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가 홍완표를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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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가 홍완표를 만들다
  • 관리자
  • 승인 2010.1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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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달리 나무가 많고 절경이 아름다운 곳. 향긋한 나무향으로 가득한 곳. 그 곳에 대목장 홍완표 장인이 계신다.






▲ 강원도무형문화재 제21호 대목장 기예능보유자 홍완표


강원도무형문화재(제21호)이신 홍완표 장인은 작년 12월24일 문화재로 지정되셨다고 한다. 그것을 기념하여 딱 1주년이 되는 오는 12월 24일에 이번 학술회를 주최하려 하셨으나, 학술회에 참여하시는 여러 참가자분들과 홍완표 장인의 스케줄을 조정하다 보니 조금 일찍 학술회를 열게 되셨다고.


워낙에 강원도 날씨가 쌀쌀하기로 유명해 솔직히 일찍 학술회를 시작해도 상당히 추울 거라 예상했지만, 취재진이 도착한 2시경부터는 굉장히 따사로운 햇살이 한결 몸을 가볍게 만들었다.






▲ 학술회 장소


홍완표 장인의 이번 학술회는 2009년 부로 폐교가 된 진부의 한 초등학교에서 진행되었는데, 운동장 앞에 커다란 나무들과 생전 처음 보는 공구들이 전시되어 있어 학술회를 찾은 이들의 호기심을 충분히 자극하고 있었다. 특히나 학술회 초반에 진행된 홍완표 장인의 대목장 시연은 호기심을 넘어선 새로운 세계로의 도입과 같은 신비로움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 탕개톱질과 도끼질


대목장 시연은 벌목부터 탈피(나무껍질 벗기기) 작업까지 모두 마친 나무에 먹놓으면서 시작되었다. 먹놓기는 마치 어린 아이들이 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나무에 단순하게 그림을 그리는 것 같았지만, 홍완표 장인이 직접 먹놓기를 할만큼 매우 기초적이며 중요한 작업 같았다. 그저 “선을 그으시나 보다.” 라는 생각도 잠시, 점차 정확하게 분배되어 나뉘는 선들이 동그란 원 모양으로 변하는 것을 보니 입이 쩍하고 벌어졌다. 이 작업이 끝나고 바로 이어진 것이 바로 탕개톱질이었다. 목수들이 직접 만든 탕개톱(동화 ‘흥부와 놀부’에서 박을 자를 때 쓰는 톱)으로 도끼질을 하기 전 미리 깊이를 표시해 놓는 작업이었다. 일정한 간격으로 표시를 해 놓은 것도 신기했지만, 기자(나)는 톱질 자체가 너무 신기할 따름이었다. 목수들이 다음 작업을 하기 위해 자리를 이동한 사이 학술회를 구경하던 분이 톱질을 한 번 경험해보려 톱을 잡으셨는데, 톱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것들도 주인을 알아보나.”


그럴 일은 없지만, 왠지 그렇다고 단정을 지으며 세 번째 시연장소로 발을 옮겼다.






▲ 대자귀질


어느 정도 도끼질로 홈을 판 나무 것 표면을 잘라내고 나면, 목수들이 다 함께 대자귀질(자귀는 자루를 잡고 휘둘러 목재 면을 깎는 도구로 대자귀의 경우 원목이나 큰 목재의 면을 깎고 다듬는데 주로 사용한다)을 하여 나무의 겉표면을 말끔하게 다듬으며 대목장의 시연이 마무리 됐다.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고 전시되었던 대목장 공구를 보고 대목장의 일을 설명하는 것보다 몇 천배 이해가 빠른 시연이었다.


어쩌면 그래서 뒤에 이어지는 학술발표회에 관심을 가지게 됐는지도 모르겠다.






▲ 학술 발표회


강원대학교 건축학과의 김도경 교수의 「강원도 대목장의 문화재적 가치」에 관한 연구발표를 시작으로 김란기 원장(한국역사문화정책연구원)과 김경남 교수(한중대학교 전통문화학부)의 발표가 이어졌다. 대부분의 논문 내용은 전통 대목장 기술 보유와 전승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이것이 홍완표 선생님에게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이 일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약 학술회의 진행자체가 논문 발표에만 그쳤다면 내가 당시 느꼈다 공감도는 현저히 떨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학술회전 시연회는 진실로 대목장 기술이 우리 전통문화에 얼마나 필요한 기술인지 알게 됐고, 그 기술과 전통이 이어지는 데 우리가 얼마나 노력해야 할지도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나는 아직도 대목장을 잘 알고 있다 말 할 수 없는 입장이다. 그저 대목장의 일을 시연행사로 감상한 것이 전부이고, 이 행사 또한 대목장이 하는 어마어마한 일에 비하면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하지만 나 같은 뜨내기손님도 전통방식을 이어가는 것이 현재로서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고 이것을 유지 보존하기 위해 국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하고 있지 않은가. “지금도 국가적 차원으로 문화재 보존을 위해 애쓰고 있다.”고 말하지 마시길. 실지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이들에 비하면 국가의 움직임이 너무 미약하지 않은가. 조금 더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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