紙花匠, 종이로 꽃을 피워내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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紙花匠, 종이로 꽃을 피워내다 2
  • 임영은 기자
  • 승인 2020.04.17 15: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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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화가 들려주는 이야기, 그 두 번째

 

지화를 만들기 위해선 규모에 따라 몇 시간에서 길게는 며칠이 걸린다. 특히 연등회, 수륙제 등 대규모의 행사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지화를 만들기 위해 정성을 쏟는다. 지화 종이를 염색하는 것부터 모양 잡기, 배치하기 등 모든 것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천연염색을 한 닥나무 한지 (사진 = CPN문화재TV)
천연염색을 한 닥나무 한지 (사진 = CPN문화재TV)

 

- 가장 기본이 되는 종이, 닥나무로부터 태어난 한지

 

이러한 지화는 어떻게 탄생되는 것일까. 먼저 가장 기초가 되는 종이가 있다. 전통지화는 한지를 사용하는데, 구체적으로 언제부터 우리나라에 종이를 만드는 기술이 들어왔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낙랑에서 발굴된 채문칠권통(종이를 넣어두는 통)을 통해 중국 쪽에서 기술이 전래된 것으로 추정된다.

 

610년 고구려 스님 담징이 일본에 종이 제조 기술을 전해줬으며, 백제에서는 4세기에 사서를 편찬했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4~5세기에는 종이 제조 기술이 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삼국시대부터 닥나무로 제작한 종이를 백추지(白硾紙, 하얗게 빻은 종이)’로 불렸다.

 

고려 시대 이후 불교가 발달하자 종이 제작 기술도 발달했고, 이에 중국에서도 고려지라고 알려져 훌륭한 수출 품목으로도 알려지게 됐다. 닥나무의 껍질로 만든 한지는 오래가고 품질이 좋았으며, 조선시대에서도 종이는 조선종이가 좋다는 말이 있었다.

 

지화에서 종이의 중요성은 말로 설명할 수가 없다. 종이의 질이 좋아야 자연염색이 잘 스며들고 내구성 역시 뛰어나기 때문에 첫 시작부터 종이를 고르는 것이 매우 신중하다고 할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문경이 닥나무로 제작한 뛰어난 한지를 많이 생산하고 있어, 많은 지화장들이 찾고 있다.

 

한지를 천연재료로 염색하는 과정 (사진 = CPN문화재TV)
한지를 천연재료로 염색하는 과정 (사진 = CPN문화재TV)

 

- 자연친화적인 천연염색을 전수하다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자연적인 염색이 통용되었으나, 근대화시기 화학염료가 도입된 후로는 빠르게 화학염색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현대에 들어와서도 화학 염색된 색지를 구입해 지화를 만들거나 화학염색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났다.

 

그래도 전통지화의 맥은 자연친화적인 천연염색을 기본으로 두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천연염색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

 

지화장을 이어가는 연화세계 주지 정명스님은 근대이후로 화학염색이 크게 늘면서 대부분의 지화가 화학염색이 차지하게 됐다. 이러다가는 천연염색으로 피어나는 지화가 사라질까 걱정되었다. 이에 2012년부터 한지에 자연염색을 시작하고 기법을 복원해 전수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정명스님의 은사인 보운스님은 지화를 만드는 과정을 지화를 만들 때 첫째가 염색이요. 두 번째는 살을 잡아야하고, 세 번째가 작봉(꽃을 만드는 것)이고, 네 번째가 난등(꽃을 가지런하게 꽂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 염색이 무너지면 다음 과정도 속수무책이라는 뜻이다.

 

종이 재단 도구 (사진 = CPN문화재TV)
종이 재단 도구 (사진 = CPN문화재TV)

 

- 수많은 도구를 거쳐 피어나는 꽃

 

지화에 이용되는 도구들을 보면 혀를 내두른다. 가위, , , 망치, 송곳 등의 제작 도구를 비롯해 화로, , 시루 등 염색 도구까지 합치면 무려 20가지 종류에 이른다. 너무 많은 것이 아니냐고 생각될 수 있으나 정성이 들어가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것이라고 여겨진다.

 

자연에서 추출한 염색물과 매염제를 활용해 완성된 색이 아름다운 한지를 제작 도구로 활용해 꽃을 피워내는 과정에 이른다. 이처럼 도구를 통해 살을 잡는 과정을 작봉이라고 부른다.

 

정을 대고 망치질 하는 과정 (사진 = CPN문화재TV)
정을 대고 망치질 하는 과정 (사진 = CPN문화재TV)

 

그림을 그리기 위해선 스케치가 필요하듯, 지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바탕 재단이 필요하다. 가위와 정을 활용해 꽃잎과 잎을 세세하게 재단한다. 특히 꽃잎마다 모양이 다 다르기 때문에 정의 종류도 여러 가지에 이르고 맞는 것을 사용해야 한다.

 

꽃대는 산에서 대나무와 싸리나무를 통해 꽃을 잘 받쳐줄 수 있는 튼튼한 것으로 사용한다. 거기에 반영구적으로 보존하기 위해 밀랍을 입혀서 탈색과 습기를 막는다. 마지막으로 꽃을 가지런히 정리해 꽂는 난등을 진행해 구도를 잡는다

 

긴 과정을 거쳐 지화가 완성된다. 손에서 피어난 꽃은 관상용, 잔치, 장례, 종교행사 등 우리의 삶에 녹아난다. 쉽게 시들지 않고 오랫동안 우리의 곁에 남아 인생을 기억해준다.

 

안타깝게도 지화를 만드는 과정은 손에서 손으로 전해져 전승됐다. 이로 인해 구체적인 기록법이 남아있지 않아 지금의 지화장들이 사라지면 계승이 매우 어려워진다. 지화를 만드는 기술력을 상세하게 조사하고 기록하는 작업에 힘을 실어서 우리의 전통 꽃을 보호해야 한다.

 

취재팀 임영은

lzs0710@icp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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