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에서 태어난 문화재, 製瓦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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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에서 태어난 문화재, 製瓦匠 2
  • 임영은 기자
  • 승인 2020.04.22 17: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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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와가 들려주는 이야기, 그 두 번째

 

전통기와 하나가 완성되기 위해서는 70~80시간이 걸린다. 단순히 만들고 굽는 시간뿐만 아니라 가마의 곁에서 연기가 새어나오지 않도록 꾸준히 흙칠을 하며 지켜내야 한다. 사실상 제와 작업을 할 때는 잠을 포기해가며 정신을 집중해서 쏟아낸다.

 

구와질을 하는 故 한형준 보유자 (사진 = CPN문화재TV)
구와질을 하는 故 한형준 보유자 (사진 = CPN문화재TV)

 

- 기와의 기초가 되는 흙 고르기

 

기와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릇을 만드는 흙과 달리 모래가 약간 함유되어야 한다. 저장한 흙을 모아둔 뒤에 적당하게 물을 주고 하룻밤을 재운다. 그 후 괭이처럼 생긴 구와를 이용해 흙을 깎아내는 작업을 진행하는데, 이를 구와질이라고 한다.

 

두 사람이 한 조가 되어 작업을 진행한다. 한 사람은 흙을 밟고 다른 한 사람은 줄을 이용해 흙을 깎고 쌓는다. 구와질을 진행하는 이유는 흙을 곱게 만드는 것에 더해 이물질을 골라내기 위해서다.

 

원하는 흙이 나올 정도로 구와질을 마치면 두꺼운 육면체 형태로 각을 잡아 쌓아 놓는다. 이를 다무락이라고 부르며, 기와통의 높이·길이·둘레크기에 맞게 진행한다.

 

기와틀에서 암키와의 모양을 잡는 故 한형준 보유자 (사진 = CPN문화재TV)​
기와틀에서 암키와의 모양을 잡는 故 한형준 보유자 (사진 = CPN문화재TV)​

 

- 암키와? 수키와?

 

흙이 완성되면 기와를 제작하는 모양에 따라 암키와와 수키와로 분류한다. 암키와는 지붕 기와의 아래쪽에 위치한 기와로 'U'자를 형상하는 모양으로 수키와 하나에 암키와 두 개를 배치하는 형상이다. 수키와는 기왓등(윗 지붕기와)을 형성하는 기와로 반 원통형 모양이다. 두 기와가 짝이 되어 빗물 등의 누수를 막기 위해 제작되는 기초적인 기와다.

 

둥근 기와틀에 분리가 쉽도록 젖은 천으로 먼저 감싼다. 그 위에 다무락에서 때어낸 흙을 붙여서 속이 빈 원통형으로 기와의 모양을 손으로 잡는다. 나무대로 흙판을 두들긴 뒤 흙판만 따로 분리하는 통기와 만들기 작업을 한다. 통기와는 그대로 밖에서 건조시킨다.

 

통기와를 흙칼로 칼집을 넣은 후 쪼개면서 기와가 생성된다. 수키와는 두 쪽, 암키와는 네 쪽으로 분리되는데, 건조가 끝난 기와를 백와(白瓦)라고 한다.

 

- 굴 안에서 태어나는 기와, 인내의 시간

 

백와를 가마에 넣고 구워내면 제와 작업이 끝난다. 기와는 한 번에 수 십 장이 굴에 들어가는데 골고루 열을 받게 하도록 고르게 배치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와를 모두 넣고 난 후 굴의 입구를 흙으로 완전히 막는다.

 

굴에 불을 때는 ​故 한형준 보유자 (사진 = CPN문화재TV)​
굴에 불을 때는 ​故 한형준 보유자 (사진 = CPN문화재TV)​

 

굴 앞에서 기와가 잘 구워지기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굴 제사를 지낸다. 굴 앞에 간단한 음식을 차린 뒤 술을 가마 주변에 뿌리는 식으로 진행된다. 명절 때도 주요 작업 장소에 상을 차리고, 그 해의 첫 기와를 구워낼 때도 상을 차린다.

 

불은 15시간 정도로 때고 3일 정도 가마를 막았다가 숯을 꺼내 열을 내린 뒤 하루가 더 지나야 굴문을 열고 기와를 꺼낸다. 여기서 불의 세기를 조절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불의 세기에 따라 기와의 모습이 전혀 달라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형준 보유자는 CPN문화재TV와의 2009년도 취재에서 쉴 틈 없이 불의 색과 굴뚝 연기를 확인했으며, 전수교육조교였던 김창대씨(현 보유자)와 번갈아가며 예의주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거기에 가마에 흙칠을 더 해 연기가 틈으로 새어나오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 기와가 파손되는 것을 막았다.

 

 

긴 시간이 지나 전통기와는 우리의 앞에 선다. 특히 흙, , 불의 영향을 크게 받는 전통기와이기 때문에 시간·날씨·계절마다 느낌이 달라진다. 많은 이들이 가성비와 편리성을 이유로 공장식 기와를 찾게 되자 전통기와를 다루던 곳은 점점 줄어들었다.

 

한형준 보유자는 숭례문 복구 사업이 일생일대의 마지막 작업이라고 말을 했으며, 실제로 본인의 손으로 만든 전통기와가 숭례문에 얹어지는 것을 본 뒤에 눈을 감았다. 단순하게 문화재를 수리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가 해낸 역작이자 인생의 마무리를 지은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숭례문 복구 사업 당시 한형준 보유자의 전통기와가 큰 주목을 받으며, 전통기와에 대한 관심도가 늘어났다. 한류가 주목받으면서 한옥에 대한 재평가도 이루어지고, 그 중요한 구성요소인 전통 기와에 대해서도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관심이 일시적 이여서는 안 된다. 여전히 국가무형문화재는 관련 부서나 연구가 부족하다는 시각이 많으며, 제대로 된 전승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취재팀 임영은

lzs0710@icp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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