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국노 되기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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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국노 되기 싫었다”
  • 관리자
  • 승인 2004.10.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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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하 독립운동을 전개해 나간 투사들의 자취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나라사랑’에 실제적
본보기를 보인다. 윤봉길, 유관순, 안중근 등 역사 속에서 기려지는 독립운동가들과 함께 동시대속에서 일본의 대항한 인물들은 비록
알려지지 않았다 하더라도 우리가 기억해야할 위인이다.

이러한 취지에서 지난 29일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열린 학술심포지엄은 역사 속에 숨은 독립운동단체를 마주할 수 있는 자리였다.
대한독립애국단, 철혈광복단, 공명단에 관한 학계 인사들의 발표가 있었다.


이 자리에는 서대문 형무소에서 수감생활을 했던 이병희(86) 애국지사의 옥중체험 육성증언이 있었다. 이병희 애국지사는 북경감옥서
순국한 이육사의 시신을 수습해 국내 유족에 전달한 인물로 1936년 12월 서대문형무소로 피체, 예심까지 4년간의 옥고를 치뤘다.
다음은 육성증언 전문이다.



서대문형무소에는 어떤 활동을 하다 피체됐는가?

열여섯살 때 종영방적주식회사에서 일제에 항의하는 노동운동을 전개하다 잡혀 들어갔지


서대문형무소에서 수감생활 중 어떤 고문을 당했는가?

다리허고 팔하고 뒤로 묶어가지고 한데 묶어서 매다는 비행기고문하구, 고춧가루를 주전자에 넣어가지고 코에다 들이 붓는 거, 연필고문이라고
연필로 살을 비틀면 뼈까지 나오면서 피가 철철 나오거든 그런 것도 당하구 전기고문도 당했지.


고문이 너무 가혹하다.

‘나만 죽으면 됐지’란 생각으로 한번도 굴복하지 않았지. 내가 암것도 모르지만 매국노가 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계속 가졌어.
그리고 습관 드니까 견딜만 하더라구.(웃음)


혹독한 고문을 많이 받았는데 지금 후유증은 없는가?

나는 서대문형무소에 4년 반 있어도 배한번 안 아파봤고 감기한번 안 들어봤어. 얼어서 (손과 발을 가리키며)이게 이렇게 뼈만
남아가지고 썩어 들어가도, 인제 물에다가 소금을 한줌 넣고 뜨거운 물 한 양재기씩 주면은, 거기다가 담그면 붓기가 쭉 빠지면서···
인제 얼음물이 다 빠지고 난 뒤에 피가 나면 아물어, 그렇게 4년을 했어, 4년 겨울을...


그렇게 형무소에서도 많은 고생을 했고, 또 여자의 몸으로 독립운동을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닌데. 여성으로
독립운동을 하면서 제일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


힘들었던 점은 추운거지 뭐. 더울 때 너무 덥고···근데 나 희한하지. 형무소에서는 빈대가 가마니로 나와, 가마니로···. 그런데
빈대가 내 피만 먹으면 다 죽어. 피가 써서 그런가봐. 그니깐 난 빈대 고통은 안 당했어. 내 피를 빨아먹었다 하면 뱃대기가
툭 터지게 먹어가지고··· 내 피만 먹으면 죽어. 근데 벼룩이 한테는 못 당해. 벼룩이하고 모기한테는(피를 너무 빨려서)못 당해.


서대문형무소에서 오랫동안 수감생활 후 다시 독립운동을 하기 위해 북경으로 넘어가 독립운동하는 무기를 운반하는
책임을 맡아서 하다가 체포돼 북경감옥에 수감됐다. 거기서 이육사 시신을 할머니께서 수습하게 된 계기는?


어떻게 된 고 하니, 이육사가 한국으로 무기를 받는 사람하고 여러 가지로 의논을 헐러고 갈려 하는데 차비가 없다고 나보고 차비를
달래. 차비를 달라는데 줄 게 있어야지. 우선 있는 대로 그때 헌옷은 잘 사니깐 그런 것들 다 팔아가지고 돈을 해주면서···
인제 언제 오겠다고 계약을 했고, 가면서 책을 한권 주고 갔어. 책이 무슨 책이냐, 육백 명의 독립운동가의 명단이 있는 거야.
너 밖에 맡길 사람이 없으니깐 니가 잘 간수해야 한다고 하면서...근데 이육사가 북경감옥에 피체됐거든 나도 함께 들어가고...
근데 결혼한다면 가출옥시키겠다고 하는거야. 그래서 가출옥했잖아. 나오고 며칠 후에 육사가 죽었다는 연락을 받았어. 한 5시 넘어서
날 보고 오라 그러대. 시신을 수습하라는 거였어. 그때 유품도 같이 받았는데 유품은 음.. 인제 마분지에 써가지고 두껍게 처리된
시집이 있더라고, 광야라든지, 청포도라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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