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人터뷰 16편 - 이배용 한국의서원 통합보존관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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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人터뷰 16편 - 이배용 한국의서원 통합보존관리단 이사장
  • 황상윤
  • 승인 2019.07.31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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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서원' 9곳,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OUV)인정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9년간의 노력
[인터뷰] 이배용 한국의서원 통합보존관리단 이사장

 

 

 

▲이배용 한국의서원통합보존관리단 이사장; 19일 "한국의 서원 " 세계유산 등재와 관련 인터뷰를 하고 있다.

7월 초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에서 열흘간 열린 제43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각국의 문화유산에 대한 최종 심사가 있었다. 이곳에서 ‘한국의 서원’은 세계유산 등재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심사하는 국제기념물유적협회인 이코모스(ICOMOS)로부터 지난 5월 '등재권고'를 받아 등재가 확실시됐었다. 하지만 중국서원과의 차별화, 9개 서원이 갖는 연속 유산으로서의 논리 미흡 등의 이유로 2015년 한차례 반려의견을 받은 상황이라 한국대표단은 등재가 최종 확정될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19번째 심사대상이었던 ‘한국의 서원’은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OUV)를 인정받아 7월 6일 마침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관련기사 '한국의 서원' 9곳,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http://www.icpn.co.kr/pc/form.do?seq=4886)

이번 등재에 가장 큰 역할을 한 사람은 이배용 이사장(한국의서원통합보존관리단)이다. 이화여대총장, 국가브랜드위원장, 제28대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세계유산분과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며 ‘한국의 서원’의 역사성과 문화적 가치를 발견하고 2011년부터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노력했다.(관련기사: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된 '한국의 서원' 9곳은 어디? (관련기사: http://www.icpn.co.kr/pc/form.do?seq=4887)

이배용 이사장(한국의서원통합보존관리단)은 “한국의 서원 세계유산 등재가 확정되는 순간 9년간의 노력이 주마등처럼 스쳐 가면서 눈물이 왈칵 났다. 무엇보다 또 하나의 우리 문화가 세계에서 인정받았다는 것이 기뻤다.”고 말했다.

또 이 이사장은 “한국의 서원‘ 세계유산 등재는 경기로 치면 전반전이 끝난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보존·관리해서 서원의 정신을 후대까지 전승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9일 이배용 이사장을 만나 ‘한국의 서원’ 세계유산 등재 과정과 의미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9년간의 정성이 결실을 봐서 눈물이 왈칵 났었다.

-제43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습니다. 당시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요?
등재가 확정되던 날은 완전히 대한민국의 날이었어요. 아홉 개 서원에서 유림 두 분씩 참관 했는데 우리의 전통적인 한복 도포를 입고 갓을 쓰고 왔습니다. 각국 인사들이 굉장히 흥미로워하며 아주 친근하게 다가왔어요. 특히 갓이 인기였습니다. 모자가 너무 멋있다는 반응과 같이 사진을 찍자는 요청도 많았고 대단히 호응이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9년째 정성을 들인 결실이기 때문에 눈물이 왈칵 나는 감개무량함이 있었습니다.

 

 

 

 

-‘한국의 서원’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2010년 9월에 이화여대 총장을 끝내고 국가브랜드 위원장이 됐어요. 한국은 경제적으로는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데, 그에 비해 소프트 파워 즉 문화적 측면에서는 평가를 잘 못 받았어요. 그래서 전통문화를 세계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요. 저는 역사학자이기 때문에 우리 역사의 가장 주류를 이루는 불교와 유교를 떠올렸습니다. 그러면서 유교의 가장 대표적 기관인 서원과 불교 사찰을 유네스코 유산으로 등재하자는 구상을 하게 됐습니다. 2011년부터 추진단을 결성해서 작년에는 사찰 7곳이 세계유산이 됐고, 올해는 서원 9곳이 세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것입니다.

-우리나라에는 600여 개의 서원이 있습니다. 이 중 9개만 등재한 이유가 있나요?
대원군 때 훼철되지 않고, 20세기의 어려운 시절을 거치면서 파손되지 않은 서원을 골라야 했어요. 그렇게 원형이 유지되어 온 서원이 지금 선정된 아홉 개의 서원입니다.

완전성·진정성 등 탁월한 보편적 가치에서 높은 평가 받아

-‘한국의 서원’이 어떤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나요?
유네스코 등재는 탁월한 보편적 가치인 OUB 즉 ‘Outstanding Universal Value’가 기준이 됩니다. 그러니까 탁월한 보편적 가치에 해당이 돼야 하는 거죠. 거기에는 완전성, 진정성이 있어야 해요. 완전성이란 원형이 틀어지지 않고 유지된 것, 진정성이란 그것이 세워진 정신적인 가치와 보전을 위한 어떤 정성을 말합니다. 예를 들면 서원에 건축이 있고 그 속에 현판이라든가 제향(제사를 지냄)기능, 이런 것들이 고스란히 보존된 것을 말하죠.
특히 우리 서원이 인정을 받은 것이 입지환경인데요. 원형 터에 수려한 자연환경이 조화를 이루면서 잘 보존되어 왔어요. 인간과 자연이 이루는 조화가 전 세계에 통할 수 있는 울림을 주는 거죠.
  
-세계유산 신청을 한번 자진 철회했었는데 이유가 뭔가요?
2015년에 유네스코에 제출했었습니다. 하지만 이코모스(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 ICOMOS) 측에서 충분치 않은 부분이 있다고 얘기를 했습니다. 아홉 개 연속유산이 묶이는 명분이 정확해야 하며, 중국의 서원과 우리 서원의 차별성이 뚜렷하게 드러났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또한, 서원뿐만 아니라 서원 주위의 보호·완충 구역 같은 유산 구역의 정비가 조건에 더 부합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3월에 자진 철회를 하게 된 거고, 다시 재정비 작업을 철저하게 했습니다. 그 결과 이번 7월에 유네스코 총회에서 우리가 축포를 터뜨리게 된 겁니다.
 
-서원은 중국에서 먼저 생겼는데 우리가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이유는?
우리 서원이 인류가 함께 보호하고 기려야 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는 것을 확신했습니다. 그래서 중국보다 먼저 유네스코 등재를 구상하고 일을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중국은 그런 생각을 한 사람이 없었던 거죠. 준비 없는 미래는 없듯이 먼저 생각하는 사람은 준비를 더 철저히 할 수 있습니다.

 중국서원은 입신출세 중심인 반면 한국서원은 인성교육 중심

-중국서원과 한국서원의 차이점은?
첫째, 중국은 입신출세 즉 과거 시험이 중심이라 시험을 위한 연습과 훈련이 주가 됩니다. 그에 반해 우리는 바른 심성을 도야하는 인격을 갖춘 인성 교육이 중심이에요. 둘째, 제향 기능의 면에서 중국은 공자를 주로 제향합니다. 우리는 공자 제향은 성균관에서 하고 서원에서는 주로 향촌 지역의 존경받는 선현들의 정신과 학문을 계승합니다. 전혀 다르죠. 마지막으로 우리의 서원에서는 자연과 어우러진 우아하고 아름다운 목조건축을 볼 수 있습니다. 중국의 서원과는 입지환경이나 건축 구조 자체가 다른 것이죠.

 -‘한국의 서원’ 세계유산 등재에 중국의 지지도 끌어냈다고 하던데?
유네스코 심사 마지막 단계에서는 회원국들이 ‘이 유산은 이코모스에서 유산으로 등재할 타당성이 있다’라는 3분 보고를 해요. 그러면 각 위원국에서 지지 발언을 하는데, 중국 대표가 지지 발언을 했어요. 그때 아주 명료하고 확실한 지지 발언을 했습니다. 성리학의 전통이 한국에 가서 제대로 정착되고 잘 보존 계승되었으며 이에 관한 탁월하고 독보적인 증거를 갖고 있다’라고요. 다른 나라도 당연히 동의하고 지지했고 의장 또한 자신 있게 등재 할 수 있다고 의사봉을 두드리게 된 거죠. 

-등재과정에서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제가 9년 동안 책임을 맡아왔는데, 정말 일이 많아요. 보고서뿐만 아니라 각종 자료도 제출해야 할 것이 많은데, 그것도 아홉 개 서원들 모두 다 준비해야 합니다. 만약 한 곳이었다면 일이 좀 더 수월할 수도 있었겠죠. 아홉 개 유산이 어떤 것은 좀 더 완벽하고, 어떤 건 좀 더 보완해야 하는 등 제각각입니다. 서원에 수십 번 내려가서 자료를 만들고, 보고서를 만들었습니다. 실사도 여러 차례 나왔고요. 또 예비 실사도 직접 준비하고, 국제학술대회도 열었습니다. 또 비슷한 교육 유산을 답사하기 위해 이슬람권까지 갔다 오는 등 일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이렇게 온갖 정성을 다했는데 실제로 등재가 돼야 하잖아요. 저랑 똑같이 유림, 지자체, 행정을 총괄하는 문화재청, 관리단 직원 모두가 혼연일체로 합심해서 했으니까요. 꼭 유산으로 등재돼야 한다는 생각에 상당히 노심초사했습니다.

 

 

 

 

 

 

▲이배용 한국의서원통합보존관리단 이사장 이 세계유산에 등재된 "한국의 서원"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이배용 한국의서원통합보존관리단 이사장 이 세계유산에 등재된 "한국의 서원"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세계유산 등재, 문화강국의 위상을 높인 것
 
-세계유산 등재가 중요한 이유는?
유네스코 유산이 됐다는 것은 문화적으로 인정을 받았다는 뜻입니다. 문화강국으로서의 위상이 곧 선진국이라는 의미입니다. 또 국민의 문화 보존의식도 높아지게 되고 관광자원으로 대단한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해외여행을 갈 때 다 찾아갈 수 없잖아요. 그럴 때 유네스코에 등재된 세계 유산을 보러 갑니다. 당연히 관광자원이 풍부해질 수밖에 없고 국가 경제 인프라까지 파급이 일어납니다. 특히 재난 상황이 닥쳤을 때 유네스코가 복구를 위한 기금을 마련해줍니다. 한 예로 지금 캄보디아 앙코르와트의 복구 작업을 세계 유네스코 유산 기금으로 하고 있어요.

-이사장이 생각하는 ‘서원의 정신’이란?
좋은 정신과 바른 마음입니다. 4차 산업 혁명 시대에는 모든 것을 AI가 한다고 하지만 그것도 다 인간이 하는 것이고 AI가 못 하는 것도 있습니다. 우리의 마음, 정신, 영혼 이런 것들은 인간이 더욱 그 가치를 지향하며 지속해서 추구해야 합니다. 저는 그걸 서원 교육에서 찾아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또 사라져 가는 공동체와 따뜻한 인간애를 배우며 바른길을 열 수 있습니다. 서원이 평화로운 미래로 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그동안 유네스코 유산 등재에 전념해왔고 드디어 그 결실을 보았습니다.
앞으로 유네스코 유산답게 약속된 사항을 우리가 잘 진행해야 합니다. 그러한 운영 속에서 교육 유산으로서 서원의 탁월성과 보편성을 키워나가야 합니다. 9곳의 서원들끼리 활발히 연계하면서 차세대 인재들이 미래를 위해 영감을 받을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도 많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지금 유네스코 기준에 맞는 9개의 서원이 선정된 건데, 그 외 600여 곳 중에서도 유수한 서원들을 함께 연결하여 활성화하는 작업이 매우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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