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살아있는 왕실의 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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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살아있는 왕실의 위상
  • 관리자
  • 승인 2010.10.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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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고궁박물관


찬란했던 500년 역사와 문화를 자랑하는 조선 왕실의 문화재를 소장하고 있는 국립고궁박물관을 찾은 나는 그저 화려함만을 자랑하는 유품들이겠거니 하는 막연한 생각만 가지고 있었다.






▲ 신라기마인물상 모형


역에 도착하면서부터 우리를 맞이하는 국보 91호인 신라기마인물상. 실제 국보가 아닌 모형상이기는 하지만, 경복궁을 관람하기 위해 찾은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데 단연 최고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마 이 승강장을 찾은 많은 관람객들은 이것이 왜 승강장에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나 또한 처음 조형물을 맞이했을 때, “이게 뭐야?”라는 식의 반응이었다. 그러나 처음 국립중앙박물관이 용산으로 이전하기 전 현재 국립고궁박물관의 자리에 있었다고 한다. 그때 현재 사람과 짐을 옮기는 운송수단으로 자주 활용하는 지하철역에 과거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고, 중앙박물관의 홍보 효과도 볼 수 있는 상징적인 조각상을 세우기로 했는데, 그때 결정된 것이 신라기마인물상. 과거 말의 역할을 지하철이 하고 있기에 결정된 것이라고 한다. 실지로 경복궁으로 향하는 우리의 발길은 과거로 향하고 있으니 말이 필요하기도 하지 않을까.






▲ 경복궁역 연결통로


말을 타고 가건, 내 발길로 걸어가건 경복궁으로 향하는 역사 내는 우리의 눈을 끊임없이 즐겁게 만들었다. 플랫폼을 나와 한층 더 올라오면 누구나 관람할 수 있는 지하철역사 미술관이 있고, 경복궁으로 향하는 출구 쪽에는 창덕궁의 불로문(不老門)을 모방한 작은 불로문이 설치되어 모든 이로 하여금 만수무강과 불로장생의 꿈을 실현할 수 있게 기원을 해주었다. 거기다 화강석 등(燈)과 고궁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유물 사진들도 있어 박물관으로 향하는 나의 발길을 지루하게 하지 않았다.






▲ 홍보판


신나는 발걸음으로 지하철 연결 통로를 지나 고궁박물관 앞에 선 나는 “상명대학교”에서 진행하고 있는 “텍스타일아트” 전시회 홍보판을 발견했다. 보도자료를 받은 것도 있고, 고궁박물관 앞에 자리하고 있는 홍보판이 눈이 들어오기도 해서 가장 관람을 하고 싶었지만, 지하중앙홀에서 진행되고 있는 전시니 천천히 2층(박물관 안으로 들어가면 바로 2층이다)부터 구경하며 내려가기로 결정을 했다.






▲ 박물관 전시품


무료 박물관인데다 왕실 물품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는 나였기에 팜플릿을 두리번 거리며 찾았지만 굳이 애쓰지 않아도 전시실 안으로 들어가는 입구 앞에 각 층에 전시되어 있는 문화재 관련 간단 팜플릿이 놓여 있어 약간의 나의 걱정을 덜어주었다. 왕의 계보를 시작으로 여러 왕실 기록들, 국가의례, 건축, 왕실문화가 줄지어 나의 호기심을 계속해서 자극했다. 그중 조선시대 역대 왕의 통치행위 중 후대 왕들이 본받을 만한 훌륭한 업적을 모아 편찬한 역사서 「국조보감」이나, 국가에서 관리하는 왕실 직계 자손에 관한 인적 사항을 기록한 조선왕실 족보 「선원록」, 그리고 왕을 비롯해 왕비, 왕세자, 세자빈, 왕을 낳은 후궁들의 기일과 묘의 위치가 적힌 기록 판들은 왕실의 위엄을 상징하는 기록과, 옷감과 비녀의 목록을 적은 문서, 궐에서 사용하는 소반에 적힌 이름 등은 작은 것 하나에도 세세한 관심을 쏟은 왕실 운영의 모습, 그리고 왕이 쓴 글 「어제(御製)」와 그들이 즐겼던 그림과 음악과 같은 취미 생활 모습들이 고궁에서 느끼지 못한 무언가를 채워주어 나를 꽤나 뿌듯하게 만들어 주었다.


거기에 더불어 약 2주간 전시되는 대학생들의 공예품 전시는 1,2층 관람을 하는 동안 잠시 지친 나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전해주었다.






▲ 텍스타일아트 전시


작품을 만든 학생들이 직접 작품 설명도 해주기도 하여 이해도 쉽고 관심도 많이 갔지만, 조금 아쉬운 것이 지하 휴게공간에 마련된 조그만 전시회다 보니 전시품이라기 보단 마치 판매하는 제품의 디스플레이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어렴풋이 든 생각은 실질적으로 그들이 만든 물품을 판매하는 것은 어떤가라는 것이었다.






▲ 텍스타일아트 전시품


일반적인 우리나라 문화상품들을 보면 정말로 “뻔”한 물품들이 너무 많다. 한국의 미를 살린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현재 상품 디자인들과는 거리가 먼 상품들이 있는가 하면, “이건 뭐지?”라는 의문을 제기할 만한 문화상품들이 있어 결국에 활용도 못해보고 버려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번 전시회에 전시된 학생들의 작품들을 보면,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핸드폰 케이스부터, 안경집, 필통, 티셔츠, 컵, 공책, 우비, 가방, 스탠드, 쇼핑백, 라이터, 스카프, 인형, 쇼파, 쿠션까지 정말 다양한 상품들이 젊은 전통 예술로 승화되어 있었다. 실지로 구경을 하고 있는 관람객 사이에서도 구입의사를 밝힌 이도 있었고, 나 또한 구입의 욕구를 느끼고 있었지만, 전시품이었기에 그것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이 같은 전시회뿐만 아니라, 예술적으로 전통적으로 감각이 있는 학생들의 공예품들을 판매한다면 한국 홍보 효과뿐만 아니라 앞으로 전통공예예술품을 제작하려는 이들이 많이 등장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기도 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고궁박물관을 찾은 나에게 “앞으로 우리 전통문화를 어떻게 알려나가는 것이 좋을지”를 생각하게 만든 것을 보면, 이미 사라진 왕실이라도 철없는 백성(기자)에게 큰 영향력을 끼칠 만큼 힘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니 기죽지 말기를. 우릴 지금까지 있게 해준 옛 선조들의 위상이 이곳에 자리하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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