, 라오스의 홍낭시다를 시초로 한국의 문화재 복원은 또 다른 문화재 한류를 이끌며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한국의 문화재 복원팀들이 나무 오른쪽에 쓰러져 있는 사원을 복원하고 있는 중이다. 사원은 홍낭시다(시다 공주의 방)라고 불리는 작은 사원으로 아름다운 전설이 내려온다. 옛날 사원의 주인 시다 공주는 식인 괴물로부터 아버지 캄만타 왕을 구하기 위해 스스로 제물이 되며, 제물이 된 시다 공주를 구하기 위해 7일 밤과 낮을 괴물과 싸워 이긴 용감한 청년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가 담겨있다. 시다 공주의 아름다운 마음과 사랑이 사원으로 발전하여 라오스인의 기도처가 되었는가 보다.
우리 일행은 돌계단을 밟아 시다 공주의 사원에 서서 교구장 스님의 지도 아래 반야심경을 되뇌며 경건한 마음으로 기도를 올렸다.
사원을 향해 가는 길 양쪽에 ‘바레이’라고 불리는 인공 연못이 자리하고 있다. 오른쪽은 아버지 연못, 왼쪽은 어머니 연못으로 표현된다. 연못 끝에 연꽃 봉우리 모양의 돌기둥 진입로가 있고 그 길을 통해 사원으로 나아간다. 두 개의 신전 역시 오른쪽은 남자를 위한 신전이며, 왼쪽은 여자를 위한 신전이다. 작고 아담한 홍낭시다 사원보다 훨씬 큰 양쪽의 사원도 오랜 세월의 흔적만큼 아름다운 기도와 소망이 가득한 곳이리라. 아름다운 풍경과 소망까지 사진 안에 담고자 욕심껏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왓푸 박물관장님의 안내로 박물관 견학까지 마친 일행은 남부 메콩강변의 한적한 식당에서 라오스 현지식으로 허기를 달랬다. 다진 돼지고기가 들어간 야채볶음과 메콩강에서 잡은 민물고기 튀김, 계란부침 요리 등이 어쩐지 거부감 없이 맛있게 넘어간다. 라오스 사람들 중 살찐 사람이 없는 이유는 역시 야채 반찬이 주식이었구나, 생각하며 친숙함에 미소가 지어진다.
빡세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푸살라오에 올라 메콩강 건너로 보이는 빡세 시내풍경을 세세히 바라본다. 푸살라오는 평화로운 빡세 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최고의 뷰포인트라고 했다. 유럽식 주택에서 볼 수 있는 주황색 기와가 얹힌 지붕들이 많다. 아마도 오랜 프랑스 식민을 거치면서 프랑스식 집들이 자리한 탓일 것이다.
>> 4천 개의 섬, 시판돈은 강의 도시
전날 호텔에 도착해 라오스 전통 발 마사지를 받았더니, 세 쨋날 아침의 출발이 가벼웠다. 4천 개의 섬이라는 뜻의 시판돈으로 출발하기 위해 8시 호텔을 나섰다. 먼저 인도차이나반도에 최초로 불교를 전했던 고대 불교 승려들이 걸었다는 불교 선교의 루트 ‘고대 길’을 둘러볼 수 있었다. 승려들은 메콩강 아래쪽을 향해 신발도 신지 않은 채 끝없이 걸어 나아갔으리라. 아름다운 전법의 길을 향해 나아갔으리라.
다섯 분의 스님이 떠나셨으나, 고대 길의 끝에서 두 분의 스님이 돌아가시고 세 분의 스님만이 끝까지 나아가셨다고 한다. 메콩강변 아래로 끝없이 걸어가셨을 스님들의 뒷모습이 눈앞에 그려진다. 고대 길 위에 세워진 ‘행복’이라는 뜻을 가진 사원(랏따나깨우뭉쿤싸이냐람)에서 우리 일행은 경건한 마음으로 아침기도를 올렸다.
라오스 최남단에 위치한 나까상 마을에 도착한 일행은 라오스인의 몸매처럼 늘씬하고 길쭉한 나무배를 타고 돈뎃섬을 향해 나아갔다. 메콩강 물이 비온 뒤의 모래와 물이 뒤섞인 상태처럼 뿌옇게 보여서 맑지 않다고 생각되었지만, 손을 뻗어 퍼 올린 메콩의 물은 맑고 깨끗하기만 하다. 모든 것을 품어주는 어머니처럼 메콩 물줄기를 따라 사는 모든 이들을 넉넉하게 품는, 과연 어머니의 강이 맞다. 메콩은 어머니라는 뜻이라고 한다. 쌩쌩하게 강물을 가로지르는 배의 양쪽으로 순간순간 지나가는 크고 작은 섬들, 그 섬 안에 집들이 아름다운 이국의 풍경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어주고 있다. 크고 작은 4천 개의 섬과 그 섬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크고 넉넉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을지…. 참으로 아름다운 라오스다.
4천 개의 섬, 시판돈의 시원한 물줄기를 가로질러 도착한 돈뎃섬의 착지 지점에서 다 허물어져있는 철교 다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프랑스 식민시절 프랑스인들이 돈뎃섬에서 재배된 농작물을 수탈해가던 흔적이라고 한다. 돈뎃섬에서 물자가 내려지면 철도 기차를 통해 위 섬 돈콘섬까지 물자가 운송되었고, 운송된 물자와 인력이 돈콘섬에서 기다리던 배에 실려져 옮겨졌다. 사진을 찍으며, 빼앗긴 자와 빼앗은 자들의 시대상을 상상해 본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아픔이 있는 라오스인들의 미소가 진지하게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 동양의 나이아가라를 아시나요?
바다 같으나 실제로는 끝없이 펼쳐진 강, 시판돈이 만들어 낸 리피폭포와 콘파팽폭포는 어머니 강인 메콩강이 만들어낸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큰 폭포로 ‘동양의 나이아가라’라고 알려져 있다. 웅장하며 거침없는 물살이 장관이다. 사람들은 물을 보면 행복하다. 거침없는 저 물살은 어느 곳을 향해 나아가는가. 주저함 없이 쭉 뻗어 나가는 물살이 전법의 길을 안내하였던 것인가. 숙연한 마음으로 기도 한 줄 올리고 돌아선다.
>> 커피나무를 적시는 열대성 소낙비를 맞으며 아라비카의 원산지 볼라벤 고원을 지나다.
볼라벤 고원은 라오스 남부의 고지대로 오랜 옛날 고원에는 아주 강력한 힘을 가진 라벤족이 살고 있었다고 한다. 그 이름을 따서 만들어진 고원이 바로 볼라벤 고원. 볼라베 고원을 향하는 우리 일행을 환영하듯 열대성 소낙비가 시원스레 뿌려지고 있다. 볼라벤 고원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커피농장에 들러 눈앞에 펼쳐진 커피 밭의 풍경을 감상한다. 농장 주인의 마음을 닮아서인지 커피나무는 자로 그려놓은 듯이 반듯하게 줄을 서서 자라고 있다. 봄이었다면 붉은 커피체리가 장관을 이루고 있었을 텐데, 조금은 아쉬운 마음이다.
커피는 오랜 옛날부터 수도하시는 승려들의 자연 강장제로, 또는 약재로 쓰였다고 전해진다. 머리와 몸을 맑고 가볍게 하여 하루의 평안을 주는 커피가 부처의 마음을 닮아있다고 생각하니 빙그레 미소가 피어오른다.
>> 쌍둥이 폭포를 가로지르는 멋진 짚라인에 몸을 맡기다! 야~~~~ 호
빗속을 지나니 다시 맑은 하늘, 두꺼운 구름이 따가운 햇살을 가려 이 나라의 더위를 잠시 잊게 해준다. 일행은 전에 한 TV 프로에 소개되었던 쌍둥이 폭포 탓환을 향해 잠시 걸었다. 하트 모양의 사진 포인트에 서서 바라보니 서로 쏙 빼닮은 쌍둥이 물줄기들이 시원스레 떨어져 내리고 있다. 저 많은 물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절로 궁금하게 만든다. 일행들은 누구라고 할 것 없이 평소 존경하는 스님들을 이끌어 사진을 찍느라 무척 분주하다.
폭포 뷰에서 50보를 더 걸어 안으로 들어가면 거기가 바로 야호! 하고 소리 지를 수 있는 액티비티 현장이 있다. 라오스에 있는 짚라인 중에서 가장 높으며, 멋진 풍경과 폭포를 가슴에 새길 수 있는 체험 현장이 아닐까 한다.
짚라인! 아찔한 계곡 아래를 보고 무서워서 도전 할 엄두를 못 내던 일행들은 교구장 스님께서 도전을 하시자, 여러 스님들께서도 마음을 여시고 도전하셨다. 그러자 일행들도 하나, 둘씩 아찔한 모험을 해보자는 쪽으로 돌아서 도전자는 모두 서른 명이 넘었다. 자신의 차례가 되기를 기다리면서 아득히 먼 건너편 도착지점을 가늠해 보기도, 멀리 점처럼 사라지는 출발자의 몸짓을 보며 전율하기도 했다.
눈 안으로 스미는 푸른 잎사귀를 부드럽게 늘어트린 열대 나무와 푸르른 열대 숲이 형용할 수 없도록 아름답다. 그 사이를 힘차게 흘러내리는 폭포. 우리는 그 아름다운 계곡을 가로지르며 열대 숲을 향해 나아간다. 몸이 날아오른다. 두 팔은 새의 날개가 되어 펄럭이고 있다. 난생처음 짚라인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다. 가슴 뛰는 황홀경을 맛본다.
>> 부처님 시대부터 쭉 내려오는 맨발의 스님들!
5일차다. 새벽 여명은 메콩강 너머 수평선을 붉게 물들이며 밝아오기 시작했다. 5시 30분 전 일행은 라오스 스님들의 탁발 행렬에 동참하기 위해 지정된 자리에 앉아 스님들이 지나시기를 기다린다. 불심이 깊은 라오스인들은 매일 새벽 스님들께 공양을 올리며 가족의 평안과 내세의 복을 기원한다고 한다. 매일 새벽 맨발의 스님들이 지나실 집 앞을 깨끗이 쓸고, 준비한 공양물그릇을 무릎 앞에 가지런히 늘어놓고는 경건한 마음으로 두 손을 모아 평안을 기도하며 스님을 기다리는 모습은 세상 모든 어머니의 마음이리라. 나 또한 두 손을 가슴에 모으고 스님을 기다린다. 평생 복을 짓는 마음으로 곱고 정갈하게 살아가자고 다짐해본다.
멀리서 맨발의 스님들이 우리를 향해 걸어온다. 작은 모습이 점점 커지며 선명해진다. 한 줄 로 걸어오시는 스님들의 허리춤엔 공양 발우가 매달려 있다. 찬찬히 우리를 향해 걸어오는 까만 피부의 순한 눈매, 경건한 얼굴선, 맨발이시다. 시선은 저절로 스님들의 맨발에 머물고, 공양물을 집어 올리는 손가락마저 경건해진다.
10시쯤 체크아웃을 마친 일행은 여행 가방을 들고 빡세 공항에서 비엔티안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빡세에 내릴 때 탔던 비행기와 다르게 우리가 탈 비행기는 작은 쌍발기다. 쌍발기는 작아도 더 안전하다고 일행 중 누군가가 이야기를 해준다. 한쪽 날개가 고장 나더라도 한쪽 날개로 성공적인 비행을 마칠 수 있다고 하니 더욱 안전한 여행이었던 게 분명하다.
>> 라오스의 ‘라오' 는 물이라는 뜻이 담겨있다.
비엔티안에 내려 버스에 오른 일행은 탕언 남릉강을 보기 위해 질주했다. 라오스는 물이 흔한 나라라고 가이드가 이야기해준다. 어머니의 강 메콩강의 물줄기는 중국과 경계를 이루고 있는 라오스의 북쪽에서부터 비엔티안을 거쳐 남쪽으로 끝없이 흐른다. 그리고 캄보디아를 지나면서 바다와 만나게 되는 것이다. 탕언 남릉강 선상에서 즐기는 점심 식사도 이채로운 경험이다.
>> 라오스의 위대한 스승들이 계신 곳은 허파개우 사원이랍니다.
한국의 젊은 연인들이 결혼식 기념촬영을 하는 곳이 고궁과 박물관 등이라면, 라오스의 젊은 연인들이 결혼 약속을 하고 라오스 전통 예복을 입고 기념촬영을 하는 유명한 곳 중의 한 곳이 바로 허파개우 사원이다. 허파개우 사원은 라오스 란쌍왕국이 루앙프라방에서 비엔티안으로 천도할 때 에메랄드 불상을 모시기 위해 건립된 사원으로 라오스의 모든 국민에게 사랑받는 사원이라고 한다. 라오스의 대통령궁 건너편에 위치한 허파개우는 나라에 큰일을 했던 많은 분들이 모셔져 있는 유서 깊은 곳이기도 하다.
교구장 스님을 비롯한 스님들이 허파개우 건너편 시사켓의 웯마쌔나이 주지스님과 차담이 진행되는 동안 우리 일행은 사원 곳곳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불교국가답게 사원 안에는 수많은 불상이 전시되어 있다. 라오스인의 얼굴을 닮은 수 천,수 만의 부처상이 라오스인의 기도를 듣는다. 우리 일행의 기도를 듣는다. 일행 중 108배를 하고자 하는 분이 계셨으나 짧은 시간 탓에 108배는 다음을 기약하고 사원을 떠나와야 했다.
라오스를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탈루왕 사원이다. 온통 황금빛인 탈루왕은 위대한 불탑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부처님의 가슴뼈 사리와 유품인 머리카락이 모셔져 봉인되어 있는 탑으로 유명하다. 라오스인들이 가장 신성시 여기는 불교 유적지로 매년 11월에 개최되는 탈루왕 축제는 전국의 라오스인들을 한곳에 모이게 하는 라오스의 가장 큰 불교 축제라고 한다. 우리의 일정이 몇 주만 더 늦게 진행되었더라도 탈루왕 축제를 즐길 수 있었다고 생각하니 아쉬운 마음은 더욱 커져 산이 된다.
해가 내리고 어둠이 깔리는 탈루왕사원이지만 어둠 속에서도 황금사원은 그 빛을 잃지 않고 밝게 빛난다. 나는 두 손을 모아 합장하며 라오스에서의 마지막 기도를 올린다. 여행의 피로감에 몸은 지쳐있었지만, 마음만은 또렷하다. 황금처럼 빛나는 기도문도 가슴에 새겨진다.
>> 돌아서는 발걸음은 아쉬움 가득
여행은 다시 돌아오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고 한다. 먼 곳을 떠돌던 가벼운 마음을 가슴 안에 안착시키고, 짧은 일정을 뒤로 한 채 다시 돌아오기 위해 일행들과 함께 인천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라오스 남부 곳곳을 다니며 만난 풍경, 체험, 전법의 길을 찾기 위한 순간순간의 기도, 이 번 여행 동안 함께 했던 일행들과 따스한 교감…. 이 모든 것들이 전법의 길이었다는 것에 마침표를 찍을 즘에 나는 달달한 꿀잠에 빠지고 만다. 잠에서 깰 즘에는 인천에 닿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